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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팔레스타인, 저항, 혁명 ─ 해방을 향한 투쟁 ⑦:
BDS 운동의 부상과 시온주의 세력의 반격

BDS 운동은 이스라엘을 상대로 보이콧(Boycott), 투자 철회(Divestment), 제재(Sanction)를 하자는 캠페인으로 2005년 팔레스타인인들의 사회 운동들과 노동조합들의 선언으로 시작됐다. 그 선언은 “팔레스타인 인민의 세 핵심 요소: 팔레스타인인 난민, 점령지[서안지구·가자지구·동예루살렘]에 사는 팔레스타인인, 이스라엘 시민권을 가진 팔레스타인인”의 이름으로 선포됐다.

이스라엘 보이콧 요구는 팔레스타인인들과의 연대를 키우고 급진화시켰다 ⓒ출처 Wikimedia commons

BDS 운동은 점령지 내 이스라엘의 행위를 문제 삼는 데 그치지 않고 이스라엘 자체가 인종차별적 국가라고 규정한다. 또한 BDS 운동은 팔레스타인인들의 존엄을 각인시키고, 팔레스타인인들의 투쟁에 대한 국제 연대를 호소하는 팔레스타인인들의 자주적 운동이다.

2005년 이후 국제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의 무게 중심은 팔레스타인인들의 투쟁에 대한 일반적 지지에서, 시온주의 국가 이스라엘을 세계 상업·정치·문화 영역에서 고립시키는 운동으로 이동했다.

BDS 운동은 자선 단체, 노동조합, 대학, 종교 공동체, 주주총회, 지방 의회에서, 시온주의 프로젝트의 핵심을 이루는 인종차별적 정책과 잔혹한 억압을 지지하고 거기에서 득을 보는 기업·기관과 거래하거나 관계를 맺는 것이 과연 도덕적으로 합당한지 문제 제기한다.

BDS 운동의 이런 전략은 무장 투쟁으로 민족 해방을 달성한다는 전략이나 시온주의와의 타협을 추구하는 전략, 둘 모두가 아닌 대안으로서 제시된 것이다.

BDS 전략은 팔레스타인인들이 식민 지배에 맞서고 자기 방어를 위해 무기를 들 권리를 옹호하면서도, 군사력만으로는 미국이 지원하는 공세적 식민 지배를 물리칠 수 없다는 21세기의 현실을 이해한다.

또, BDS 운동은 적절한 협상이 필요할 수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약자의 입장에서 시온주의 정부와 협상하는 것으로는 압도 다수의 팔레스타인인들을 해방시킬 수 없음을 분명히 한다.

BDS 운동은 시온주의가 이스라엘 바깥에서 정당성 위기를 겪게 만드는 데 엄청난 기여를 했다. 또, 그 운동은 팔레스타인인들의 운동을 수십 년 동안 유지시켜 온 다음 기본 원칙들에 대한 헌신을 재확인시켜 줬다.

  • 1948년 팔레스타인에서 쫓겨난 난민들과 그 후손들의 귀환할 권리
  • 모든 팔레스타인인들의 자결권
  • 이스라엘의 “유대인 국가”(종교적·종족적 기준에 따라 시민권을 인정하는 국가)로 존재할 “권리”에 대한 거부

BDS 창립 선언문은 “모든 양심 있는 사람들”을 향해, 그들이 속한 단체가 이스라엘 단체와 교역하거나 협력함으로써 이스라엘이 저지르는 범죄의 공범이 되게 하지 말라고 호소한다.

그 선언문은 이스라엘 국가에 제재를 가하라고 각국 정부에 요구하고, 이스라엘 국가나 기업과의 합작 회사에 대한 투자를 철회하라고 기업들에 요구한다.

무엇보다도 그 선언문은 정의와 평등을 중시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이스라엘 단체들을 보이콧하고, 제재와 투자 철회 운동에 동참하라고 호소한다. 그리고 팔레스타인인들을 억압함으로써 이윤을 얻는 기업의 재화와 서비스를 구매하지 말라고 호소한다.

BDS 운동은 단지 이스라엘 기업들이 서안지구에서 불법적으로 생산하는 상품을 보이콧하는 운동이 아니다.

BDS 운동은 모든 팔레스타인인들에게 보편적 인권을 보장하고, 이스라엘의 점령에 국제법을 제대로 적용하고, 팔레스타인에서 쫓겨난 난민들에게 귀환권을 보장하라고 요구하는 운동이다. 그런 만큼 BDS 운동은 서안지구 생산품만이 아니라 이스라엘에서 생산된 모든 재화와 서비스를 보이콧 대상으로 삼는다.

서구에서 최근 몇 년 동안 BDS 운동은 주요 노조와 지자체, 학생회의 지지를 얻는 주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 팔레스타인인들에 대한 이스라엘 국가의 인종차별과 제도적 차별에 반대하는 목소리는 운동의 변방을 벗어나 운동의 주류가 됐다.

그러나 BDS 운동이 성과를 거두자 만만찮은 반격도 시작됐다. 이스라엘 정부는 BDS를 “전략적 위협”으로 간주하고 BDS 운동을 꺾기 위해 막대한 재원을 동원하고 있다. BDS를 공격하는 소송을 지원하고, 언론을 통해 비방 운동을 벌이고, BDS 지지자들의 이스라엘 입국을 금지하는 법을 도입하는 등의 대응을 하고 있다.

유대인 혐오와 시온주의 반대, 좌파

시온주의자들의 반격 중 최근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은 시온주의 반대를 유대인 혐오와 등치시키는 비난이다.

이스라엘 옹호자들은 스스로를 “유대인 국가”로 규정한 이스라엘의 정책을 비판하거나 이스라엘 국가의 인종차별적 성격(비유대인들에게 온전한 시민권을 주지 않는 것)에 문제 제기하는 것이 곧 유대인에 대한 공격이라고 주장한다.

사태를 더 복잡하게 만드는 것은 많은 나라, 특히 동유럽 나라들에서 유대인 혐오가 실제로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홀로코스트를 부정하거나 그 심각성을 축소하고 유대인 증오를 퍼뜨리는 극우 정당들이 여러 나라에서 많은 지지를 얻기 시작했다.

미국에서는 극우의 성장이 2016년 도널드 트럼프의 대선 승리로 이어졌고, 트럼프의 당선 덕에 유대인을 혐오하는 백인 우월주의자들과 나치들이 고위 관직에 진출할 수 있었다. 그런 자들이 트럼프 지지 기반의 일부인데도 시온주의 우파는 트럼프에 대한 지지를 거둬들이지 않았다.

오히려 시온주의자들은 좌파를 공격하는 데 집중했고 서구에서는 일부 언론의 지원 사격을 받았다.

영국에서는 팔레스타인 연대가 유대인 혐오라는 비방이 큰 성공을 거둬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을 억압했을 뿐 아니라, 보수당 세력과 노동당 우파가 좌파인 제러미 코빈을 대표직에서 물러나게 하고 공식 정치 전체를 우경화시키는 핵심 수단이 되기도 했다.

한국에서도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이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을 유대인 혐오라고 공격한다. 이스라엘 대사관은 2023년 10월 7일 하마스의 기습 공격 직후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고 이스라엘을 비판하는 집회가 처음 열렸을 때 그 집회를 유대인 혐오라고 비방하는 기자회견을 열려 했다.(팔레스타인 연대 운동 측이 즉각 대응에 나선 탓에 이를 실제로 추진하지는 못했다.) 그 뒤에도 주한 이스라엘 대사관은 진보 정당들이 내건 현수막의 문구(“요르단강에서 지중해까지 팔레스타인은 해방되리라”)가 “이스라엘인에 대한 인종 학살”을 부추기는 “심각한 증오 표현”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인들에게 자행하는 인종차별적 폭력에 반대하는 것은 유대인 혐오가 아니다. 비유대인들을 체계적으로 차별하는 국가를 수호하는 것이 이스라엘의 “권리”라는 관념에 문제 제기하는 것도 유대인 혐오가 아니다.

그와 동시에,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은 유대인 증오를 퍼뜨리려 하거나, 유대인들에게 그저 유대인이라는 이유로 팔레스타인 점령의 책임을 물으려는 사람들에게 단호하게 반대해야 한다.

사회주의자들은 그 형태와 장소를 가리지 말고 모든 인종차별에 반대해야 하고, 인종차별 반대 운동의 핵심적 일부가 되려고 노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