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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미혼 독신자에 친양자 입양 허용 등 추진:
다양한 가족 포용하기엔 한참 뒤늦고 미흡

지난달 법무부가 미혼 독신자에게도 친양자 입양을 허용하는 내용의 민법·가사소송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친양자 입양은 일반 입양과 달리 친부모와의 법적관계를 종료시키기 때문에 자동으로 양부모 성과 본을 따르고 상속도 양부모에게서만 받을 수 있다. 부모 자식 간의 성이 달라 재혼 가정임이 드러나길 원치 않는 경우나 자녀에게 입양 사실을 알리고 싶지 않은 경우, 친부모의 존재로 불안감을 느끼는 경우 등에 친양자 입양이 선호돼 왔다.

그동안 친양자 입양은 3년 이상 혼인 중인 부부에게만 허가됐다. 미혼 독신자는 양자를 키울 의사와 능력이 있어도 친양자 입양을 할 수 없고 일반 입양만 신청할 수 있었다.

이번에 법무부는 이 제한을 없애겠다고 한 것이다. 필요한 일이다. 뒤늦어 만시지탄이다. 이런 제한은 미혼 독신자에 대한 차별이고, 결혼으로 이뤄진 가족만 가족이라는 관념과 한부모 가정에 대한 사회적 편견을 강화하는 조처였다.

일각에서는 독신자가 경제 불황 때 실직을 겪기 쉬우므로 친양자를 허용하는 것은 시기상조라고 주장한다. 가정 폭력 등에 노출돼도 막을 사람이 없다며 한부모 가정에 대한 터무니없는 편견을 부추기기도 한다.

그러나 한부모 가정이 불황기에 더 취약한 것은 정부가 육아와 돌봄에 대한 책임을 방기하고 개별 가정에 그 부담을 떠넘겨 왔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복지와 양질의 일자리를 대폭 확충하는 것이다. 독신자에게 친양자 입양을 막는 식으로 한부모 가정에 대한 편견을 부추겨서는 안 된다.

한편, 정부는 독신자에게 친양자 입양을 허용하며 친양자 입양 허가 요건을 강화하기로 했다. 적절한 양육 조건의 기준 선정과 심사는 당연히 필요하다. 하지만 그 기준이 지나치게 까다로우면 허용 조처를 무색하게 만들 수 있다. 입양에 대한 정부의 지원 확대가 더 중요하다.

이번에 법무부는 상속시 유류분(유산을 나눌 때 일정 비율의 액수가 상속권자들에게 자동으로 분배되도록 하는 제도) 권리자 범위에서 형제자매를 삭제하는 내용의 민법 개정안도 입법예고했다.

현행 법률에 따르면, 배우자나 자녀가 없는 망인의 경우 형제자매에게 일정한 양의 상속분이 돌아가도록 돼 있다. 그래서 망인이 자신과 가까운 사람이나 단체 등에 모든 재산을 상속하고 싶어도, 생전 연락이 끊겼거나 불화 관계에 있던 형제자매까지 일정한 상속분을 주장할 수 있었다.

1인 가구가 늘고, 이른바 ‘전통적’ 가족관계에 얽매이지 않는 다양한 관계들이 크게 늘어 온 현실을 감안하면, 정부의 이번 개정 시도는 필요하지만 매우 뒤늦은 것이다.

여전한 혈연·혼인 가족 중심

사람들이 관계 맺고 살아가는 방식은 크게 변했지만, 여전히 주택·보험·의료·세금·상속 등과 관련한 여러 사회제도가 ‘전통적’ 가족관에 기초해 운영되고 있다.

올해 상반기 여성가족부는 다양한 가족을 포용하겠다며 혈연·혼인 등에 국한된 가족 개념 확대를 포함한 ‘제4차 건강가정기본계획’을 내놨다.

그러나 법률상 ‘가족’ 정의 규정을 삭제해 가족 형태에 따른 차별을 없애겠다는 건강가정기본법 개정안(민주당 남인순 의원 등 발의)은 1년 넘게 국회에 계류 중이다. 민주당은 법률상의 가족 개념을 확대하는 것에조차 진지하지 않은 것이다. 법무부가 ‘신중론’을 펴는 등 정부 내에서도 불협화음이 있었다.

이번 여가부의 계획에는 비혼·동거 가족 등이 여러 사회적 지원에서 배제되는 문제를 해결할 방안은 들어있지 않았다.

가령 혈연·혼인 관계가 아닌 비혼·동거 가족은 공공임대, 공공분양주택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이 없고, 공동명의로 전세계약을 하거나 대출을 받기도 어려워 커다란 고충을 겪고 있다.

동거인을 국민건강보험 피부양자로 등록할 수도, 생명보험의 수령인으로 지정할 수도 없다.

혈연·혼인 중심의 가족제도는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지원을 제한하는 데에도 이용된다. 가령 장애인들은 혼인신고를 하고 싶어도 못하는 경우가 많은데, 가족이 함께 살면 보조 서비스 지원 시간이 줄고, 본인부담금이 느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외롭지 않을 권리》, 황두영 지음, 시사인북)

부양의무제도 악명높았는데, 경제생활을 하는 자녀, 부모, 배우자가 있으면 실제로 부양을 받는지와 무관하게 기초생활 수급자에서 제외해 원성을 사 왔다. 문재인 정부는 얼마 전 기초생활보장 생계급여에서 부양의무자 기준을 폐지했지만, 자녀의 소득 기준을 명시해 여전히 사각지대가 남아 있다.

한부모 가정이 겪는 경제적 어려움과 차별도 여전히 심각하다.

정부는 1인 가구의 경제적 어려움과 주거 문제 등을 해소하기 위한 실질적인 방안과 예산 계획도 내놓지 않고 있다.

이렇듯 수많은 사람들이 겪고 있는 막대한 고통에 견주면, 정부의 이번 법 개정 시도는 문제의 극히 일부만을 손볼 뿐 너무 미흡하다.

다양한 가족의 실제 삶을 지원할 방안들을 실행하는 데 필요한 돈을 정부가 투자하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부가 경제 위기 시기에도 군사비를 대폭 증액하는 것을 보면, 진정한 문제는 돈이 없는 것이 아니다. 우선순위의 문제인 것이다.

다양한 가족을 진정으로 포용하고 1인 가구의 조건도 개선하려면, 양육·돌봄·의료 등 복지 서비스가 대폭 확충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