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특검은 중요한 문제는 아니지만 지지해야 마땅한 요구다
〈노동자 연대〉 구독
1월 5일 윤석열은 이른바 ‘쌍특검 법안’(대장동 50억 클럽 특검, 김건희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특검)에 대해 거부권(재의요구권)을 행사했다.
이로써 윤석열은 2년 만에 거부권을 6번이나 행사했다. 특히 대통령 가족 비리 의혹에 특검 거부권을 행사한 첫 대통령이 됐다. 역대 대통령은 모두 자신의 자녀, 친형, 최측근이 임기 중 구속되는 것을 막지 못했다.
지난해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 재판에서 김건희의 통장이 주가 조작 거래에 다수 사용됐음이 밝혀졌다. 최근 〈뉴스타파〉는 김건희가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는 정황이 드러난 대화 녹취록을 공개했다. 그런데도 검찰은 그 흔한 소환조사조차 하지 않았다.
돈이 오간 게 확인됐는데도 대장동 50억 클럽은 수사가 지지부진한 채 해를 두 번 넘겼다.
뻔뻔하게도 법무부는 5일 “야당 단독으로 강행한 위헌적인 특검”이란 제목의 6쪽짜리 보도자료를 배포해 특검법안을 비난했다.
윤석열은 대통령 권한과 정부 부처를 가족 비리 의혹 방탄에 사용하는 권력 사유화 농단을 자행하고 있는 셈이다.
먼지털이 수사
최고 통치자의 배우자에 대한 이런 특혜나 대장동 50억 클럽 수사 방기는 다른 먼지털이 수사들과 대비된다.
배우 이선균 씨를 죽음으로 몰고 간 수사가 그렇다. 유명 연예인을 속죄양 삼아 ‘마약과의 전쟁’의 성공 사례를 만들고, 정권의 실정과 불리한 상황을 가리려다가 일이 터진 것이다. 경찰이 흘린 것이 틀림없을 이선균의 마약 혐의 최초 보도는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참패 여파 속에서였다.
경찰이 실시한 모든 마약 검사에서 이선균 씨는 음성이 나왔는데도 경찰은 이선균 씨의 자백을 받아 내려고 기소 혐의와도 무관한 사생활을 국영방송에 흘리면서까지 전방위적으로 압박했다.
여권과 검찰은 1년 넘게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대장동 주범으로 낙인찍고 파렴치범 취급해 왔다. 결국 이재명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은 직접적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기각됐다.
윤석열의 대장동 비리 연루 의혹, 김건희의 비리 의혹들을 성실히 추적 보도해 온 매체들은 ‘악의적인 가짜뉴스’로 취급당하며 수사 대상이 됐다. 회사 사무실과 기자 개인들이 압수수색 대상이 됐다. 이는 정권에 대한 비판 보도 자체를 위축시키려는 언론 탄압이다.
이런 위선 때문에 윤석열과 여당에 대한 반감은 더 커지고 있다.
1월 8일 윤석열과 국민의힘 지지율이 떨어졌다는 여론조사가 나왔다. 특히 20~30대에서 추락했다. 거부권에 부정적인 여론도 60~70퍼센트에 이른다.
참여연대 출신으로 이번에 한동훈 비대위에 합류한 김경율 회계사는 8일 라디오 방송에 나와 이렇게 털어놨다.
“[제가] 만나 봤던 우리 국민의힘 국회의원분들, 그러고 용산 대통령실의 직원분들, 심지어는 전직 장관분들 모두 ... 김건희 여사에 대한 리스크라고 ... 알고 있습니다. 말을 못 할 뿐.”
더 커지는 반감
윤석열은 성역 없는 권력층 수사를 벌인 검사라는 후광으로, 문재인 정부에 대한 환멸에서 반사이익을 얻어 대통령이 됐다. 지금 윤석열의 강점이 약점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올해 긴축 예산 통과에 협조했던 민주당은 윤석열의 거부권 행사에는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겠다고 맞서고 있다. 쟁점을 최대한 끌고 가겠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재투표를 즉각 실시하자고 한다. 대통령이 거부한 법안은 국회에서 다시 표결해 3분의 2 넘게 찬성해야 법률로 선포된다. 국민의힘 의석은 국회 3분의 1이 넘는다. 법안들을 빨리 폐기시켜 국면을 전환하려는 것이다.
윤석열과 여권이 이렇게까지 속보이는 짓을 하는 이유는 총선 패배의 먹구름이 계속 짙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는 신자유주의로 경제 위기 고통을 전가하고 친미·친일 외교로 동아시아 불안정 심화에 일조하고 있다. 이것이 대중의 반발을 사 정치적 위기에 시달려 왔다.
무엇보다 경제 회복에 실패하고 있다. 여당이 총선에서 참패하면 지배계급의 각종 개악 의제를 실행하기 좀 덜 쉬워질 것이다.
보수 언론조차 공공연하게 “김건희 리스크” 운운하는 이유다. 보수 언론들은 총선 후 김건희 특검을 약속하고 대통령실 개편으로 상황을 모면하라고 조언한다. 총선에서 이기려면 이반한 중도층을 다시 끌어들일 제스처를 취하라는 것이다.
중도쇼
실제로 윤석열은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패배 후 강경 우익적 발언을 삼가고 있다. 잦은 말실수를 의식해서인지, 언론에 직접 노출되는 것도 극도로 꺼리고 있다.
한동훈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 임명한 것도 딴에 중도층 포섭 작전의 일환이다. 한동훈은 비대위에 전직 운동권 출신들을 포함시키고, “왼쪽이든 오른쪽이든 가리지 않고 정답을 찾겠다”고 했다. 광주에 가서 5.18 정신의 헌법 수록 추진도 주장했다. 민주당 탈당파 이상민도 국민의힘에 입당시켰다.
그러나 한동훈은 ‘윤석열 아바타’ 구실을 하라고 임명된 낙하산 당대표이다. 그의 비대위원장 첫 임무는 쌍특검 반대였다.
한동훈은 “개딸 전체주의” 운운하며 개혁 염원 억제라는 보수 우파의 요구에 충실할 것을 다짐했다.
정부·여당은 ‘이재명 죽이기’ 등 정치적 반대파 탄압을 통해 대중의 개혁 염원을 흩어 버리고 싶어 한다. 그것이 깊어지는 위기를 지배계급에 유리하게 해결하려는 데에서 큰 걸림돌이기 때문이다.
이낙연 전 총리 등 민주당 보수파가 “개딸”이 장악한 당이라며 탈당하려는 것도 그런 공세의 일부다.(그런데 별 임팩트가 없다.)
이처럼 여권이 군색해진 상황에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부산에서 살인 미수 테러를 당했다. 총선 패배 위기감 속에서 초조해진 우파의 히스테리를 반영하는 ‘계획된 우익 테러’다.
그런데 민주당은 우익 테러를 항의·규탄하는 대중 집회조차 열지 않는다. 이태원참사특별법도 여권의 요구에 불필요하게 양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