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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사공일가’(사회적 공존, 1인 가구) 대책:
알맹이 빠진 뒷북 대응

문재인 정부가 “1인 가구 종합 대책”을 마련 중이다. 얼마 전에는 법무부가 ‘사공일가’(사회적 공존, 1인 가구) 관련 법률 개정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부모와 자식이 함께 가족을 이루는 가족 형태는 줄고 1인 가구가 크게 늘었다. 현재 1인 가구는 전체 가구의 31.7퍼센트로, 6년째 가장 비중이 크다(2021, 통계청).

한국의 1인 가구 증가는 세계적 추세의 일부다. 대부분의 OECD 국가에서 1인 가구 비중이 30퍼센트를 넘는다.

학업과 직장 등을 이유로 가족과 떨어져 독립한 청년들은 도시로 유입되면서 혼자 살게 되는 경우가 많다.

결혼에 대한 태도 변화도 1인 가구 증대에 큰 영향을 미쳤다. 오늘날 많은 청년들은 결혼을 ‘필수가 아니라 선택’으로 여긴다.

질 낮은 일자리와 불안정한 미래 때문에 결혼을 미루거나 기피하는 경우도 있지만, 결혼 제도에 얽매여 살기를 원치 않는 층이 늘어난 것도 1인 가구 증가에 영향을 미친다.

이혼이 증가하면서 중장년층 이상의 1인 가구도 크게 늘었다.

외롭고 고달픈 삶

1인 가구의 삶은 대체로 ‘화려한 싱글 라이프’와는 거리가 멀다.

청년·노동자 등 서민층 1인 가구는 장기 불황에 코로나19까지 겹쳐 점점 곤궁한 처지에 내몰리고 있다. 최악의 청년 실업, 질 나쁜 일자리, 부채 등으로 청년 1인 가구 빈곤층도 크게 늘고 있다.

지난 6월 통계청 발표를 보면, 1인 가구의 40퍼센트는 무직자다. 1인 가구 통계 조사 이래 처음으로 취업률이 60퍼센트 아래로 감소했다.

1인 가구 취업자 중 33퍼센트는 월 평균 임금이 200만 원 미만이다. 100만 원 미만도 11.7퍼센트나 된다(2021, 통계청).

부동산 가격 폭등과 투기 열풍으로 주거 문제도 심각하다.

1인 가구의 47퍼센트, 청년 1인 가구의 65퍼센트는 월세를 내고 살고 있다(2020, 통계청). 공공임대 주택은 매우 적은 데다, 알량한 제공 혜택조차 다인 가구에 주로 맞춰져 있다.

1인 가구 실태 1인 가구 비중은 느는데, 조건은 악화하고 있다 ⓒ제작 〈노동자 연대〉 / 자료 출처 통계청

독거 노인 문제도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독거 노인 비중은 꾸준히 증가해, 2021년 기준으로 노인 5명 중 1명이 혼자 산다. 한국의 노인 복지는 매우 열악해 독거 노인들은 일자리·식사·의료·주거 안정·위급 상황 대처 등 삶 전반이 매우 취약하다.

최근 노인뿐 아니라 청년 1인 가구의 자살과 고독사가 늘고 있는 것도 큰 문제다. 경제적 어려움에 더해 코로나 하에서 외로움과 사회적 고립감이 더 커져 고통이 가중됐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1인 가구를 위한 지원책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는 사회적 분위기가 커져 왔다. 문재인 정부가 1인 가구를 위한 ‘종합대책’을 내놓으려 하는 배경이다.

얼마 전에 법부무가 내놓은 두 가지 법률 개정안도 이런 대책의 일환이다.

하나는 독신자의 친양자 입양을 허용하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반려동물의 법적 지위를 개선하는 것이다.

반려동물 비물건화

독신자 일반 입양은 2007년 법 개정으로 허용됐으나, 친양자 입양(자녀와 친부모와의 관계를 끊고 양부모와의 친족관계만을 인정하는 제도)은 계속 금지됐다. 독신자에게만 제한을 두는 것은 일종의 차별이었다. 이제라도 독신자의 친양자 입양이 허용돼 한부모 가족과 입양 가족에 대한 편견 완화에 일부 이바지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다만, 1인 가구라는 점 때문에 일반 입양처럼 지나치게 기준을 까다롭게 만들어 허용 조처를 무색하게 만드는 것은 피해야 한다. 적절한 양육 조건의 기준 선정과 심사는 당연히 필요하겠지만, 입양에 대한 정부의 지원 확대가 더 중요하다.

한편, 반려동물 법적 지위 개선안도 진즉 도입됐어야 마땅한 조처이다. 자본주의에 의한 소외와 가족 형태의 변화 속에서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대거 늘어났다. 약 1000만 명이 반려동물을 키우고, 1인 가구의 10명 중 1이 반려동물과 함께 산다.

서로 교감하고 유대가 형성된 반려동물이 물건으로 취급당해 압류 대상이 되거나, 의료사고 등 부당한 일을 당해도 법적 수단이 매우 미미했던 현실은 반려동물 지위 향상으로 일부 개선될 듯하다.

다만, 1인 가구의 정신 건강과 유대감 증진을 위한 조처라면, 반려동물 양육 부담을 덜어 줄 방안들(가령, 병원 진료비 지원 등)이 마련돼야 한다.

법무부의 ‘사공일가’ 법률 개정안 외에, 정부는 아직 1인 가구의 경제적 어려움과 주거 문제 등을 해소하는 데 필요한 실질적 방안과 예산 계획은 내놓지 않고 있다. 문재인이 직접 “종합 대책 마련”을 강조한 지 2년이 다 되어 가는데도 말이다.

지난해 6월 “1인 가구 중장기 정책 방향 및 대응방안”이 처음 발표됐지만, 추상적 선언 외에 구체적 방안은 없었다.

이처럼 정부 대응이 뒤늦고 알맹이가 없는 이유는 1인 가구 지원 방안이 “저출산 정책과 상충”한다는 점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는 “출산 장려 등을 위해 다인가구를 우대하는 정책에 영향을 미치는 사안에 대해서는 신중한 접근”을 하겠다고 지난해 밝힌 바 있다.

비용이 드는 방안을 회피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런 방식으로는 급증한 1인 가구의 조건과 현실을 반영한 제대로 된 대책이 마련될 수 없다.

1인 가구의 조건이 실질적으로 개선되려면, 양질의 일자리가 보장되고, 저렴하고 질 좋은 공공주택이 대량 제공돼야 한다. 또, 돌봄과 의료 공공 서비스 등 복지가 대폭 강화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