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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사퇴 압력 소동:
윤석열 정부 위기로 빚어진 여권 내분

김건희 명품 백 수수를 두고 지난 주말 윤석열과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한동훈이 정면 충돌했다.

한동훈이 김건희 사치와 뇌물수수를 프랑스대혁명 때 민중의 원성의 대상이었던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에까지 빗댄 김경율(한동훈 비대위의 비대위원)을 전략 공천하려 하자 윤석열이 발끈한 것이다. 한동훈 자신도 김건희 명품 백 수수는 문제 있다고 밝혔다.

한동훈은 22일 기자들에게 “[대통령실의] 사퇴 요구를 제가 거절했[다.] … 제 임기는 총선 이후까지”라고 말했다.

한동훈은 20년간 윤석열의 검찰 내 최측근이었다. 윤석열은 자신이 밀어서 여당 대표가 된 김기현을 반강제로 사퇴시키고 한동훈을 대타로 앉혔다. 자신의 대리인으로 말이다.

둘의 이런 관계 때문에 심지어 일각에선 음모론도 나온다. 한동훈을 윤석열 아바타 프레임에서 벗어나게 해 주려는 쇼라는 것이다.

음모론일 뿐이다. 음모론은 특정한 대중 정서를 놓친 채 소수 엘리트들의 행동과 의도에만 초점을 맞춘다. 20년 측근 한동훈이 윤석열의 약점을 부각시키며 차별화를 해야 한다는 것 자체가 정치 위기의 심각성과 절박함을 보여 준다.

그렇게 취약한 윤석열이 고의로 권력 투쟁 상황을 연출할 수 있다는 것이 어불성설이다. 음모론은 사실상 윤석열 정부를 과대평가하는 것이다.

여권 핵심부가 권력 투쟁의 진앙지가 된 채로 총선을 치를 순 없으므로 일단 충돌 이틀 만에 충남 서천시장 화재 복구 현장에서 봉합 모양새를 연출했다.

총선 때문에 여권 지도부는 이틀 만에 갈등을 봉합했다. 그러나 봉합에도 부패는 총선 후에 더욱 곪을 것이다 ⓒ출처 대통령실

그러나 이번 갈등으로 국민의힘이 윤석열 그늘에서 총선을 치러서는 승산이 없음이 더 분명해졌다.

그런데 한동훈의 국민의힘이 윤석열과 얼마나 차별화할 수 있을까? 설사 차별화에 성공한다 해도 그 효과는 결국 윤석열 레임덕일 것이다.

이제 취임 2년도 안 된 윤석열 정부의 빠른 위기는 그 위기의 근저에 깔린 글로벌 복합 위기의 심각성을 보여 준다.

윤석열은 정치적 통제를 강화해 경제 위기 고통 전가, 친미·친일 외교 노선을 통한 경제 회복과 안보 위기 해소 시도, 개혁 압력의 와해를 노렸다. 하지만 위기 해소는커녕 지금 위기에 처해 있는 것은 오히려 여권의 단일 대오다.

한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미국의 핵심 경쟁국과 깊게 통합돼 있고, 안보 문제도 제국주의간 경쟁과 맞물려 있다. 이런 상황 때문에 미국의 헤게모니 위기가 노골적 친미·반북 노선을 내건 윤석열 정부에게도 영향을 미치는 듯하다(위기가 전이됨).

미국은 한국 경제 회복에 별 도움이 못 되고 있다. 한편, 중국과 러시아는 벌써 한국을 차갑게 대하고 있다. 부산 엑스포 유치 참패나 북한 압박 실패도 이 상황의 반영이다.

윤석열이 친미파 박진의 후임으로 외교부 장관에 임명한 조태열은 취임 전, “한·중 관계도 한미동맹 못지않게 중요하다”고 밝혔다. 이런 필요에도 윤석열 정부가 이전 정부들의 미·중 간 전략적 모호성과 차별화하려 하면 오히려 모순만 더 커질 것이다.

정치적 통제

윤석열 정부는 강서구청장 선거 패배 이후 권위주의적 언사를 조심하고 있지만, 지배계급을 위한 각종 개악은 계속해서 추진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총선 결과와 관계없이 그럴 것이다. 그것이 지배계급의 요구이기 때문이다.

인기 없는 정부가 인기 없는 정책들을 추진하려니 정치적 통제는 계속 강화될 것이다.

최근 강성희 진보당 의원을 폭력적으로 끌어낸 것, 총선을 앞두고 네이버 뉴스포털 편집에 노골적으로 압박을 가하는 것, 방송 장악을 위한 각종 언론 탄압, 권위주의적인 마약과의 전쟁 등이 그 사례들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 살해 미수 테러에 대한 일말의 동정도 안 비치는 냉담함, 노골적 은폐나 다름없는 경찰 수사도 우파의 최근 히스테리적 상태를 보여 준다.

1월 22일 진보당·정의당·민주당·기본소득당이 강성희 의원 사태에 대처하는 데 공조하기로 했다. 그러나 아쉽게도 저항은 원내 대응에 한정돼 있다. 온통 선거를 위한 존경 받기에 여념이 없는 민주당과의 공조로 실질적 항의가 가능할지도 의문이다.

민주당 이로운 일만 시킨다며 윤석열 퇴진 요구와 거리를 두던 좌파 정당들은 최근에 개혁 입법을 위한다며 정작 대중 투쟁보다 민주당에 의존해 왔다. 그중 일부는 의석도 민주당과의 선거 공조로 얻으려 한다. 선거에는 도움이 되겠지만 노동자들의 계급투쟁은 조합주의 수준에 머무르게 하는 효과를 내는 일이다.

좌파의 존재감이 미미한 한편으로 의석 확보는 절실하니 민주당과 의석 거래를 하려는 실용주의적인 “연합 정치”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촛불행동 주최 윤석열 퇴진 집회가 민감한 정치 현안들을 두루 다루며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지만, 최근엔 이 운동에 참가하는 주요 정치단체들이 총선 심판론으로 기울면서 위세가 약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