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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민주당에 또 속으면 안 된다

카멀라 해리스는 조 바이든보다 더 진보적인 대통령이 될까? 미국 민주당 지도부의 일부는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기를 바란다.

그들은 해리스가 인종과 젠더 문제에서 더 급진적이고 필요할 때는 이스라엘에 맞서는 인물로 사람들에게 인식되도록 만들려 한다.

지난주 해리스는, 이스라엘 총리이자 전쟁 범죄자인 베냐민 네타냐후와 만난 후 팔레스타인인들의 고통에 대해 “침묵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해리스는 기자들에게 “이제는 이 전쟁을 끝내야 할 때”라고 말했다.

한편, SNS에는 해리스의 지지자들이 그녀를 흑인, 여성, 미국 헌법, 자유의 여신상을 수호하는 ‘슈퍼우먼’으로 그린 게시물이 넘쳐났다.

흑인 여성이 대통령이 된다면 미국에 대한 인상이 크게 변할 것이라는 점은 분명 사실이다. 또한 백악관에는 백인 남성만 들어가야 한다고 여기는 모든 이들에게 한 방 먹이는 일이 될 것이다.

그러나 해리스가 약속하는 바는 바이든과 별반 다르지 않다. 그녀는 바이든이 자신의 영웅이자 영감의 원천이라고 말한다. 또한 바이든과 마찬가지로, 해리스가 집권하면 (이스라엘 문제를 포함한) 그녀의 정책은 미국 지배계급의 정책일 것이다.

민주당이 해리스를 더 좌파적인 인물로 그리려 애쓰는 것은 팔레스타인 문제가 민주당에 대단히 큰 타격을 입혔음을 인정하는 것이다.

좀더 좌파적인 유권자 중 많은 이들은 그들이 “제노사이드 조”(인종 학살자 바이든)라고 부르는 자에게는 결코 투표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민주당 관계자들의 관심사는 그런 유권자들의 마음을 돌리고, 지난 몇 년간 거리에서 임금과 일자리, 여성의 권리를 방어하거나,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 운동에 참여한 사람들을 민주당 지지로 끌어들이는 것이다.

그러나 누가 민주당 대선 후보가 되든 그 후보는 자본가 계급을 최우선으로 대변할 것이고, 민주당의 소임은 이 체제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정당이 되는 것이다.

민주당은 자본주의의 범퍼 구실을 해 왔다. 즉 사회 운동의 요구를 순치시키고, 사회 운동의 정치를 제한하고, 그 지도자들을 주류 정치로 포섭하는 것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이것은 최근 몇 년 간 팔레스타인 운동, 임신중지권 운동,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 운동에서도 입증된 바 있다.

팔레스타인 운동: 바이든에 적대적이지만 민주당에는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 있다

팔레스타인 운동은 미국을 뒤흔들었다. 미국의 활동가들은 주요 역 점거, 사옥 로비 연좌 농성, 캠퍼스 점거 농성 같은 전술을 개척했고 그 전술들은 모두 세계로 퍼져 나갔다.

팔레스타인 운동의 분노는 조 바이든을 향했고 이는 정당한 일이다. 조 바이든은 미국 대통령으로서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인 인종 학살을 가능케 했다.

그리고 팔레스타인 운동의 커다란 부분은 민주당과 완전히 무관하게 활동하고 민주당에 철저하게 적대적이다. 그러나 또 다른 일부는 바이든 개인에게는 적대적이지만 민주당의 포섭 시도에 크게 휘둘리기도 한다.

민주당 대선 후보 예비경선에서 “지지 후보 없음” 투표를 호소했던 운동이 그런 경우다.

그 운동의 시작은 미시간주에서 친팔레스타인 단체들의 느슨한 한 연대체가 민주당 예비경선 투표자들에게 바이든이 아닌 “지지 후보 없음”에 투표해 달라고 호소한 것이었다. 그 결과 10만 1000명, 약 13퍼센트가 “지지 후보 없음”에 투표했다.

이 운동은 다른 주들로 확산됐고, 민주당 예비경선 동안 약 65만 명이 바이든에 반대해서 투표했다. 그러나 이 운동은 그 성격상 더 일반적인 민주당 정치로 다시 돌아갈 수밖에 없었다.

이 운동의 활동가들은 “지지 후보 없음” 투표가 항의성 투표이지만 바이든이 아닌 다른 후보를 지지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의식적으로 강조했다. 분당을 통한 독자적인 세력 조직을 지지한 것은 더더욱 아니었다.

이 운동은 상징적 수준에 그쳤다. 그러나 다른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었다. “지지 후보 없음” 투표자 중 많은 이들은 매우 분노한 상태였고, 그래서 민주당이 아닌 새로운 조직을 만드는 것에도 열려 있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민주당이 좌파 쪽으로 넘어올 가능성이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내부 절차들을 보면, 민주당은 당원 중심 조직이 아니다. 예비경선에서 투표하기 위해 한 번 등록하는 것만으로도 누구든 당원으로 인정된다.

당 차원의 정책 강령은 있지만, 민주당 후보에게 그에 따라 선거 운동을 하고 정책을 펴도록 요구하거나 책임을 추궁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없다.

대통령 예비후보들이나 의회 내 일부 직책을 제외하면 선출되는 당 기구나 지도부도 없다.

민주당을 바꾸려는 운동은 민주당의 중도 정치를 수용할 수밖에 없게 되거나 극복하기 힘든 압력에 직면할 것이다.

민주당이 약속한 임신중지법은 대체 어디에?

2022년 미국 대법원의 선출되지 않은 판사들이 임신중지 권리를 부정하자, 전국적으로 시위가 터져 나왔다.

‘여성 행진’이 전국 시위를 조직해 5월 14일 450개 도시에서 20만 명이 행진해 운동의 한 정점을 이뤘다. 자신의 몸에 대한 결정권을 지키려는 분노가 거리로 쏟아져 나온 것이었다.

그러나 그 운동의 조직자들은 그 열기를 민주당으로 돌리려 했고, 대체로 성공을 거뒀다. 그 조직자들은 대법원의 결정을 뒤집을 최선의 방법이 2022년 11월 중간 선거에서 민주당에 투표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간 선거 유세에서 바이든은 이렇게 말했다. “선거 후 내가 의회에 제출할 첫 법안은 ‘로 대 웨이드’ 판결을 성문화하는 것일 것이고, 의회가 이를 통과시키면 (2023년) 1월에 바로 서명하겠다.”

이렇게 운동을 거리에서 투표소로 끌고 가면서 민주당은 큰 이득을 얻었다. 선거에서 예상치 못한 승리를 얻었고 상하원 모두에서 다수당 지위를 유지했다.

그러나 이처럼 분노의 파도에 올라탔음에도 민주당은 사실상 아무것도 하지 않았고 임신중지 권리를 지키기 위한 어떠한 실질적인 법도 통과되지 않았다. 바이든-해리스 정부는 공화당 때문에 손발이 묶여 있다고 변명했는데, 상원에서는 주요 법안이 통과되려면 최소 60표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바이든은 임신중지 권리 보호를 위해 입법 절차상의 예외를 적용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바이든은 그러지 않기를 선택한 것이다.

또한 민주당은 임신중지가 불법화된 주들의 주 경계 지역에 임신중지 클리닉을 정부 지원으로 짓는 법을 통과시킬 수도 있었다. 연방 정부 부지에 임신중지 클리닉 신설 허가를 낼 수도 있었다.

그러나 민주당 지도자들은 임신중지권 지지 유권자들의 표를 확보했다고 판단하자마자 굳이 더 나설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 결국 민주당은 임신중지 권리 문제를 정치 후원금과 표를 얻는 도구로만 이용한 셈이다.

사회 최상층부의 정치인들은 수많은 사람들의 삶을 정치 공작의 대상으로만 여길 뿐, 그들을 변화의 주체로 여기지 않는다.

문제의 한 일부는 ‘가족계획연맹’이나 ‘모두를 위한 재생산 자유’ 같은 가장 커다란 임신중지 권리 옹호 단체들이 민주당에 묶여 있다는 것이다.

해리스, “경찰 예산 삭감” 요구 거부하고 오히려 경찰 두둔

2020년 5월 미니애폴리스에서 경찰이 조지 플로이드를 살해하자, 사람들은 미국 역사상 가장 광범한 시위 운동으로 그에 항의했다.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BLM)’라는 기치 아래에서 사람들은 조지 플로이드를 살해한 경찰뿐 아니라 수십 년에 걸친 경찰 폭력에 맞서 행진하고 조직화했다. 이것은 또한 그 근저에 있는 인종차별적 체제에 항의하는 것이기도 했다.

2020년에 도합 2500개의 미국 도시에서 2600만 명이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 운동에 참가했다.

많은 시위대는 경찰과 자경단의 이례적으로 극심한 폭력에 맞닥뜨렸다. 일부 시위 참가자들은 총에 맞아 목숨을 잃었고, 훨씬 많은 사람들은 군사용 무기에 심각한 부상을 입었다.

갈수록 많은 이들이 경찰의 진정한 구실이 체제 수호임을 알게 되면서 “경찰 예산 삭감”이라는 구호가 전면에 등장했다.

그러나 거리 시위는 결국 가라앉았고, 이 투쟁은 2020년 11월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를 대통령직에서 내쫓는 선거 운동에 대체로 흡수됐다.

바이든이 흑인 여성인 해리스를 자신의 부통령으로 선택하자 많은 진보적 활동가들은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나 해리스는 경찰 예산 삭감에 공공연히 반대했다. 이런 입장은 그녀가 캘리포니아주 법무장관 시절에 “범죄에 강경한 입장”을 취한 것과 완전히 일치한다.

2020년 대선 승리 후, 바이든과 해리스는 “공동체들의 참여”를 호소하고 백악관에서 대담회를 가졌다. 그러나 아무런 결실도 맺지 못했다.

한편 민주당 정치인이 시장으로 있는 일부 도시들에서 2020년 경찰 예산이 일부 줄기는 했지만, 이후 도로 회복됐다.

민주당은 데렉 쇼빈(조지 플로이드를 살해한 경찰)이 유죄 선고받은 것을 주요 성과 중 하나로 내세운다. 그러나 그 유죄 판결 일주일 전, 민주당은 경찰 개혁 위원회를 만들겠다던 공약을 헌신짝처럼 내던졌다.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 운동이 민주당과 얼마나 깊게 얽혀 있는지를 보여 준 사례로서, 바이든이 “경찰 예산 삭감” 요구를 일축했을 때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 운동의 핵심 단체는 침묵을 지켰다.

바이든 임기 동안 경찰 예산은 30퍼센트 이상 늘었다. 민주당은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 운동에서 표를 얻어내고는 자신들의 변화 약속을 모른 척했다.

활동가들은 민주당한테서 독립적이어야 한다

비슷한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 민주당은 이 체제에 대한 울분을, 기업주와 부자들의 지원 아래에 그들을 이롭게 하는 후보에 대한 지지로 돌리는 데에 아주 능숙하다.

사회운동이 아래로부터 투쟁을 건설하면 민주당은 당근과 채찍을 내민다. 당근은 새로운 입법과 재정 지원으로 ‘원하는 바를 이루도록 도와 준다’는 것이다.

채찍은 운동이 용인된 한계를 지키지 않으면 공화당을 돕는 격이라고 을러대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활동가들에게 달리 선택이 없다는 생각을 각인시키고 나면, 민주당은 우파를 달래는 것에 매진한다.

이런 패턴의 반복은 결국 우파에 이로운데, 전체 정치 시스템에 대한 환멸과 울분을 키우는 데에 일조하기 때문이다.

이렇듯 민주당과 공화당은 상호 보완적 관계이고, 같은 동전의 앞뒷면이다.

공화당은 더 고약한 정치를 대표하고, 노동계급에 대한 더 잔혹한 착취와 인종차별, 성차별, 동성애 혐오, 트랜스 혐오를 더 선명하게 옹호한다.

그러나 민주당과 한편이 되는 것은 자본가 계급을 대변하는 두 정당 중 하나를 택해야 한다는 거짓된 선택지에 스스로 갇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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