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카르텔》 서평:
경제적 상호의존 때문에 미·중 전쟁은 불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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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점증하면서, 일각에서는 미국 중심 진영과 중국
미국과 중국의 전쟁이 일어날 수 있다고 전망하거나 우려하는 사람들도 있다.
주류 국제관계 학자들은 미국과 중국의 군사 충돌 가능성을
이런 상황은 한국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몇몇 우파 이데올로그들은 미
박홍서 한국외대 연구교수가 쓴 《미중 카르텔》

그는 《미중 카르텔》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박홍서는 미국과 중국 경제가 상호 보완적이라고 설명한다. 미국은 중국에 달러와 지식을 수출하고 중국은 미국에 제조업 상품을 수출해 왔다는 것이다.
그도 미
또한 박홍서는 지금과 같은 핵무기 시대에는 레닌의 제국주의론보다는
초제국주의론
박홍서가 언급한 카우츠키의 주장은 일명 초제국주의론으로 불린다.
100여 년 전에 카우츠키는 제국주의를 자본주의의 동역학에서 비롯한, 자본주의의 붙박이 같은 문제로 여기지 않았다. 군수 자본가 같은 일부 자본가들이 선호하는
박홍서의 접근도 본질적으로 이와 유사하다. 그는 미국에서는 중국 위협론이
카우츠키나 박홍서의 주장처럼, 과연 오늘날 세계는 경제적 상호 의존 등에 기초해 강대국 간 전쟁이 없는 국제 질서를 계속 유지할 수 있을까?
역사적 경험을 돌아보면, 경제적 상호 의존성이 높은 국가들 간에 군사적 갈등이 일어난 사례는 매우 많았다. 경제적 상호 의존이 군사적 갈등을 일시적으로 제어해 줘도, 근본적으로 막아 주지는 못했던 것이다. 외려 경제적 상호 의존이 국가 간 갈등을 더 불안정하게 해 전쟁이 일어난 사례들이 많았다.
결정적으로 카우츠키의 초제국주의론은 두 번의 세계대전이라는 역사의 검증을 이겨내지 못했다.
그런데 박홍서는 오늘날의 세계를 설명하면서
즉, 미국은
그가 보기에,
분명 자본주의는 시대에 따라 변해 왔지만, 그 근원적 특징은 변함없다. 즉, 노동자들에 대한 임노동 착취에 의존하는, 미친 듯한 자본 간 축적 경쟁의 체제다. 이 때문에 모순적이고 항구적으로 불안정한 체제다.
오늘날 자본주의는 자체의 모순 때문에 경제 위기를 피할 수 없는 데다가 경기 회복은 짧고 더디다. 그리고 자본주의는 체계적으로 불균등 발전도 일으켜 왔다.
또한 군수 자본가가 아니더라도 자본가들은 세계 시장에서 자신을 보호해 줄 국가의 힘이 필요하다. 자본가들의 상호 의존
미국 자본이 중국에 투자를 하고 그 대가로 수익을 올렸지만, 최근 미국의 많은 IT 기업들이 중국 정부 주도의 첨단 산업 육성 전략이 자신들의 경쟁력을 약화시킬까 봐 미국 정부의 개입과 지원을 바라고 지지한다. 미국 정부는 반도체, 5G 등 첨단 산업의 국제 공급망에서 중국을 어떻게든 고립시키려 한다.
불균등 발전
지난 수십 년 동안 미국과 중국 경제는 달러와 상품 수출입 등에서 순환 구조를 유지해 왔다. 그러나 그 점이 이 순환 구조가 안정적임을 보장해 주지 않는다. 미국과 중국 경제 모두 균형 성장과는 거리가 멀기 때문이다.
사실 2008년 미국발 세계 금융 위기는 이 순환 구조가 상당히 불안정한 바탕 위에 있음을 보여 준 일이었다. 그리고 그때의 불황에서 세계는 아직 벗어나지 못했고, 이제 중국이 새로운 위기의 진앙지가 될 수 있다.
장기 불황은 국가들 간 관계에 지대한 영향을 줬다. 세계경제 상황에 대한 주요 국가들의 협력적 대처가 어렵게 되고, 국가 간 경쟁이 더 치열해졌다. 2008년 위기 이후로 미
게다가 경제 위기와 더불어 국가 간의 상대적 경제력 비중도 변해 왔다. 경제의 지리적 분포 변화는 국가들 간 힘의 균형도 바꿔 놓는다. 이런 불균등 발전은 자본주의의 역동적 성격 그 자체에서 비롯한 것이다.
박홍서는 중국이 지금의 국제 질서에서 경제 성장의 수혜를 입었고, 그래서
물론 지금 중국 경제가 달러에 많이 의존하고 있으며, 이 점이 중국 제국주의의 취약점 중 하나인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중국이 당장 미국의 세계적 지위에 도전할 의사가 있는 것 같지는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 경제의 부상과 그것이 자본주의 국제 질서에 미치는 영향은 위의 주장보다는 더 복잡하다.
중국은 미국이 주도해 온 기존 국제 질서에 완전히 통합된 세력은 아니다. 미국이 제2차세계대전 이래로 구축해 온 동맹 체계 바깥에 있기 때문이다.
경쟁의 격화
오늘날 중국 지배자들은 수십 년의 경제 성장에 힘입어
이런 목표들은 중국 지배계급한테는 나름의 합리적 선택이다. 즉, 대외 무역으로 경제를 성장시켜 온 중국이 상품 수출입, 해외 투자, 자원 수입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서인 것이다.
박홍서도 중국의
그러나 남중국해를 비롯해 인도-태평양의 바다를 지배하는 것은 미국의 세계적 패권 유지에서 사활적으로 중요한 일이다. 미국과 중국의 중대한 이해관계가 바다에서 첨예하게 부딪히는 것이다.

다른 측면에서도 중국의 부상은 기존 국제 관계의 불안정을 불가피하게 수반했다. 중국의 존재가 여러 국가들이 미국의 의사에 반하는 선택을 할 수 있는 운신의 폭을 제공해 준 것이다.
따라서 중국 지배자들이 미국의 패권에 도전할 의향이 없더라도, 중국의 경제적
미국은 인도-태평양에서 중국을 경계하는 현지 국가들에 접근해 왔다. 이는 현지 국가 지배자들의 선택에 영향을 줬고, 중국의 맞대응도 불렀다. 이를 배경으로 지금 인도-태평양에서는 해묵은 분쟁들이 재발되거나 악화되고 있다. 인도-중국 국경 분쟁,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대만 문제 등이 바로 그런 사례들이다.
물론 지금 미국과 중국 모두 전쟁을 바라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자본주의에서 경쟁은 때로 지배자들 스스로 감당하고 통제하기 어려운 위기를 만들어 낸다. 오늘날의 장기 불황과 기후 위기처럼 말이다. 제국주의와 전쟁 문제도 그와 다를 바 없다. 우리가 결코 미래를 낙관할 수 없는 까닭이다.
핵무기
국가들의 경쟁은 궁극적으로 무력의 우위로 판별된다. 그래서 국가들은 무기를 경쟁적으로 축적하는 끔찍한 경쟁을 벌이게 되고, 이는 결국 인류를 몇 번이고 망하게 할 핵무기 경쟁으로 이어져 왔다.
핵무기의 등장은 역설적으로 강대국 간 전쟁이 제어될 수 있다는 환상도 만들어 줬다. 공멸할까 두려워서 국가 운영자들이 전쟁을 선택하지 않고 갈등을 정치적으로 풀게 된다는 것이다.
분명 핵무기의 존재는 강대국들이 한동안 서로 전면전을 벌이기 주저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경쟁의 논리는 인류가 핵전쟁에 참화에 빠질 뻔한 위기도 숱하게 만들어 냈다. 냉전 시절에 미국과 소련이 상대방의 의도와 행동을 오판해 어처구니없게도 핵전쟁이 일어날 뻔한 적이 여러 차례였다.
강대국들의 자본가 계급도 핵무기가 자칫 자신들이 누려 온 모든 부를 날릴 수 있는 위험한 무기라는 것을 잘 안다. 그러나 핵무기의 배치와 사용은 자본주의 경쟁 논리에 내재된 것이기에, 자본가 계급은 핵무기 제거에 진정한 이해관계가 없다. 지금도 미국, 중국, 러시아 지배자들은 상대방을 겨냥해 실전에서 쓸 수 있는 새로운 핵무기를 개발하고 배치하는 데 여념이 없다.
미국과 중국이 요행히 미래에 전쟁을 벌이지 않을 수도 있으나, 이는 결코 보장된 미래가 아니다. 박홍서는 한국 정부가 미
자본주의 체제의 수혜자들의 합리적 선택에 기대를 걸 수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강대국 간 갈등과 전쟁 위기를 낳는 자본주의 체제를 제거할 수 있는 운동을 건설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