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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보잉 파업, 투지 발휘하며 2주째 지속

미국 워싱턴주(州) 시애틀의 보잉 공장에서 노동자 약 3만 3000명이 2주째 파업을 하고 있다.

수년간 물가 인상과 집값 상승을 감내해 온 보잉 노동자들. 40퍼센트 임금 인상을 요구한다 ⓒ출처 IAM District 142

9월 13일(현지 시각), 국제기계항공노동자연맹(IAM) 751지부 조합원 3만 3000명은 96퍼센트의 압도적 찬성으로 파업에 돌입했다. 이 노동자들은 보잉의 주력 상품인 ‘737 맥스’를 비롯해 여러 항공기와 부품을 생산한다.

파업이 2주째 접어들자 “보잉 항공기 신규 생산 대부분이 중단됐고, 파업 효과가 보잉의 공급망 전체로 확산되고 있다.”(뱅크오브아메리카의 항공우주 분석가 론 엡스타인)

파업 노동자들의 분노는 대단하다. 노동자들은 지도부가 내놓은 합의안 ‘4년에 걸쳐 임금 25퍼센트 인상’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여겼다. 마지막 순간까지 파업 돌입을 망설이던 지도부의 합의안은 94.6퍼센트의 반대로 부결됐다.

“우리는 그런 [형편없는 합의에 응할] 여유가 없습니다.” 조합원 제이크가 현지 언론에 전한 말이다. “소득이 10년 넘게 제자리걸음이에요. 그 정도 인상으로는 집도 잃을 지경입니다.”

2013년 단체협약 이래로 10여 년 동안 보잉 노동자 임금 인상은 물가 상승에 못 미치는 수준으로 억제돼 왔다. 반면 워싱턴주의 주택 가격 중간값은 2013년 25만 3800달러(약 3억 4000만 원)에서 2023년 61만 3000달러(8억 2000만 원)로 뛰었다.

조합원들은 임금이 최소 40퍼센트는 인상돼야 하고, 지난 단체협약으로 줄어든 사측 연금 기여분(티어가 낮은 직원의 경우 연금 혜택을 아예 못 받기도 한다)을 원상 복구하라고 요구한다.

“우리 가족의 생계라는 공동의 목표를 위해 신입사원·경력직·퇴직자 모두가 똘똘 뭉쳐 있습니다.” 한 파업 조합원의 말이다.

조합원들은 “이길 때까지 버틴다”는 태세로 피켓라인(대체인력 투입 저지 시위) 유지·확대에 애쓰고 있다. “지난 석 달[교섭 기간] 동안 끼니를 거르고 주택담보대출 상환도 아껴 가며 파업 기간 생활비를 모아 왔습니다. 얼마나 걸리든 버틸 거예요.” 한 조합원이 〈CNBC〉에 전한 말이다.

파업 노동자 가족들은 피켓라인을 유지하고 서로 지원하기 위한 자체 급식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고무적이게도, 연대가 확대되고 있다. 화물노동조합 팀스터의 조합원들은 피켓라인을 존중해 보잉 시애틀 공장의 화물 수송을 거부했다. “그 덕에 공장에서 보잉 737 반출이 막혔어요.” 파업 노동자 한 명이 현지 언론에 기쁘게 전한 말이다.

시애틀 항공 노동자들의 또 다른 노동조합 항공전문기술자협의회(SPEEA) 2001 지부는 대체 인력으로 투입되는 것을 거부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SPEEA 조합원들은 IAM 조합원들의 피켓라인에 지지 방문을 조직하고, 식료품과 지원금을 모으는 캠페인을 벌였다. SPEEA 지부장 존 디마는 “이번 투쟁에서 IAM이 승리하면 모든 항공 노동자들의 처지가 개선될 것”이라고 연대의 의미를 밝혔다.

지역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도 보잉 노동자들에 지지를 보냈다.

9월 20일에 ‘시애틀 팔레스타인 행동(SPA)’은 “제국주의적 공격에 무기를 대는 … 보잉의 탐욕이 노동자들과 지역에 끼치는 해악”을 규탄하고, 워싱턴주립대학교에 보잉 투자 철회를 요구하는 BDS 요구를 재확인했다. SPA는 10월 팔레스타인 연대 행동 일정에 ‘보잉 대 민중’이라는 제목의 ‘티치인(옥외 강연 형식의 집회)’을 추가했다.

이런 연대는 노동자 파업이 다른 운동들과 어떻게 연결되고 시너지를 낼 수 있을지 보여 준다.

투쟁에 걸린 판돈이 크다

노동조합 지도부는 “하루빨리 교섭을 타결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거듭 밝히지만, 사측은 전혀 그럴 태세가 아니다. 사측 협상 담당자는 “피고용인의 생계비는 우리 고려 대상이 아니다” 하고 대놓고 말했다.

9월 18일 교섭 결렬 직후, 사측은 파업 노동자를 포함한 노동자 수천 명을 해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측은 10월 1일부터 파업 노동자들을 직장의료보험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겠다고도 했다.

이런 강경 대응은 보잉이 처한 위기의 반영이다. 올해 1월 737 맥스 항공기가 폭발 사고를 일으킨 뒤 보잉은 민수 부문에서 월평균 10억 달러가 넘는 손실을 보고 있다.

이런 보잉의 숨통을 틔워 주는 한 요소는 전쟁과 학살이다. 보잉은 미국 방위 산업의 핵심 기업이자 세계 3위 군수 기업으로, 최근 대(對)이스라엘 전투기 추가 납품 계획을 발표하고 군수 부문에서 연일 초과 근무를 돌리고 있다. 그러나 군수 부문의 이익은 보잉 전체 이익의 작은 일부에 불과해, 경영난을 해결하기에는 매우 부족한 수준이다.

그래서 사측은 노동자들을 더 옥죄어 위기의 대가를 노동자들에게 떠넘기려 기를 쓰는 것이다.

한편, 파업 확대에 대한 우려가 미국 주류 언론을 오르내리고 있다.

미국 동부 항만의 국제항만노동자노동조합(ILU) 조합원 약 4만 5000명이 임금 인상과 고용 안정을 요구하며 10월 1일에 파업에 돌입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파업이 성사되면 미국 항만 노동자들은 1977년 이후 최초로 전국적 파업을 벌이게 된다.

〈폴리티코〉는 “보잉을 골치 아프게 하는 이 파업의 와중에 … 전국적 항만 파업이 벌어지면 미국 전역의 공급망이 위험에 처할 수 있다”며 “정치적으로 지극히 위험한 이 파업은 바이든 정부의 마지막 몇 달을 악몽에 빠뜨릴 것”이라고 우려했다.

투쟁 확대는 민주당의 악몽

미국의 경기 침체 우려가 가시화되는 상황에서 투쟁이 확대되는 것은, 미국 자본주의의 안정적 관리자를 자임하는 바이든-해리스의 민주당이 결코 바라지 않는 바다.

바이든(아직 대통령이다)은 교통부 장관 피트 부티지지를 파견해 보잉 교섭을 중재하려 시도했다. 그러나 “기업의 앞날에 도움 될 합리적 방안을 모색하겠다”던 부티지지의 개입은 사태 전개에 아무 영향도 미치지 못했다.

민주당 대선 후보 카멀라 해리스는 침묵하고 있다. 〈폴리티코〉는 이것이 “이번 파업으로 경제 공약의 색조를 완전히 바꿔야 할지도 모른다”는 난처함의 표현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몇 주 동안 해리스는 구체적 내용은 없는 ‘밥상 물가’ 대책과 기업 투자 촉진 정책을 ‘중산층 살리기’ 공약으로 포장해 내놓았다. 그런데 막상 생활고에 항의하는 노동자 파업에는 논평을 일절 거부하고 “피켓라인에 방문할 계획은 전혀 없다”고만 밝혔다.

그도 그럴 것이, 해리스가 진정으로 구애하는 대상은 생활고에 신음하는 평범한 미국인들이 아니라 대자본, 제국주의자들, 군 장성들이기 때문이다.

서민의 대변자를 참칭하던 도널드 트럼프는 “파업 노동자들을 모두 잘라 버리라”고 인터뷰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평범한 미국인들은 이런 진절머리 나는 선택지 중 하나에 매달리는 것이 아니라 아래로부터 투쟁 확대에 기대를 걸어야 한다. 그런 투쟁들이 곳곳에서 전개되고 서로 연결되며 성장해야 선거 결과가 어떻든 계속될 위기와 공격에 맞설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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