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8일 윤석열 퇴진 전국 집중 집회:
물가 폭등에 이어 야당 지도자 구속까지 시도하자 분노가 터져 나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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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8일 윤석열 퇴진 전국 집중 집회는 매우 격앙된 분위기 속에서 열렸다. 이는 이날 집회 공식 구호인 “윤석열을 타도하자”와도 잘 맞아떨어졌다.
연단 발언에서 그리고 행진과 집회에 참가한 많은 이들이 검찰의 이재명 민주당 대표 구속영장 신청에 분노했다. 1년 반 가까이 이재명에게 범죄자 낙인찍기를 해 왔지만, 막상 검찰은 구속영장 신청 사유에 확실한 물증을 제시하지 못했다. 정적 제거를 위해 검찰권을 남용한 것이다.
자유 발언, 방송차 연설 등에서 거듭 얘기됐듯이, 이런 식의 행태가 용납되면 윤석열의 칼끝은 윤석열에 반대하는 사람들에게는 더 쉽게 확대될 것이다.
오후 3시 용산 대통령실 인근 차도에서 시작된 사전 집회에서 김민웅 촛불행동 상임대표가 그 점을 지적했다.
“저들의 정적 제거, 야당 탄압은 지금 이재명을 직격하고 있습니다. … 검찰 독재의 사냥감은 이재명만이 아닙니다. 자신에게 반기를 든 국민들 모두입니다. … 이제 거침없이 ‘타도!’입니다. 항쟁의 본때를 보여 줍시다.”
김민웅 대표는 윤석열 정부가 위기이기 때문에 더욱 거칠게 나오고 있다고도 지적했다.
김민웅 대표 발언 후 전국에서 모인 참가자들이 본대회 장소로 행진을 시작했다. 행진은 대형 방송차 4대까지 이어질 만큼 길었다. 행렬은 각 지역에서 올라온 참가자들의 다양한 깃발과 각종 팻말로 빼곡했고, 손수 팻말을 만들어 온 참가자들도 있었다.
참가자들은 윤석열에 대한 분노로 한껏 격앙된 분위기 속에서 구호를 외쳤다. 방송차에선 “윤석열 집권 자체가 참사”라며 잘못된 정책들을 폭로했다.
“난방비 때문에 난방 끄고 집에서도 외투 입고 지냈습니다. 그런데 윤석열 정부는 민생은 내팽개치고 정적 제거에 몰두합니다. ... 긴급 생계비 대출해 주겠다며 15.9퍼센트 고금리 대출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게 정부입니까? 사채업자입니까?”
참가자들은 뒷구호를 “몰아내자”, “때려잡자” 등으로 바꿔 외치며 분노를 표현했다.
행진 대열이 서울역을 지날 때, 마침 “공안탄압 중단하고 불법하도급 근절하라” 하며 집회를 하던 민주노총 건설노조와 마주쳤다. 행진 대열은 건설노조를 향해 “건설노조 탄압 중단하라”고 구호를 외치며 응원을 보냈고, 일부 건설노조 조합원들도 주먹을 쥐어 올리며 화답했다.
행진 대열 주변에서 구호를 같이 외치고 팻말을 받아가거나 대열에 합류하는 시민들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이재명 구속영장 신청은 윤석열의 반대 세력 재갈 물리기의 일환으로 유권무죄 현실도 드러냈다.
18일 오전엔 국가정보원과 경찰이 박현우 진보당 제주도당 위원장, 고창건 전국농민회총연맹 사무총장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체포했다. 또 낮에는 문재인 정부 시절, 종편 채널 재승인 과정에서 TV조선의 점수를 고의로 낮췄다는 혐의로 당시 방송통신위원회 재승인 심사위원장 윤 모 교수가 구속됐다.
건설노조 지역지부들에 대한 압수수색이 이어지고 있고, 윤석열 정부에 비판 보도를 해 온 〈더탐사〉 강진구 기자에게도 경찰이 다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반면, 50억 원을 받은 곽상도에게 무죄 판결이 나오는 과정에서 검찰은 (검찰 게이트가 되는 걸 막으려고) 고의로 수사를 회피했다.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유죄 판결이 나왔지만, 그 조작에 연루돼 수익을 얻은 대통령의 아내 김건희를 검찰은 수사조차 하지 않았다.
이날 윤석열 타도를 외친 수만 명의 사람들은 윤석열의 이런 권위주의적 작태가 결국 계급 불평등 질서를 보호하려는 것이고, 경제 위기 고통 전가 공격으로 이어질 것을 직감으로 꿰뚫고 있었다. 이 점은 행진·본대회 발언과 참가자들의 반응에서 잘 드러났다.
5시부터 열린 본집회는 전국 곳곳에서 올라온 지역 촛불행동 대표들의 발언으로 시작했다. 전국 곳곳에서 올라온 지역 대표들의 투쟁 각오 발언은 사전 행진으로 고조된 분위기를 더욱 투쟁적으로 만들었다.
이날 집회 연단 발언은 이재명 구속영장 규탄뿐 아니라 윤석열의 고통 전가 공격에 대한 규탄이 많았다.
연단의 첫 발언은 이국언 일제강제동원 시민모임 이사장이었다. 이국언 이사장은 윤석열 정부가 한미일 군사 공조를 위해 친일 정책을 편다며 비판했다.
“[강제 동원] 피해자들의 권리를 방해하려고 온갖 수단 방법 가리지 않는 대통령, 그 꼴 도저히 보고 있을 수 없습니다. ... 도대체 누구의 명예를 회복해 주려고 하는 겁니까? 양금덕 할머니가 오죽하면 이런 대통령 옷 벗고 내려와야 한다고 말씀하셨겠습니까?”
경제 위기 고통 전가
김수형 한국대학생진보연합 상임대표는 윤석열 정부의 경제 위기 고통 전가 정책에 시름하는 서민과 청년들의 현실을 폭로했다.
“최악의 난방비 고지서를 맞닥뜨린 국민들이 보일러 돌아가는 소리를 두려워하며 집에 텐트와 침낭을 펴고 살 때 윤석열 정부가 한 일은 무엇입니까? … [윤석열은] 부자들의 배를 불려 주느라 부족해진 세금을 또다시 서민 복지 예산에서 삭감[해서 채운다]고 합니다. … 13년 만에 대학 등록금을 인상한다고 합니다. 자취방 월세까지 오르며 대학생들의 부담이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이날 집회에는 민주노총 소속의 이규선 금속노조 경기지부장이 참석해 발언했다. 이규선 지부장은 윤석열의 노동개악의 위선을 꼬집고 퇴진 집회 지지를 분명하게 표명했다.
“윤석열은 노동자들이 생존권을 위해서 투쟁하면 폭력이니, 협박이니, 불법이니 합니다. … 하나만 묻겠습니다. 곽상도 아들이 퇴직금으로 50억 받은 것은 합법입니까, 불법입니까? 윤석열은 ‘같은 근로자 간에도 임금이 몇 배 차이 나는 사회는 정상이 아니다’[라며 임금체계 개악을 하려] 합니다. … 또 하나 물읍시다. 곽상도 아들이 퇴직금으로 50억 받은 것은 공평하고 정의로운 겁니까?
“윤석열이 야당 대표 구속영장 때리고, 언론 탄압하고, 민주노총 마구 때리고, 시민들한테 물가 폭탄 세금 폭탄을 안기니 어느 누가 윤석열 퇴진 투쟁에 나서지 않겠습니까? 이제 노동자들이 거대하게 거대하게 들고 일어날 것입니다. 이제 봄이니까요. 윤석열 퇴진할 때까지 촛불, 화이팅!”
민주노총 간부가 퇴진 집회 연단에 서서 퇴진 요구 지지를 표명하자, 참가자들은 매우 반겼다. 다음 번엔 조합원들을 조직해 참가하면 더욱 좋을 것이다.
지난해 퇴진 집회에서 윤석열 퇴진 발언을 했던 민주당 유정주 의원도 연단에 올라 이재명 구속영장 신청을 규탄하며 윤석열 퇴진, 김건희 특검, 곽상도 무죄 규탄 구호를 외쳤다.
마지막 발언자인 양희삼 목사도 이재명 구속영장 신청과 버스 기사 800원 횡령 유죄 판결, 곽상도 무죄 판결 등을 대비시키며 윤석열을 규탄했다.
“택시비, 전기 요금 다 오릅니다. 가스 요금 비싸다고 아우성인데, 50퍼센트까지 더 오를 거라고 합니다. 서민들은 어떻게 살라는 겁니까? 자기 엉덩이를 위해 2000만 원이 넘는 변기를 깔고 앉아도, 국민들은 죽어 나가든 말든 모르겠다는 것들 아닙니까? 버스 기사 800원은 유죄인데, 곽상도 아들 50억 원은 무죄랍니다. 윤석열이 대통령이기에 벌어지는 일입니다. 이런 사법부에 분노하는 것이 진영의 문제입니까?”
공교롭게도 800원을 실수로 챙긴 버스 기사를 해고한 것이 정당하다고 판결한 판사는 바로 지난해 윤석열이 첫 대법관 후보로 지명(임명)한 오석준이었다.
촛불행동은 예고한 대로 집회가 끝난 후 남대문 맞은편 인도에 천막을 치고 ‘윤석열 타도 범국민농성단’을 시작했다. 촛불행동은 릴레이 단식 농성으로 천막 농성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윤석열이 경제 위기 고통 전가를 위해 갈수록 거칠게 나오는 상황에서 윤석열 퇴진 집회에 또다시 수만 명이 모인 것은 의미 있는 일이다. 또한 이날 집회는 윤석열의 권위주의적 행태와 불평등 정책에 대한 분노가 연결될 수 있음을 보여 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