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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제2공항 추진:
제주를 미국의 대중국 전초기지로 만들려는 것

윤석열 정부가 제주도 제2공항 추진을 본격화했다. 제주 서귀포 성산읍에 제2공항을 건설한다는 국토교통부의 계획을 3월 6일 환경부가 조건부로 승인했다.

국토부 장관 원희룡은 제주도지사 시절 내내 제2공항을 끈질기게 시도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지만, 이번엔 달랐다. 제주 제2공항은 윤석열의 대선 공약이었다.

제주도의 평화 단체들과 정의당·진보당·노동당 등의 좌파 단체들은 계획의 즉각 철회를 요구했다.

국토부와 제주 상공회의소 등은 기존의 제주공항이 포화 상태에 이르러, 늘어나는 관광객 수요 등을 고려하면 제2공항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2018년 제주해군기지 앞바다에서 열린 해군 국제관함식 ⓒ출처 해군

그러나 제2공항 건설은 환경 파괴, 난개발의 부작용을 낳을 게 뻔하다. 제주 성산의 아름다운 풍경이 대형 토목 공사로 사라질 것이다.

그런데 제2공항은 단순히 관광업 진흥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3월 7일 제주 강정 구럼비 폭파 11주기 집회를 연 제주도 내 좌파·평화 단체들은 제2공항이 “강정의 비극”을 되풀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강정 해군 기지 건설 때도 정부와 군은 ‘민관 합동 미항()’ 운운했다. 그러나 지난 6년 동안 정부가 말한 크루즈선(민간 대형 관광선)은 한 번도 온 적이 없다. 대신 미국 해군의 최신 이지스구축함, 핵항공모함 등이 수차례 정박했다.

2018년에는 미국 항공모함과 일본 해상자위대의 전투함들이 참가한 대규모 관함식이 열렸다.

그러므로 가장 큰 위험은 “제주도의 군사화”에 있다.

제주도에 핵 배치?

지난해 12월 말 국민의힘 북핵위기대응특별위원회의 최종 보고서가 파문을 일으킨 바 있다. 당시 특위 위원장은 육군교육사령부 사령관 출신 3선 의원인 한기호였다.

언론을 통해 공개된 보고서에는 미국의 핵무기를 제주도로 전진 배치하고, “상황이 악화될 경우 제주도를 전략 도서화하는 문제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제2공항에 미국의 전략 폭격기들이 이용할 수 있는 수준의 활주로를 만들어야 한다는 내용도 있었다.

파문이 일자, 국민의힘과 한기호는 최종 보고서가 아닌 “지라시”라고 발뺌했다. 하지만 기자들이 입수한 보고서는 국민의힘 의원들에게서 구한 것이었다. 한기호 자신도 특위 활동을 마치는 기자 간담회에서 보고서 내용에 부합하는 발언을 했다. “[새로 만들] 공항이 충분한 활주로를 확보하면 좋겠다.”

제주 공군기지가 처음 거론된 것도 아니다. 애초 해군기지와 함께 공군기지도 함께 추진됐었다. 반발이 크자, 노무현 정부가 강정 해군기지를 먼저 추진한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국방장관 정경두는 공군참모총장 시절, 제주도에 공군부대를 배치하겠다고 공언했다.(부대 기지를 제2공항에 포함시키려는 것)

제주도지사 오영훈에 따르면, 지난해 가을 국민의힘 북핵특위 세미나에서는 장차 제주에 공군부대, 미사일부대, 해군부대, 해병부대 등을 배치할 계획도 토론됐다고 한다.

제주도에 미군도 이용할 수 있는 공군기지를 만들려는 목적은 강정 해군기지의 목적과 똑같다. 제주도를 중국을 포위할 미국과 한국의 전초기지로 활용하려는 것이다.

한국 지배자들은 지난 수십 년간 한미동맹을 통해 미국 중심 국제질서 속에서 경제 성장을 이루고 국제정치적 위상을 높여 왔다. 중국과의 관계도 중요하지만, 미국 제국주의 질서의 유지가 더 중요하다고 보는 것이다.

제주도는 동아시아 해상의 전략적 요충지이다. 태평양전쟁 말미에 일제도 제주도를 요새화해 미군과 싸우려고 했다. 이승만(중국 혁명 직전)과 박정희(1969년)는 제주도를 미국에 (해·공군) 군사기지로 제공하겠다는 제안을 했었다.

특히 대만 해협에서 미·중 간 긴장이 고조되는 현 국면에서 제주도는 미국에게 매우 유용한 요충지가 될 수 있다. 제주도는 “미군 기지의 섬”이라 불리는 오키나와보다 중국 본토에 더 가깝다. 중국 해군의 주력 함대인 북해함대(칭다오 기지), 동해함대(상하이 기지, 닝보 기지)와 600킬로미터 안팎 거리에 있다. 대만과도 그리 멀지 않다.

지난해 미국 하원의장 낸시 펠로시가 대만을 기습 방문한 직후 주한미군은 대만해협 상공에 전략정찰기 U2를 파견했다. 그 항로는 제주 상공을 지났다. 제주에 미군이 이용할 공군기지가 생기면, 대만 유사시 더 빠르게 이동할 수 있다.

정욱식 한겨레평화연구소 소장은 주한미군에서도 근무했던 미해군 작전장교 출신 데이비드 서치타의 2013년 보고서(“제주해군기지: 동북아의 함의”)를 인용해 제주 군사기지화의 위험성을 경고한다.

“대만해협에서 무력 충돌이 발생하면, 제주해군기지를 이용하는 미국 함정과 잠수함, 그리고 항공모함은 남쪽으로 향하는 중국의 북양함대를 막을 수 있다. 또 중국의 동양함대의 측면을 공격하는 데에도 효과적이다.”(데이비드 서치타의 보고서 중)

즉, 대만 유사시 멀리 떨어진 미군 전력이 중국 해군보다 대만해협에 늦게 도착하는 사태를 방지하는 데에 제주 기지가 결정적으로 유용하다는 것이다.

친기업 일간지 〈매일경제〉가 마련한 기업인들의 2021년 제주해군기지 방문 행사에서는 이런 발언도 나왔다. “전략적 요충지인 제주도에 전략기지를 갖고 있는 것은 절대 침몰하지 않는 항공모함 한 척을 확보한 것과 같다.”

이는 제주 기지가 공격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낸시 펠로시의 대만 방문 당시 중국은 대만 해협에서만 보복성 위협 훈련을 한 것이 아니다. 칭다오 기지의 북해함대도 산둥반도 해역에서 공격적 해상 훈련을 벌였다. 일차로 평택 주한미군기지를 겨냥했겠지만, 제주 해군기지도 작전 대상에 포함됐을 것이다.

강제동원 ‘해법’ 합의와 일맥상통

미군은 올해 2월 말부터 3월 초까지 최신 이지스구축함을 제주 기지에, 핵 추진 잠수함을 부산 기지에 정박시켰다. 3월 13일에는 대규모 한미 군사 연습을 실시한다. 한·미·일 군사 공조도 강화되고 있다.

북한 위협을 명분으로 제시하지만, 이런 훈련들은 중국 포위 전략이자 대만 유사시를 대비한 군사 연습의 일환이다. 국민의힘 북핵특위 세미나에서 상륙 부대인 해병부대 배치 계획이 언급된 것도 예사롭지 않다.

이처럼 제주 제2공항 추진은 강정 해군기지와 함께 사실상 미군의 대중국 전초기지 구실을 할 공군기지를 만들려는 계획이다.

윤석열은 미국의 대중국 포위 전략에 적극 협조하는 게 한국 자본주의의 국제적 위상과 경제적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보는 듯하다. 최근 일제 강제동원 문제 관련 한일 합의도 이 맥락에서 이해해야 한다. 윤석열은 조만간 일본과 미국을 연달아 방문해 정상회담을 한다.

그러나 정부의 이런 노선은 동아시아와 한반도 전체를 더 커다란 군사적 긴장 속으로 몰아넣을 것이다. 이를 멈추려면 윤석열 정부를 멈춰 세워야 한다.

ⓒ김문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