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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명품백 수수 사건의 본질은 뇌물 수수 문제다

김건희 명품백 뇌물수수 건 대응 방안을 두고 불거진 윤석열-한동훈 갈등은 일단 봉합됐다. 여권은 총선을 고려해 한동훈 사퇴도, 김건희 사과 요구도 일단 없던 일처럼 덮었다.

1월 29일 윤석열은 한동훈과 국민의힘 원내대표 윤재옥 등을 불러 오찬을 하며 총선 대응을 논의했다.

한동훈의 측근 김경율은 김건희를 프랑스 대혁명 때 민중의 원성을 산 왕비 마리 앙투와네트에 비교했다. 그러나 그는 김건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이 이미 다 해결된 거라며 김건희 방탄사수대로 자세를 바꿨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에 대해 성역 없는 진실을 외쳐 유명세를 얻은 옛 운동권 출신 인사가 국회 공천 때문에 이랬다저랬다 하는 모습이 꼴사납다.

한동훈이 영입한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도 김건희의 사과 운운하다가 말을 바꿔 그를 몰카 피해자로 규정하며 진정한 쟁점을 흐리고 있다.

특검 거부, 여권의 갈등 봉합 등은 윤석열과 한동훈이 한 배를 탄 운명임을 보여 준다 ⓒ출처 대통령실

이런 일들로 김건희가 여권의 성역임이 다시금 확인됐다.

김건희 주가 조작 특검에 대한 대통령 거부권 행사, 명품백 뇌물수수 의혹 덮기에 대한 진정한 여론은 여전히 부정적이다. 분란의 불씨는 남아 있는 것이다.

수뢰!

김건희의 명품백 수수 건을 두고 몰카 공작의 피해(이수정)라고 하는 것은 지엽말단으로 본질을 가리는 짓이다.

김건희에게 디올 백을 전달한 최재영 목사는 윤석열이 당선되기 전에 이미 김건희와 선을 대어 접촉했다. 대북 사업을 하던 최 목사는 윤석열의 대북 정책에 도움을 주고 싶다며 김건희와 만났다.

둘 다 부계 고향이 경기도 양평이었는데, 김건희의 아버지와 최 목사의 집안 어른은 모두 양평군 공무원이었다고 한다.

그런 인연 때문에 쉽게 지인 관계가 된 듯하다. 최 목사는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에도 공식 초청을 받았다.

최 목사는 대북 사업에서의 도움을 바라고 김건희를 지속적으로 만나 왔고, 그가 전달한 선물은 이번에 문제가 된 디올 백만이 아니다. 그는 샤넬 향수와 화장품, 자신의 대북 사업 관련 책도 선물했다고 한다.

둘의 만남과 선물 전달은 김건희가 대통령 부인이기 때문에 성립된 지속적인 상호 거래(를 위한) 관계였지, 일회성 몰카 공작 만남이 아니었다.

영상에서 김건희가 백을 받는 태도가 자연스러운 것도 그래서였을 것이다.

그래서 최 목사가 제공한 선물(들)은 김건희를 통해 자신의 대북 사업에 도움을 받으려는 대가성 뇌물 제공이었다. 그래서 어쩌면 최 목사의 몰카는 함정 몰카가 아니라 자신의 보험용 몰카였을 수도 있다.

김건희는 대통령 부인이라는 (최 목사의 요구를 실현해 줄 수 있는) 권력을 이용해 뇌물을 받은 것이다.

대가성이 불분명해 처벌이 어렵다는 것은 단지 실정법의 논리일 뿐이다. 정치적·도덕적으로는 분명히 권력형 부패다.

주가 조작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관련해선 파헤쳐야 할 의혹이 더 늘었다.

검찰이 김건희를 기소하지 않은 것, 윤석열이 거부권을 행사한 것이 더해져 이제 김건희 관련 의혹은 혐의 은폐(에 관한 권력형 부패) 의혹으로 바뀌었다.

윤석열과 여권은 주가 조작 수사가 문재인 정부가 벌인 정적 겨냥 수사였고 그럼에도 기소를 못한 건이라고 하지만, 그 수사 시점은 윤석열이 서울중앙지검장과 검찰총장을 지내면서 위세가 등등할 때였다. 즉, 윤석열 본인이 문재인 정부의 핵심 권력자일 때 벌어진 수사였다.

게다가 해당 주가 조작으로 김건희 모녀가 약 23억 원을 차익으로 챙겼다는 수사 결과 보고서가 나온 것은 윤석열 정부 때였다.(그 검사는 옷을 벗었다.)

지난 연말 〈뉴스타파〉는 그 주가 조작 시점에서 김건희가 ‘작전’을 인지하고 있었음이 드러나는 전화 통화 녹취도 공개했다.

1심에서 관련자 모두 유죄를 받았고, 유죄 판정 거래의 절반 이상에 김건희 모녀의 통장이 사용됐다. 그 결과 수십억 원의 차익을 챙겼다는 것이 지금 드러난 사실이다.

주가 조작 의혹에 대한 김건희 특검은 이처럼 너무 정당한 요구다.

이재명, 이선균은 확실한 증거도 없이 혐의만으로 유죄 추정하며 “수사에 응해서 억울함을 해명하라”더니, 김건희에게는 이중잣대인 것이다. 그 이중잣대 자체가 부패인 것이다.

김건희를 수사할 특별검사를 정의당 등 야당이 지명하는 것도 합리적이다. 대통령 부인에 대한 수사를 여당이 임명하는 것이 말이 되나? 여당은 또한 민주당 추천 인사를 임명하는 것을 거부할 것 아닌가.

박근혜·최순실 특검은 원내교섭단체인 야당들이 복수로 추천하는 인물 중 박근혜가 선택하도록 했었다. 당시 박근혜는 민주당이 추천한 인물 대신 당시 제3당이던 국민의당이 추천한 박영수를 선택했다.

김건희 관련 의혹들이 위에 언급된 것들만 있는 것도 아니다. 가령 양평 고속도로 노선 변경 건도 꽤 심각한 의혹인데, 이것도 여당과 변경 당사자인 국토교통부(원희룡 당시 장관)의 방해로 제대로 조사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