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스 캘리니코스 논평:
우크라이나 대리전으로 러시아를 약화시키는 데 실패한 서방
〈노동자 연대〉 구독
나토가 러시아를 상대로 우크라이나에서 거의 2년째 벌이고 있는 대리전의 핵심 교훈은 무엇인가? 러시아 국가를 절대 과소평가하지 말라는 것이다. 그 전쟁에 대한 서방 강대국들의 열의가 식고 있다는 점은 그들이 전쟁에 돈을 대는 데서 겪는 정치적 어려움에서 뚜렷하게 드러난다.
유럽연합은 헝가리의 극우 총리 오르반 빅토르를 거듭 압박한 끝에, 오르반의 거부권 행사를 가까스로 철회시켜 우크라이나 정부에 대한 500억 유로 지원안(사실 대부분은 빌려주는 것이다)을 통과시킬 수 있었다. 그럼에도 우크라이나 정부의 무기·탄약 부족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한편, 바이든의 우크라이나 지원안은 미국 국회에 계류돼 있다. 바이든은 미국 남부 국경에서 더 억압적인 [이민 억제 — 역자] 조처를 시행하라는 공화당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이민자 공격은 트럼프의 이번 대선 선거 운동에서 또다시 핵심 강령이 됐다. 그럼에도 우크라이나 지원안은 트럼프의 압박으로 합의되지 못했다.
우크라이나가 재빨리 군사적 승리를 거둘 수 있다는 기대는 지난해 공세[“대반격” — 역자]가 실패하면서 물거품이 됐다. 〈워싱턴 포스트〉에 따르면, “국회에서 재정 지원안이 난관에 봉착했는데도 바이든 정부는 우크라이나 정부를 지원할 장기적인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 관리들은 그 계획으로 우크라이나가 러시아를 상대로 2024년에 상당한 전과를 거두리라고 기대하지는 않는다고 전했다.”
우크라이나와 서방의 그 후원자들이 부딪힌 난관을 이해하려면 그 전쟁의 반대편, 즉 러시아도 살펴봐야 한다. 푸틴이 우크라이나 침공을 감행했을 때 미국 정부의 계산은 러시아에 금융 제재를 가하고 우크라이나에 무기와 군사·정보 “고문관”을 보내면 위험한 도전자인 러시아의 국력을 소진시킬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그 정책은 실패했다. 지난 2월 3일(토요일) 〈파이낸셜 타임스〉에는 “러시아 경제의 놀라운 회복력”이라는 다소 멋쩍은 어조의 기사가 실렸다. 그 기사는 러시아 경제에 관한 당혹스러운 사실을 전한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러시아는 지난해 3퍼센트 성장했으며 이는 G7에 속한 어느 서방 강대국보다도 빠른 성장이었다는 것이다. 그 기사는 러시아가 올해에도 서방 강대국들을 앞지를 것으로 전망한다. 세계은행의 추산에 따르면, 러시아 경제는 국내총생산(GDP) 측정 방식에 따라서 독일보다 규모가 큰 것으로 나오기도 한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러시아의 경제 성장을 이렇게 설명한다. “러시아 정부는 에너지 판매 수익을 옥죄려는 서방의 시도를 우회하고 국방 지출을 늘려서 불경기에서 탈출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한 경제학자의 말을 인용한다. “러시아 정부가 회복력이 좋은 이유는 기름밭 위에 앉아 있기 때문이다. 이제 러시아 경제는 탱크를 생산하기 시작한 주유소와 같다고 할 수 있다.”
이것은 러시아가 높은 에너지 가격(이것은 우크라이나 침공의 결과이기도 하다)을 이용해, 제재로 잃은 서방 시장을 만회하는 데서 거둔 성공을 너무 깔보는 평가다. 유라시아에 걸쳐 있다는 러시아의 지리적 여건은 에너지 수출 대상을 전환하는 데 도움이 됐다. 러시아는 가스에 굶주린 서방 경제들에 하던 에너지 수출을 러시아 동쪽의 중국과 남쪽의 인도로 돌릴 수 있었다.
게다가 러시아는 국가가 지도하는 전시(戰時) 경제로 전환했다. 푸틴은 더 억압적인 권위주의 통치 체제를 구축했다. 그러나 경제적으로 푸틴은 엄격한 정설 신자유주의 정책을 실행하는 자들에게 의존했다. 전 러시아 중앙은행 관리는 〈파이낸셜 타임스〉에 이렇게 말했다. “경제 블록[러시아 재무부와 러시아 중앙은행 — 캘리니코스]이 푸틴 정권을 계속 구제해 주고 있다. 경제 블록은 장군들보다 푸틴에게 훨씬 유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제 러시아 정부는 자본 수출을 엄격하게 통제한다. 군비 지출이 크게 늘어 2022~2023년 국민소득의 약 10분의 1을 차지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이런 정책들이 높은 물가 상승률과 물자 부족을 초래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분명 그럴 것이다. 그러나 푸틴은 경제를 계속 성장시킨 덕분에 지난해 6월, 예브게니 프리고진(지금은 사망한)의 실패한 군사 반란을 둘러싼 정치적 난기류를 헤쳐나갈 수 있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와 충돌한 뒤 해임을 기다리고 있는 처지인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 발레리 잘루즈니는 이렇게 시인했다. “적들은 인적 자원을 동원하는 데서 상당한 이점을 누렸다. 반면 우크라이나의 국가 기관들은 대중의 반감을 사는 조처를 취하지 않으면서 우리 군의 인력 수급을 개선하는 데서 무능을 드러냈다.”
사실, 러시아 국가는 재소자들을 총알받이로 징집하는 극도로 잔혹한 방식을 쓰고 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 전쟁이 ‘고기 분쇄기’[막대한 인명 손실을 감수하며 지속적으로 벌이는 소모전 — 역자]가 된 상황에서 유리한 쪽은 러시아다. 미국이 자신의 실패를 인정하기까지는 긴 시간과 더 많은 사람들의 죽음이 뒤따라야 할 테지만, 이것이 엄연한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