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9일 전국집중 촛불:
윤석열 퇴진 지지 정서가 늘고 있음을 보여 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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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19일 세종대로에서 열린 윤석열 퇴진 촛불 집회가 지금까지 중 가장 큰 규모로 열렸다. 10월 22일 이후 한 달 만에 전국 집중 집회로 열렸는데, 그새 규모도 열기도 더 커졌다.
집회 참가자들은 숭례문부터 시청광장 앞 도로까지 세종대로 7차선을 가득 메웠다. 인도에 앉거나 서서 참가한 사람들도 많았다.
집회는 사전집회 형식으로 오후 4시에 시작됐는데, 오후 7시경 행진을 시작할 때까지 참가자가 계속 늘었다. 용산 대통령 집무실로 향하는 행진 첫 대열이 목적지에 도달할 무렵, 행진 마지막 방송차가 남대문 앞에서 출발했다. 행진 방송차에서는 생계 파탄, 평화 파괴, 정치 보복, 언론 탄압 등도 두루 언급했다.
젊은 층의 참가가 늘어난 것도 인상적이었다. 직장인·대학생들로 보이는 청년들이 삼삼오오 친구들과 함께 많이 나온 것이 눈에 많이 띄었다.
주류 언론들이 퇴진 집회를 의도적으로 외면했고, 집회 직전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로 안보 이슈에 시선이 쏠린 점을 감안하면, 이번 집회의 성공은 더욱 의미 있다.
참가자들의 기세와 자신감도 높았다. 윤석열이 퇴진해야 한다는 주장과 구호가 나올 때면 커다란 호응이 터져 나왔다.
3시 광화문 KT 사옥 앞에서 윤석열 퇴진 집회를 자체적으로 연 촛불중고생연대 청소년들은 “수능 끝, 퇴진 시작!” 구호를 외치며 일제고사 부활, 무상급식 폐지 등을 추진하려는 윤석열의 여러 악행들을 규탄했다. 이들은 집회를 마치고 윤석열 퇴진 구호를 외치며 본 대회에 합류했다.
4시 사전대회에서는 김승주 씨의 발언이 인상적이었다. 김 씨는 ‘막연하게 책임을 묻지 말라’고 한 윤석열을 반박하며, 윤석열이야말로 이태원 참사의 최대 책임자라고 비판했다. 또 윤석열은 참사로 청년들이 목숨을 잃게 만들었을 뿐 아니라 “살아 있는 동안에도 청년들의 삶을 암담하게 만든다”고 말했다.
“[고물가·고금리로 서민층 고통이 큰데] 윤석열은 임기 중에 최대 250조 원에 이르는 부자 감세를 할 거라고 합니다. 반대로 복지 예산은 물가보다 적게 올랐습니다. 윤석열이 말하는 자유는 불평등의 다른 말일 뿐입니다.”
이날 집회에는 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가족들이 따로 마련된 대기실에서 함께 참가했다. 본대회에서는 무대 화면을 통해 고(故) 이지한 씨 어머니의 BBC 인터뷰 영상을 함께 보기도 했다.
고(故) 이지한 씨의 어머니는 일선 경찰이나 소방관에게 비난의 화살이나 책임이 향하길 바라지 않는다면서 진정한 책임자들에 대한 단죄를 요구했다. “[진정한 책임자에 대한] 강력한 처벌만이 유가족들에 대한 진심 어린 사과의 표현이라고 생각합니다.”
전국 각지에서 올라온 지역 활동가들도 마이크를 잡았다. 그중 춘천에서 촛불 집회를 이어 왔다는 한 강원도민은 윤석열 퇴진과 함께 레고랜드 사태의 책임자인 강원도지사 김진태의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집회 후반부에 안민석 등 민주당 의원들이 무대에 올랐다. 그런데 이들은 민주당 당론인 대통령 사과, 장관 파면, 국정조사·특검 등을 주장했다. 퇴진 집회를 지지하며 참가했다는 점 때문에 참가자들이 환영은 했지만, 사과 요구와 퇴진 요구는 서로 대립하는 요구다.
퇴진 운동이 커지니 민주당도 기회주의적으로 한 발 걸치려는 것인데, 지지한다면서 운동의 요구를 낮추려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지금 민주당은 윤석열의 여러 공격에 단호하게 맞서지도 않고 있어 퇴진 운동에 보탬이 되지 않고 있다.
집회장 곳곳에서 “윤석열 퇴진 운동은 정당하다” 하고 주장하며 선거 심판론 등 운동 내 논쟁점들을 다룬 본지 신문과 퇴진 집회 특별 호외(무가지)도 인기를 끌었고 많은 격려를 받았다.
이는 집회 참가자들이 좌파적 주장에 (아직 지지까지는 아니어도) 열려 있음을 보여 주는 것이다. 한 여성 참가자는 퇴진 집회 특별 호외(무가지) 반포에 함께한 취재팀 기자에게 (정의당에서 나온 것인지 묻더니) “진보 정당들도 모두 퇴진 집회 나와서 힘을 합쳐야 한다” 하고 당부했다.
마지막 발언에서 주최측 상임대표인 김민웅 목사는 “더 많은 단체와 정치권이 함께하는 윤석열 퇴진 운동이 필요하다”며 범국민운동본부를 제안하고, 이를 위한 원탁회의를 제안·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집회가 끝난 뒤 참가자 대부분이 용산 대통령 집무실 방향의 행진에 함께했다. 대단한 행진이었다. 행진이 끝난 뒤에도 사람들은 여운이 가시지 않는 듯 한동안 자리를 떠나지 않고 “윤석열은 퇴진하라” 구호를 계속 외쳤다. 특히 대통령 집무실 앞까지 간 대열이 가장 마지막까지 구호를 외치며 투지를 다졌다.
집회 주최측은 이태원 참사 희생자 49재를 겸해 12월 17일 다시 전국 집중 집회를 열겠다고 발표했다. 그전까지는 매주 토요일 지역 촛불 집회가 이어질 것이다.
민주노총과 정의당·진보당 등 노동계급 대중 조직들이 윤석열 퇴진 집회와 의식적으로 거리를 두는 상황에서도 이 집회가 커진 것은, 더 넓은 저변에서 윤석열 반대 정서가 자라고 있는 현실을 반영한다.
이태원 참사 후 윤석열이 책임지는 모습을 전혀 보이지 않고, 오히려 친기업·친부자·친제국주의·반노동 공세를 더욱 권위주의적으로 펴려 하는 것에 개혁 염원 대중의 반감도 커지는 것이다.
퇴진 집회 확대로 드러난 윤석열 반대 염원의 성장세에 발맞춰, 다음 집회에는 더 많은 사람들이 참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좌파들도 이 퇴진 운동의 일부가 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