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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변화와 윤석열 정부의 가족 정책

결혼·혈연으로 엮이지 않은 비친족 가구원이 지난해 처음으로 100만 명을 넘어섰다. 관련 통계를 내기 시작한 이래 가장 많다. 결혼하지 않고 친구나 애인 등과 동거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이다.

여기에는 성소수자 가족도 일부 포함돼 있다. 최근 한 오티티 채널에서는 최초로 게이, 레즈비언, 트랜스젠더 커플 세 쌍이 알콩달콩 동거하는 얘기를 다룬 관찰 예능 〈메리 퀴어〉가 논란 속에서 방영 중이다.

우파는 이런 현상을 “가족의 해체”라며 개탄하지만, 현실에서 자의든 타의든 둘 다든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전통적 가족’에서 벗어나 살고 있다.

가족의 변화

오늘날 한국 가족의 모습

통계청 조사를 보면 ‘전통적 가족’과 현실의 간극은 그 어느 때보다 벌어져 있다.

지난해 기준 부부와 자녀로 이뤄진 ‘전통적 핵가족’은 전체의 28퍼센트밖에 안 된다. 반면, 부부만으로 이뤄진 가구, 한부모 가구, 1인 가구 등 다양한 형태의 가구가 증가해 왔다. 특히, 최근 1인 가구가 큰 폭으로 증가했다. 1인 가구의 다수는 노령층이다.

결혼을 미루거나 아예 하지 않는 비율도 증가하고 있다. 결혼 건수는 10년째 연속 하락하고 있다. 초혼 연령도 계속 증가하고 있다. 여성들은 1990년대에 20대에 결혼했지만, 이제는 30대가 돼야 결혼한다.

지난해 결혼 건수의 절반에 해당하는 수가 이혼했다. 이혼 건수는 1980년대와 1990년대에 증가했다가 2000년 중반부터 약간 줄었다. 혼인 건수 자체가 줄었기 때문이다.

또 사람들은 더 적은 수의 자녀를 더 늦게 출산하며, 아이를 낳지 않기도 한다. 지난해 출생률은 역대 가장 낮았다.

한부모 가족은 전체 가구의 10퍼센트가량 된다. 비친족 가구의 증가에서 보듯이 동거도 비중이 적지만 느는 추세다.

결혼과 가족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도 변했다. 결혼이 필수라는 생각은 남녀 모두에서 감소했고 비혼 동거에 대한 태도는 긍정적으로 변하고 있다. 젊은 층에서는 더욱 그렇다.

가족의 변화

가족의 변화는 자본주의가 발전하면서 생겨난 사회의 구조적 변화의 일부다.

여성들의 교육 수준이 높아지고 임금 노동 참여가 증대하면서 여성의 경제적 독립성과 자의식이 높아졌다. 이것은 결혼과 출산, 자신의 삶에 대한 태도 변화로 이어졌다. 젊은 층에서는 가족에 대한 헌신과 노력보다 개인의 성취와 자아실현을 더 중시하는 태도가 두드러진다.

경제 위기와 불황으로 인해 오늘날 청년층의 삶이 불안정해진 것도 결혼과 출산율 하락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행복한 가족’을 꾸리려면 돈이 많아야 한다. 주택 마련을 뺀 결혼 비용만도 수천만 원이 소요된다. 광고나 TV 프로그램 등에서 제시되는 가족은 부부와 아이들이 널찍한 아파트에 최신식 가전제품과 자동차를 보유하고, 여유로운 휴가와 취미 생활을 즐긴다.

하지만 실제 현실에서는 여성은 물론, 남성의 평균 임금으로 이 모든 것을 감당하기란 불가능하다. 가계 대출은 기록적 수준이다.

저임금, 장시간 노동, 복지 부족은 원하는 대로 가족을 유지하기 어렵게 만든다.

물론 여전히 가족이 결속하도록 하는 압력도 있다. 사람들은 일상생활의 소외나 고된 노동에서 벗어나 사랑하는 사람과 가정을 꾸리고 싶어 한다. 이런저런 이유로 일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 유일하게 기댈 곳은 가족밖에 없기도 하다.

그러나 바람과는 별개로 누구든 오늘날 노동계급 가족이 처해 있는 현실적 제약을 무시할 수는 없다.

결혼과 출산은 개인의 선택이 돼야 한다. 개인들이 선택하는 관계들이 존중받고, 누구든 그런 관계 속에서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보장받아야 한다. 그리고 양육과 돌봄은 개별 가족의 책임으로 내맡겨지는 게 아니라 사회가 맡아야 한다.

그러나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이렇게 되지 않는다. 경제 불황과 지배계급의 긴축 정책 때문에 노동계급 대중의 삶은 불안정해지고 종종 삶이 파탄난다. 지배계급은 실업 증가, 복지 삭감 등에 따른 부담을 개별 가족에 떠넘기면서 보수적 가족 이데올로기를 부추긴다.

윤석열 정부 — 포용은커녕 후퇴 조짐

여러 법과 제도가 가족에 개입한다. 가족구성원연구소의 한 보고서를 보면, 2019년 기준 ‘가족’이 언급돼 있는 법률이 240여 개나 된다.

그런데 이 나라 법은 대체로 가족을 결혼·혈연·입양으로 협소하게 규정한다(소수 법에서만 이성 간 사실혼 관계를 인정한다). 이에 부합하지 않는 여러 형태의 가족들은 주거·의료·상속·연금 등 권리·지원에서 배제되고 차별받는다.

또, ‘전통적 가족’의 모델을 기본으로 상정하고 한부모 가족, 다문화 가족 등을 ‘취약 가족’이나 ‘위기 가족’으로 선별해 편견을 부추긴다. 지원을 충분히 하는 것도 아니다.

간병 등 돌봄과 관련한 법률(노인장기요양보험법, 장애아동 복지지원법 등)은 돌봄 책임을 명시적으로 가족에 떠넘기고 있다. 1차적 책임은 가족에 있고, 국가는 가족의 부담이 지나칠 때 좀 덜어 주면 된다는 식이다.

문재인 정부 말기에 여성가족부는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포용하겠다’며 건강가족기본법 개정 등을 제안했다. 하지만 우파뿐 아니라 그 정부 내부에서도 반대에 부딪혀 그 계획은 무산됐다. 당시 여가부가 내놓은 안 자체도 현실의 필요를 따라가기에 매우 미흡했는데 말이다.

윤석열 정부에 와서는 이런 시도조차 없다. 오히려 후퇴의 움직임마저 있다.

지난 5월 〈한겨레〉 보도를 보면, 윤석열 정부의 법무부는 아빠 성을 따르는 ‘부성 우선주의’ 폐기 계획을 백지화했다고 한다. 이는 지난해 정부가 내놓은 제4차 건강가정기본계획의 일부였다.

당시 기독교 우파들은 제4차 건강가정기본계획을 “가정 해체와 사회 혼란을 초래한다”며 거세게 반대했다. 그런데 지금 여가부 장관 김현숙 자신이 매우 보수적인 인물이다. 그는 19대 국회의원을 지낼 당시 낙태와 동성애는 물론, 피임·이혼·인공수정에까지 반대 의사를 내비친 ‘국제가톨릭의원네트워크’의 임원이었다.

얼마 전 여가부가 발표한 “다양한 형태의 가족 지원” 정책에도 실제 다양한 가족을 폭넓게 포괄한다는 취지는 없었다. 다만, 1인 가구, 한부모 가족, 다문화 가족에 지원을 생색내기 수준으로 찔끔 늘리겠다고 한다.

예컨대 한부모 가족의 아동 양육비 지원 대상을 현행 중위소득 52퍼센트에서 58퍼센트로 늘리겠다고 한다. 지원 대상을 약간 늘렸지만 여전히 선별하고 또 선별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 가족이 처한 현실을 볼 때 이 정도는 턱없이 부족하다.

그 밖에 결혼·혈연으로 맺어지지 않은 여러 형태의 가족들이 겪는 고통은 이 정부에게 완전히 관심 밖이다.

무엇보다 이 정부가 추진하는 임금 억제 정책, 대규모 부자 감세와 긴축은 노동계급 가족을 더 옥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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