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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캘리니코스 논평:
미국 패권의 위기를 반영하는 동시에 심화시키고 있는 트럼프의 귀환
미국 정부 정책 위기 심화

미국이 자본주의 패권 국가 지위를 유지하려고 애쓰며 휘청거리는 모습이 뚜렷하게 보인다. 가자, 우크라이나, 예멘, 이란, 대만 등 ⋯ 미국은 동시에 대처해야 하는 충돌이 너무 많다.

이러한 국외적 위기는 국내적 위기에도 반영되고 있다. 이제 미국의 정치 체제는 11월 대선을 앞둔 국면에 접어들었다. 미국 유권자들은 고령의 두 남성 — 조 바이든(81세)과 트럼프(77세) — 중 한 명을 골라야 할 판국이다. 그리고 두 후보는 정치적으로 양극화된 미국 사회 다수에게 널리 경멸을 사고 있다.

고령인 나는 말년에 접어든 사람이 무능하다는 관념을 거부하는 것에 훨씬 끌리는 편이다. 최근 바이든의 고령이 뒤늦게 문제가 된 것은 그가 공식 석상에서 한 이러저러한 말실수와, 바이든에게 적대적인 한 변호사의 보고서[바이든의 기밀 문서 유출 혐의에 관한 — 역자] 때문이다. 그러나 추측건대, 2022~2023년 급격한 인플레이션으로 일반 대중의 생활 수준이 급격히 악화되지 않았다면 바이든의 나이는 별로 문제가 되지 않았을 것이다.

지난해 인플레이션이 빠르게 완화되고 미국 경제가 꽤 성장했음에도 유권자들은 바이든을 용서하지 않았다. 많은 유권자들은 경제가 중앙은행의 값싼 신용으로 유지되던 트럼프 재임기를 장밋빛으로 회상하는 듯하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미시간대학교 로스경영대와 공동으로 벌인 설문 조사의 결과를 이렇게 보도했다. “미국인의 42퍼센트가 트럼프를 최상의 미국 경제 관리자로 꼽았다. 반면, 바이든을 선택한 미국인은 31퍼센트에 불과했다.”

바이든이 현직 대통령으로서 자신의 대선 출마를 민주당에서 확정하는 사이에 트럼프는 진작에 공화당 대선후보 예비경선에서 승리를 확정했다. 트럼프의 귀환에 이미 크게 고무된 공화당 국회의원들은 입법 과정을 사실상 마비시켰다. 미국에서 새 법안은 대개, 상·하원의 민주당·공화당 의원들과 백악관의 피 말리는 줄다리기에 따른 양보와 후퇴 속에서 합의된다.

그러나 공화당 기층에 대한 트럼프의 영향력은 이런 통례를 깨버렸다. 지난 10월 소수의 극우 공화당 하원 의원들이 같은 공화당 소속의 케븐 매카시를 하원 의장직에서 해임시켰다. 매카시가 전통적인 방식으로 민주당과 협상을 하려 했기 때문이다.

바이든은 우크라이나 군사지원안과, 이제는 거기에 더해 이스라엘에 대한 군사지원안을 통과시키려고 수개월 동안 공을 들여 왔다. 그러나 매카시의 뒤를 이어 하원 의장이 된 마이크 존슨은 트럼프의 동맹자이고 우크라이나에 더 많은 돈을 쓰는 데 반대한다. 바이든과 민주당은 공화당과 합의를 보려고, 공화당이 미국 남부 국경에서 이민자·난민 유입을 막기 위해 요구하는 조처들을 모두 받아들였다. 그럼에도 트럼프는 합의를 거부했다. 이민자에 적대적인 인종차별적 선동과 정책들을 대선 때까지 계속 쟁점으로 살려 두고 싶기 때문이다.

한편, 2021년 1월 6일 미국 극우의 국회의사당 급습을 계기로 트럼프를 멀리했던 대기업들은 두 번째 트럼프 임기를 받아들일 태세를 하고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의 에드워드 루스는 대기업들이 태도를 조정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트럼프의 온갖 잘못들에도 불구하고 기업인들은 바이든보다 트럼프의 당선이 사업에 더 득이 된다고 본다. 트럼프는 사회 최상층의 세금을 깎고 그들의 순이익을 늘려 줬다. 트럼프는 대통령이 되면 다시 그렇게 하겠다고 공약하고 있다. 기업인들은 트럼프가 대기업의 영향력을 공공연히 비판하는 것이 그저 대중의 분노를 자극하려는 선동일 뿐이라고 본다. 기업인들은 또한 트럼프가 화석연료 산업과 상업용 부동산 업계를 팍팍 밀어 줄 것으로 기대한다.”

“트럼프가 이런 약속을 지킬 것이라는 기업인들의 믿음은 빗나가지 않을 것이 거의 확실하다. 트럼프는 모든 수입품에 10퍼센트 관세를 매기겠다고 공언하고 있지만, 이는 바이든이 스멀스멀 규제를 강화해 왔다는 사실과 견줘 봐야 한다. 지나치게 많은 기업인들이 세계화의 후퇴를 감수하더라도 세금을 낮추는 게 더 낫다고 본다. 그들은 세금을 낮출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 희생할 태세인 듯하다.”

트럼프의 귀환은 결코 필연적이라 할 수 없다. 그럼에도 트럼프가 당선될 전망은 이제 미국 제국주의의 전반적 위기에 도로 영향을 주고 있다. 최근 집회에서 트럼프는 한 나토 국가 지도자에게 (아마도 지난 대통령 재임 중에) 이렇게 말했다고 주장했다. “나는 당신들을 [러시아의 공격으로부터 — 캘리니코스] 지켜 주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나는 러시아가 제멋대로 날뛰도록 부추길 것이다. ⋯ 당신들은 나토에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트럼프의 발언은 유럽 전역에서 패닉을 자아냈다. 이미 유럽은 우크라이나에 약속한 포탄을 지원하지 못하면서 군사적 취약성을 드러낸 바 있다.

미국 국내의 정치적 파열은 미국 정부가 진정시키느라 진땀을 빼고 있는 미국 국외의 위기를 더 악화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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