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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생각한다
한미 정상회담은 윤석열을 구원해 주지 못할 것이다

4월 26일 미국에서 한미 정상회담이 열린다. 올해는 한미동맹 70주년이 되는 해로, 미국은 이번 회담에서 윤석열을 국빈 자격으로 대접하겠다고 했다.

미국 하원 외교위원장이 4월 6일 방한해 윤석열에게 방미 중 미 의회 상·하원 합동 연설을 요청했다.

한미 양국은 한미동맹을 “글로벌 포괄적 전략 동맹”으로 발전시키자는 데 이견이 없다. 전 세계적인 수준에서 격화된 미·중 간 경쟁에서 한국이 미국 중심의 기존 국제 질서를 지키는 데 함께하고 그 과정에서 상호 이익을 얻겠다는 것이다.

한미 정상회담은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경제적·군사적 경쟁을 격화시키는 위험으로 더 나아가는 회담이다 ⓒ출처 대통령실

미국이 얻는 이익은 명백하다. 미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을 통해 미국이 중국과 경제 관계가 깊은 한국이나 일본을 중국과 멀어지게 하면 중국의 추격을 늦추거나 좌절시킬 수 있다.

미국은 북한의 핵전력 고도화를 빌미로, 일본의 군사대국화(미국 역할의 분담)와 한미일 군사 협력(중국 봉쇄 효과 증대)에 대한 한국의 동의를 이끌어 냈다.

또한 미군의 해외 기지 중 최대·최신인 평택 기지는 세계에서 중국과 가장 가깝다.

최근 나토 사무총장은 한국이 탄약 생산을 늘려 나토 가맹국에 보내는 것은 결국 나토의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과 마찬가지라며 감사를 표했다.

한국은 무엇을 얻을까? 중국을 배제하는 반도체 공급망 재편으로 중국의 기술적 추격을 따돌리고, 현 군사력 수준에 걸맞은 국제적인 위상을 확보해 한국 자본주의의 성장에 활용하려는 것이다. 중국 경제가 성장하면서 한국과의 기술 격차가 좁혀지고 있기 때문에 한국 기업들도 나름의 도박을 거는 듯하다.

IMF(국제통화기금)가 4월 5일 발표한 보고서를 인용한 보도들을 보면, 최근 미국이 중국과 베트남에서 반도체 등의 직접투자(FDI)를 줄인 반사이익을 한국 등이 얻고 있다고 한다.

한국은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보다 군사력 순위가 더 높은데, 미국의 양해와 보증 아래서 방산 수출을 늘리고, 자체의 무장 강화와 군사력 활동 범위 확대를 얻고자 한다.

북한의 핵전력 고도화로 인한 한국 지배계급의 우려가 커지면서, 미국의 안보 우산이 더 중요해졌고, 미국은 이를 이용해 한미일 군사 공조를 강화하려 한다.

한국이 이에 협조하는 대가로 한미 정상회담 후에 한국을 G8에 포함시켜 위상을 높여 줘야 한다는 의견이 미국에서 나오고 있다.

종합하면, 한미 간에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가장 핵심 부분은 미국이 주도하는 현 국제 질서(“규칙 기반 질서”)를 유지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미국은 한국에 더 많은 협조를 요구하고, 한국은 그 대가로 군사적·경제적 위상을 높일 수 있게 도와 달라고 한다.

그 결과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경제적·군사적 경쟁을 더욱 격화시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대만해협, 한반도 등에서의 군사적 충돌 가능성도 전보다 커졌다.

한미 정상회담은 이런 위험으로 한 걸음 더 나아가려는 회담이다.

동맹 강화의 모순

미국과의 경제 협력 강화로 얻을 게 있다 하더라도, 중국과의 경제 교류를 확대하면서 성장해 온 한국 기업들에게 미국과 중국 중 하나만 선택해야 한다는 압력이 강해지는 것은 모순이 아닐 수 없다.

대중국 무역 적자가 1년 가까이 지속되고 있고, 중국의 견제와 보복도 감수해야 한다. 올해 1분기 삼성전자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10분의 1로 줄었고(반도체 부문에서는 4조 원 안팎의 적자를 냈을 것으로 관측), SK하이닉스는 조 단위 적자가 예상되고 있다.

한미일 군사 동맹 강화를 위해 일본과 성급하게 관계 정상화를 추진하는 것에 대한 대중적 반감도 만만찮다.

이런 요인들은 현재 윤석열의 한미동맹 강화 노선에 합의한 것처럼 보이는 지배계급이 다시 분열하는 압력이 될 수도 있다.

이런 일들을 미연에 방지하고자 한국 정부는 미국에게 확실한 대가를 바란다. 미국은 한일 정상회담 후 한일 협력 강화에 대한 보답으로 삼성, SK의 중국 공장 신규 투자에 대한 규제를 부분적으로 완화해 줬다.

이 규제가 풀리자 삼성 이재용과 SK 최태원은 중국으로 달려갔다. 미국의 눈치를 봤지만, 중국 시장도 포기할 수는 없는 것이다.

한국 지배계급에게 한미동맹이 금과옥조가 된 까닭은 한국이 냉전 시대에 대소 전초기지 구실을 한 대신에 미국에게서 안보 우산(그 덕분에 자원을 좀 더 경제 성장에 집중할 수 있었다)과 수출 시장을 제공받았기 때문이다.

지금 미국이 한국에게 경제적으로도 중국과 거리를 두라고 요구하려면, 그만한 대체 시장을 제공해야 한다. 한국 경제는 틈새 시장만 열어 줘도 되는 예전의 꼬꼬마가 아니다. 그러나 지금 미국에게 그럴 여유가 있는가?

오히려 경제적 경쟁의 새로운 격화를 낳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견제를 이유로 한국 자본이 기대한 반도체 기술 이전이나 충분한 시장이 제공되지 않으면 불만이 커질 수밖에 없다.

한미동맹의 앞길엔 꽃길만 있는 것이 아니다. 미국도 이를 잘 알고 있다.

만약 우크라이나 전쟁이나 대만해협 갈등에서 미국이 유약한 모습을 보인다면 어떻게 될까? 당장 한국과 일본에서 독자적인 핵무장 추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질 것이고, 이는 한미일 동맹의 응집력을 약화시킬 것이다.

한미 정상회담 버킷리스트

한미 정상회담 날짜가 다가오면서 윤석열이 얻어 내야 할 것들에 대한 대기업들의 주문도 늘고 있다. 이번 방미에는 대기업 총수들도 동행할 예정이다.

특히 미국 반도체법과 IRA법 관련 규제가 그들의 가장 큰 관심사다.

반도체는 한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높고, 세계적인 고도기술 경쟁에서 핵심을 차지하는 산업이다.

미국 정부가 미국 내 공장 건설에 막대한 보조금을 지급하는 대가로 기업 기밀 수준의 정보를 요구한 것은 한미일 동맹 강화를 지지한 기업주들에게까지 불만을 샀다. 미국으로부터 기술을 이전 받는 게 아니라 역이전이라며 말이다.

삼성과 SK는 각각 반도체와 배터리 미국 공장에 대한 보조금 신청을 한미 정상회담 이후로 미루고 있다.

IRA법에 따른 배터리 원료 문제와 전기차 보조금 문제도 만만찮다.

핵발전소 수출 문제도 불거졌다. 핵발전소 원천 기술 규제 문제로 체코와 사우디아라비아에 대한 한국의 핵발전소 수출이 난관에 봉착한 것이다.

반면, 군사 안보 협력은 비교적 원활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한일 정상회담 이후 한미일 군사 협력 확대가 공식화됐기 때문이다. 한국은 더 확실한 핵우산을 바랄 것이고, 미국은 대만해협 유사시 한국의 개입 공식화를 기대할지도 모른다.

이런 문제들이 한미 정상회담에서 일거에 타결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윤석열의 위기는 길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