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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방비 폭탄 대책 — 요금 인상 철회 없이 지원금으로? 기후 위기 대응 위해 감수하자?

안녕하세요. 노동자연대 TV의 시사/이슈 톡톡입니다. [시사/이슈 톡톡] 다양한 시사/이슈 문제를 어떻게 봐야 하는지, 팩트부터 배경, 운동 논쟁점까지 좌파적 관점에서 살펴봅니다.

요즘 노동자·서민들이 난방비 폭탄으로 크게 고통받고 있는데요. 윤석열 정부는 난방비 인상 불가피론과 이전 정부 핑계로 시간을 때우다 뒤늦게 형편없는 대책을 내놓았죠.

오늘 이 시간에는 정치권이 내놓은 난방비 대책을 살펴보고, 그것으로 충분한지, 진정한 대안은 무엇인지 등을 따져보도록 하겠습니다.

정의당, 진보당 등 좌파들의 입장도 살펴보려 하는데요. 이와 관련해서, 기후 위기의 대응을 위해서는 난방비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노동자 연대〉 신문의 강동훈 기자 나와 계십니다. 안녕하세요?


우선 난방비가 최근 어느 정도 인상됐는지, 앞으로는 얼마나 더 오를 것으로 예상되는지 알아 보도록 하겠습니다. 지금 난방비 인상 수준, 어느 정도인가요?

2022년 네 차례(4, 5, 7, 10월)에 걸쳐 주택용 도시가스요금이 38.4%나 올랐습니다. 1년 전과 난방 사용량이 똑같아도 40% 가까이 오른 요금을 내야 한단 뜻이죠.

여기에다 12월에는 엄청난 한파가 찾아왔습니다. 그래서 도시가스 사용량이 11월보다 두 배가량 늘었고, 인상된 요금이 적용되자 1월에 ‘난방비 폭탄’ 요금 고지서가 나온 겁니다. 예상된 일이었죠.

날씨가 12월보다 더 추운 1월 가스 사용량이 반영된 2월 고지서는 더 큰 폭탄일 게 뻔합니다. 이미 고금리, 고물가로 고통 받아 온 서민층 사람들은 한 달에 수십만 원의 난방비를 더 내느라 허리띠를 졸라 매야 하는 처지가 된 것입니다.

난방비, 왜 이렇게 오르고 있는 것인가요? 난방비 인상 원인에 대해서 좀 짚어 주시지요.

지난해 2월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의 영향이 큽니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과 러시아 사이의 제국주의적 갈등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터진 건데요.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럽 여러 나라들이 러시아를 제재하니까, 러시아는 유럽으로 향하는 가스관 밸브를 잠가 버렸습니다. 결국 유럽 국가들이 러시아 외에 다른 나라들에서 천연가스 수입을 늘리면서 국제 천연가스 가격은 치솟았습니다.

우리 나라가 사용하는 액화천연가스(LNG)의 국제 현물 시세는, 재작년을 기준으로 하면 지난해에는 최대 10배까지 올랐었고, 그 후 꽤 내린 올해에도 여전히 2배 수준입니다.

그런데 국제 에너지 가격이 폭등하는 상황에서 한국은 다른 나라에 비해 가스 요금이 덜 올랐다는 얘기도 있어요. 그래서 가스공사의 적자가 누적됐고, 이제 요금 인상은 어쩔 수 없다는 주장이 있는데요. 이런 난방비 인상 불가피론을 어떻게 봐야 하나요?

처음에 말씀 드린 것처럼, 한국 가스 요금은 2021년부터 최근까지 40퍼센트 가까이 올랐습니다. 같은 기간에 유럽이나 미국 등은 가스 요금이 2~3배로 인상됐으니, 한국 가스 요금이 덜 오른 것은 사실입니다.

물론 한국가스공사가 적자를 감수한 요인이 있습니다. 그러나 유럽과 달리 한국가스공사는 수입량의 80퍼센트 정도가 장기계약분이라 국제 시세의 영향을 덜 받는 점도 있습니다.

아무튼 한국가스공사가 지난해에 국제 가스 가격보다 국내에 싸게 공급한 건 사실이고, 그래서 일종의 적자인 ‘미수금’이 7조 원가량 불어나, 전체 미수금이 9조 원에 이른다고 합니다.

그런데 한국가스공사가 이 적자를 미수금이라고 부르는 것을 주목해야 합니다. 즉, 아직 받지 못한 돈이라는 건데요. 이는 역대 한국 정부가 국제 연료비의 변동에 따라 국내 에너지 요금을 즉각 변동할 수 있도록 ‘연료비 연동제’를 추진해 왔기 때문입니다.

연료비 연동제는 필수재인 에너지의 가격을 정부가 통제하지 않고 시장의 변동에 내맡기겠다는 신자유주의 정책의 일환입니다. 그런데 국제 연료비 인상을 나중에라도 가스 요금 인상으로 받아내겠다는 것 자체가 문제입니다.

가스공사는 9조 원 가까운 미수금을 2026년까지 전액 회수하기 위해 올해에도 가스 요금을 무려 80% 더 올려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올해 가스 요금이 2021년의 2.5배로 오르는 겁니다. 올해 말 겨울에 서민들에게 엄청난 난방비 폭탄을 떨어뜨리겠다는 것이죠.

난방비 인상이 우크라이나 전쟁 등 주로 국제적 요인이라면 한 나라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는 거 아니냐,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는데요. 어떤가요? 이런 상황에서 정부에 무엇을 요구해야 할까요?

물론 한국 정부가 국제적인 천연가스 가격 변동에 영향을 미치기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국제 천연가스 가격이 널뛴다고 해서 국내 가스 요금을 저렴하게 유지하지 못할 까닭은 없습니다.

가정용 난방 연료는 필수재이므로 정부가 최대한 저렴한 가격으로 사람들에게 공급하라고 요구해야 합니다. 가스뿐 아니라 전기·수도·대중교통 같은 필수 공공 서비스의 요금을 연료비에 연동해 변경하는 것 자체가 문제입니다.

이런 필수적인 공공 서비스들은 정부가 지원해, 공기업들의 적자를 메우고 노동자 등 서민에게 저렴하게 공급해야 마땅합니다.

현재 윤석열 정부는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미국의 편을 들면서, 전쟁이 장기화하는 데 일조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크라이나 전쟁이 악화시킨 물가 상승, 난방비 폭탄, 금리 인상의 고통은 모두 평범한 사람들이 지고 있습니다.

정부에 기업·부자 감세 말고 필수적인 공공 서비스를 저렴하게 공급하고,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을 하지 말라고 요구해야 합니다. 좌파는 난방비 폭탄 같은 생계 위기에 맞서는 투쟁과 제국주의에 맞선 투쟁을 연결하려 노력해야 합니다.

윤석열 정부는 난방비 인상 대책으로 취약계층 에너지바우처 지원책을 내놨는데요. 그 문제점을 살펴보겠습니다. 얼마나 효과가 있을 거라고 보시나요?

윤석열 정부는 1월 26일과 2월 1일에 난방비 대책을 발표했습니다.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 계층에 59만 2000원씩을 지원한다는 대책입니다. 전체 가구의 약 10퍼센트 정도인 200만 가구가 혜택을 볼 거라고 합니다.

그러나 이 정도로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취약계층이 흔히 거주하는 오래된 주택은 난방 효율이 떨어져 훨씬 많은 난방비를 쓰고도 실내 온도가 낮은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처음 발표한 방안에는 이미 가스 요금을 못 내 도시가스가 끊긴 가구, 지역난방을 사용하는 가구, 도시가스 대신 등유·연탄·LPG 등을 사용하는 가구 등에 대한 대책은 빠졌었습니다. 에너지바우처 지원 대상인데도 신청 방법을 몰라 혜택을 받지 못한 가구가 수십만에 이른다는 조사 결과도 발표됐죠. 이런 문제는 선별식 복지가 흔히 갖는 문제들입니다.

정부 대책의 가장 큰 문제는 평범한 대부분의 가구에 대한 대책이 전혀 없다는 것입니다.

선별식 복지 방식으로 지원 범위가 매우 좁다는 것이군요. 지금 민주당은 정부 대책을 비판하고 있는데, 민주당이 내놓은 난방비 대책은 무엇인가요? 문재인 정부 시절에는 전기가스 요금에 대해 어떤 정책을 취했는지도 알고 싶네요.

민주당은 현재 난방비 대책으로 소득 하위 80퍼센트 이하 가구에 1인당 10만~25만 원씩 총 7조 2000억 원 지원하자는 방안을 내놨습니다. 그리고 이를 위한 추경 편성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런 대책은 서민들의 고통을 경감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지원금 지급 방식은 일시적인 효과밖에 없다는 약점이 있습니다. 난방비 문제가 2025년까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데, 앞으로 난방비 폭탄이 터질 때마다 또 지원금을 줄 건가요?

정부가 상시적인 지원을 늘려 난방비 같은 필수 공공요금 인상을 억제해야 합니다. 이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그러나 민주당은 가스 요금 인하는 말하지 않고 있습니다. 민주당도 제가 앞서 설명드린 연료비 연동제라는 신자유주의 정책을 큰 틀에서 지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문재인 정부가 전기·가스 요금의 연료비 연동제를 추진했죠.

게다가 지원금 지급 방식은 불필요한 형평성 논란을 일으키기도 쉽습니다. 민주당은 소득 하위 80퍼센트 가구를 지원하자는 건데, 어디까지 지원해야 하는지를 두고 논란이 벌어질 수 있는 것이죠.

정의당, 진보당 등 좌파 정당들도 일제히 정부 비판 입장을 내놨는데요. 어떤 대안들을 내놓고 있나요? 이와 관련해 이 당들의 에너지 요금 정책에 대해서도 살펴보겠습니다.

정의당과 진보당은 모든 가구에 난방비 30만 원씩 지원하는 방안을 내놓았습니다. 선별이 아니고 모든 가구에 지급하는 것이니 민주당 안과 비교해 모든 서민 가구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또, 민주당 안보다 형평성 논란도 덜할 것입니다.

그러나 정의당과 진보당도 전기·가스 요금 인하를 적극적으로 요구하지 않고 있습니다.

최근 진보당은 “서민 가스 요금 동결”을 주장하기 시작했는데, 강조점은 여전히 난방비 지원에 있는 듯합니다. 진보당은 2월 11일 난방비 폭탄에 항의하는 집회를 열었습니다. 매우 좋은 일이죠. 이 집회에서도 요금 동결은 몇 차례 언급되는 정도였고 핵심 요구는 지원금 지급이었습니다.

정의당도 “무리한 가스요금 인상 철회”를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지만, 이는 최근 국제 가스 가격이 인하됐으므로 국내 가스 요금을 인상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지, 애초에 가스 요금을 저렴하게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은 아닙니다.

그럼 민주당이 내놓은 대책과 마찬가지로, 난방비 폭탄이 터질 때마다 지원금을 지급해야 하느냐 하는 문제에 부딪히겠죠.

이전에도 정의당과 진보당은 전기 요금 인하를 지지하지 않았습니다.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책을 요구하긴 했지만요. 기후 위기 해결을 위해 에너지 소비를 줄여야 하고, 그러려면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보기 때문인 듯합니다.

취약계층은 지원하되 기후 위기 해결 위해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고요?

네, 그렇습니다. 정의당과 진보당의 관점은 노동자들도 기후 위기 해결을 위해 어느 정도 희생에 동참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러나 지금 기후 위기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는 진정한 원인은 바로 각국 정부와 기업들이 화석연료 사용으로부터 큰 이득을 보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들을 굴복시키려면 더 광범한 사람들을 기후 운동에 참여시켜야 하고, 특히 노동자 대중을 운동에 동참시키는 것이 결정적으로 중요합니다.

그러나 노동자들도 비용을 일부 내야 한다는 방식은 기후 운동이 성장하는 데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입니다. 에너지 요금을 더 내자는 것은 대중적 운동이 되기 힘들 뿐 아니라 오히려 노동자 등 서민층을 기후 운동으로부터 이반시키는 효과를 낼 것입니다.

취약 계층을 제외한 나머지 사람들에게까지 전기요금이나 난방비를 지원하는 건 에너지 낭비를 부추기는 것이고 기후 위기에 악영향을 준다는 생각이 있는 것 같은데요. 어떻게 봐야 할까요?

현실에 맞지 않은 주장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노동자·서민이 생계비 문제로 큰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서민층이 에너지를 펑펑 사용하며 낭비하고 있을까요? 오히려 난방비를 줄이려고 사용량을 최대로 줄이고 있을 겁니다. 이번 난방비 폭탄이 터지기 전에도 온갖 난방용품 판매가 급증했었는데요, 이를 보면 서민층은 에너지를 최대한 절약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연료 사용으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량을 봐도 가정용 난방은 조금이더라도 줄고 있지만, 에너지 기업과 제조업체들의 배출량은 대거 늘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난방비 폭탄을 외면하는 건 생계비 위기만 더 깊어지게 만들 뿐입니다.

일부 좌파나 환경 운동 일각에서는 값싼 전기, 값싼 가스에 반대하고 있습니다. 난방비 폭등을 오히려 기후 위기 대응의 기회로 삼자는 주장도 나오는데요. 기후 위기와 난방비 폭등 둘 다 보통 사람들의 삶에 큰 타격을 주고 있는 상황에서, 이런 주장을 어떻게 봐야 할까요?

이런 논리에는 소비자들의 선택을 바꾸는 것이 기존의 에너지 시스템을 바꿀 대안이라는 생각이 깔려 있는 듯합니다. 그래서 가스 요금이 오르면 재생에너지를 이용한 난방이 늘고, 단열이 잘되는 집으로 고치는 등의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이죠.

그러나 가격 인상을 통해 수요를 줄인다는 수요 조절책의 핵심 문제는 가난할수록 비용 부담이 커지고, 부자는 소비를 지속한다는 것입니다. 본질적으로, 가난한 이들에 대한 징벌적 규제입니다.

게다가 대다수 노동자·서민은 자신이 어떤 에너지를 얼마만큼 소비할지 결정할 권한을 갖고 있지 않습니다. 난방 연료는 무엇으로 할지, 주택을 지을 때 단열재를 얼마나 쓸지, 발전소는 화력으로 지을지 풍력으로 지을지 등 이 모든 것을 결정할 권한은 모두 건설회사·발전회사·정부가 독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기후 위기로부터 더 큰 피해를 보는 것도 보통 사람들입니다. 더 추워진 겨울과 더 더운 여름을 나기 위해 더 많은 냉난방비를 써야 하는 건 단지 한 사례일 뿐이죠.

수십 년치 월급을 모아야 겨우 집 한 채 마련할 수 있는 서민들더러 단열재를 위해 집에 더 많은 돈을 들이라고 하는 게 현실적일까요? 치솟는 전기·가스 요금에 한숨부터 나오는 상황인데요. 난방비 폭등이 기회라는 정책 방향은 효과를 거두기보다 오히려 평범한 사람들을 기후 운동으로부터 이반시키는 위험을 초래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난방비 대란에 가장 필요하고 효과적인 대책이 무엇인지 정리해 보겠습니다. 그런 대책이 현실성이 있냐, 자원은 어디서 마련할 거냐 이런 문제도 함께 얘기해 주시죠.

앞서 살펴본 것처럼, 현재 난방비 폭탄 문제는 윤석열 정부가 서민 생활 안정을 위해 재정을 쓸 생각이 전혀 없기 때문에 벌어지고 있습니다. 역대 정부들이 연료비 연동제를 추진한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가정용 난방은 필수재입니다. 이런 필수재는 정부가 최대한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해야 마땅합니다. 전기·수도·대중교통 같은 다른 필수 공공 서비스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필수적인 공공 서비스들을 저렴하게 유지하도록 정부가 재정을 상시적으로 지원하라고 요구해야 합니다.

이를 위한 재원은 있습니다. 윤석열 정부는 기업과 부유층 감세로 매년 십수조 원을 깎아줬습니다. 이 돈만 다시 거둬도 난방비 폭탄 문제를 해결할 수 있습니다.

단열이 잘되는 집을 늘려 난방용 에너지 소비를 줄여야 하는데, 이를 위한 지원도 정부가 해야 합니다. 양질의 공공임대주택 확대 같은 정책이 필요한 겁니다. 이를 위해 정부가 부유층에게 더 많은 세금을 거둬 재정을 써야 합니다.

이렇게 노동자·서민의 생활고 문제를 중심에 두고, 저렴한 에너지 요금을 위한 재원 마련과 재생에너지로의 전환 비용을 부자와 기업주들에게 걷자고 촉구해야 대중 운동을 건설할 수 있습니다. 그래야 그런 요구를 관철할 힘, 사회를 변화시킬 힘을 모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