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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좌파의 실패는 어떻게 트럼프와 우익의 부활에 일조했나

바이든 지지는 트럼프에게 기회를 줄 뿐이다. 바이든과 버니 샌더스 ⓒ출처 Joe Biden (페이스북)

많은 미국인들이 트럼프에 반대하는데도 어떻게 트럼프가 차기 미국 대통령으로 유력할 수 있는가?

최근 몇 년 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미국 국가를 뒤흔든 대중운동에 참여했고, 그런 만큼 좌파가 일대 전성기를 누리고 있어야 마땅하다.

이스라엘의 인종 학살과 그에 대한 바이든과 민주당의 지원이 미국 역사상 가장 크고 광범한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을 촉발했다. 수많은 사람들이 캠퍼스 점거 운동에 참가했고, 이 운동은 미국 전역으로 번지고 글로벌 학생 운동을 촉발했다.

또 많은 활동가들이 민주당 대선 후보 예비경선에서 “지지 후보 없음” 투표를 호소해 “제노사이드 조(인종 학살자 바이든)”를 규탄했다.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은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 운동과 여성의 임신중지권 방어 운동, 트럼프 정부하에서 벌어진 항의 운동이 남긴 퇴적물 위에서 벌어졌다.

그리고 거리·캠퍼스 운동과 함께, 노동계급 운동도 부활하기 시작했다. 2023년에 미국의 노동조합들은 지난 23년 이래 가장 많이 파업했다. 비록 기존의 매우 적었던 파업 건수에서 늘어난 것이기는 하지만 말이다.

“민주적 사회주의자”를 자처한 버니 샌더스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좌파 하원의원 모임 ‘스쿼드’ 등은 미국 노동계급 사이에서 훨씬 큰 반향을 불러일으킬 수 있었다.

그렇다면 위기 속에서 왜 트럼프와 우익이 성장하고 있는 것일까? 답은 모든 잠재력과 급진적 정서를 민주당으로 흡수시켜 온 미국 좌파 정치의 한계에 있다.

샌더스와 ‘스쿼드’ 같은 대표적 좌파 인사들은 투쟁을 민주당의 기성 정치로 끌고 들어갔다.

샌더스는 7월 13일 자 〈뉴욕 타임스〉에 실린 글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을 위해 무엇이든 하겠다”고 썼다. 샌더스는 바이든이 “미국 현대사상 가장 잘 직무를 수행한 대통령이고, 데마고그이자 병적인 거짓말쟁이인 트럼프 씨를 꺾을 가장 강력한 후보”라고 주장했다.

오카시오-코르테스도 이렇게 보탰다. “바이든이 우리의 후보다. 바이든은 사퇴하지 않을 것이다. 바이든은 대선 경쟁 중이고 나는 그를 지지한다.”

미네소타주의 연방 하원의원이자 ‘스쿼드’의 일원인 일한 오마는 지난 2월 바이든이 “팔레스타인인 학살을 용인하고 있다”고 규탄했다. 그러나 지금은 바이든을 그녀 생애 “최고의 대통령”이라고 찬양한다.

오마는 “바이든을 11월에 결승선까지 밀어주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하자”고 민주당 지지자들에게 촉구했다.

무엇이 이러한 정치적 급선회를 가능하게 하나? 오마는 다가오는 8월에 민주당 하원의원 후보 예비경선을 앞두고 있다.

바이든을 지지함으로써 오마는 민주당 내에서 나오는 비판을 잠재우려 한다. ‘스쿼드’가 바이든의 정책을 지지하지 않아 공화당을 이롭게 한다는 비판을 피하려는 것이다.

미국 정치 고유의 역학이 있기는 하지만, 이는 극우를 물리칠 방법을 둘러싼 더 광범한 논쟁의 일부다.

샌더스는 “지금은 프랑스의 진보·중도 세력에게서 교훈을 얻어야 할 때”라고 말한다. 샌더스는 좌파와 중도파가 “정치적으로 큰 차이가 있지만 … 우익 극단주의를 확실히 물리치기 위해 이번 주에 힘을 합쳤다”고 썼다.

파시스트 정당인 국민연합(RN)은 프랑스 총선에서 승리하지 못했지만, 그럼에도 의석을 곱절로 늘렸고 파시스트의 위협은 사라지지 않았다. 좌파 선거 연합인 신(新)민중전선은 결국 인종차별적이고 노골적으로 친기업적인 후보들에게 투표하라고 호소하고야 말았다. 바로 그런 자들의 정책이 극우가 성장하는 비옥한 토양이 됐는데도 말이다.

이제 진정한 교훈을 배워야 한다. 극우를 물리치겠다고 좌파가 중도·신자유주의 정치를 지지하면 오히려 우리 편을 약화시킨다는 것이다. 그런 노선은 좌파가 노동자와 이주민에 대한 공격을 지지한 정치인들의 편에 서게 만들고, 극우에게 “권력층 반대” 세력을 자처할 기회를 내주게 된다.

진정한 해법은 더 많은 투쟁에, 민주당과 결별하고 저항에 기반한 혁명적 사회주의 정치를 건설하는 데에 있다.

지배자들이 당하는 폭력은 “자업자득이다”(맬컴 엑스)

토머스 크룩스가 도널드 트럼프 암살을 기도한 날, 미국산 미사일·폭탄·포탄이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인들을 살해했다.

세계 지도자들은 둘 중 한 폭력에만 경악했고, 그 폭력만을 규탄해 마땅한 일로 여겼다.

7월 15일 월요일 연설에서 바이든은 정치적 열정은 높아도 되지만 “폭력에 빠져들어서는 절대 안 된다”고 했다. “미국에는 이런 폭력이, 어떤 폭력도 설 자리가 없다. 절대, 결단코 없다. 예외는 없다. 우리는 이런 폭력이 일상이 되게 해서는 안 된다.”

그러나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해 캠퍼스를 점거한 컬럼비아대학교 학생들을 보라. 이 학생들은 농성장을 침탈하려는 주방위군과 경찰을 상대로 캠퍼스에서 격전을 벌여야 했다.

군사화된 인종차별적 경찰이 휘두르는 폭력을 자기 동네에서 겪어야 하는 흑인들을 보라. 미국 제국주의에 학살당한 전 세계 수많은 사람들의 유가족들을 보라.

지배자들은 폭력으로 구축된 체제를 지배하고 있으면서도 폭력이 자신들을 향하면 아연실색한다. 국내외에서 더할 나위 없이 야만적인 만행을 벌이는 사회 최상층의 무자비한 전쟁광들이 ‘폭력은 안 된다’고 아우성치는 것은 위선이다.

지배자들이 비난하는 폭력은 맬컴 엑스가 1963년 미국 전 대통령 존 F. 케네디 암살을 두고 말했듯 “자업자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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