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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
미국 민주당의 뻔뻔한 해리스/월즈 포장

조 바이든이 7월 말 대선 후보 자리에서 사실상 끌려 내려온 후, 미국 민주당과 주류 언론들은 부통령 카멀라 해리스를 바이든보다 ‘진보적인’ 인물로 그리려 무던히 애쓰고 있다.

해리스가 “인종학살자 바이든(제노사이더 조!)”과 차별화되지 않으면 그나마의 경쟁력도 잃을까 우려해서다. 이는 민주당이 이스라엘 지원 문제로 대단히 큰 타격을 입었음을 시인하는 것이기도 하다.

해리스는 임신중지권 보장을 내세우지만, 과거에도 선거에서 표만 얻고 배신했다 ⓒ출처 Gage Skidmore (플리커)

그래서 그들은 바이든을 최측근에서 보좌하며 이스라엘의 인종 학살을 지원해 온 해리스를 이스라엘에 쓴소리도 하는 인물로 포장한다(관련 기사 본지 514호 ‘카멀라 해리스, 이스라엘 지원해 온 또 다른 장본인’).

해리스는 이스라엘의 민간인 살해를 문제 삼기도 하고, 휴전을 촉구하는 발언도 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해리스는 바이든 정부의 방침에서 벗어나지 않는 수위로 발언하고, 이스라엘이 전쟁할 ‘권리’(‘자위권’)를 옹호한다고 매번 덧붙였다.

해리스의 국가안보보좌관 필 고든이 8월 8일에 쓴 글도 그런 덧붙임의 한 사례다. “해리스 부통령은, 이란과 이란의 후원을 받는 테러 조직들에 맞서 이스라엘이 스스로를 방어할 수 있도록 언제나 노력할 것임을 분명히 해 왔다.

“부통령은 미국의 대(對)이스라엘 무기 지원 금지를 결코 지지하지 않는다.”

그 전날 해리스가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에 참가한 민주당 인사들과 짧게 면담한 후, 추후 이스라엘 지원 중단 문제를 “논의할 수도 있다고 시사했다”고 언론에 보도되자 고든이 재빨리 진화에 나선 것이다.

이민 통제

또, 민주당은 유색인종 여성인 해리스가 트럼프에 맞서 여성의 권리를 옹호할 인물로 포장한다. 예컨대 해리스는 우파의 임신중지권 공격에 맞서 임신중지권을 보장하는 연방법을 제정하겠다고 공약했다.

이것은 2022년 11월 중간선거 당시 공약의 재탕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2022년 7월 미국 연방대법원이 ‘로 대 웨이드’ 판결을 폐기한 후 바이든은 여성인 해리스를 앞세워 지금과 정확히 같은 공약을 내걸었다.

당시 민주당은 우파의 임신중지권 공격에 대한 대중적 반감에 힘입어 하원을 수성했지만, 그후 임신중지권 보장을 위한 실질적인 행동을 전혀 하지 않았다.

한편, 이민 문제에서는 해리스와 민주당은 진보적인 양 꾸미지도 않고 있다. 그들의 핵심 공약은 “국경의 여황제” 해리스가 트럼프보다 더 효과적으로 이민을 통제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해리스는 라틴아메리카 출신 이민자를 범죄자 취급하는 인종차별을 쏟아내며 유세한다. “나는 멕시코와 국경을 맞댄 캘리포니아주 검사장을 지내며 국경을 넘어온 갱단원·인신매매범들을 모조리 추적해 기소하고 감옥에 가뒀다.

“트럼프는 미국으로 몰려드는 이민자를 막을 수 없지만, 나는 할 수 있다.”

이런 공약으로 해리스와 민주당은 경제 불황을 이민자들 탓으로 돌리는 포퓰리즘 정서에 부응하고 트럼프에게서 보수 성향 유권자를 빼앗아오려 한다.

그러나 이는 오히려 트럼프와 극우의 인종차별적 이민자 공격에 정당성을 부여해 그들을 강화할 뿐이다.(관련 기사 본지 509호 ‘트럼프의 이민자 공격 베끼는 바이든’)

해리스의 부후보 월즈, 권력층 정치인

카멀라 해리스가 미네소타주 주지사 티머시 월즈를 러닝메이트로 택한 후, 민주당과 주류 언론들은 경합주인 펜실베니아의 주지사 샤피로가 아니라 민주당 표밭 정치인 월즈를 택한 해리스의 ‘용단’에 주목했다.

하지만 해리스에게 월즈는 안전한 선택지였다. 샤피로는 이스라엘군에 자원하고 서안지구 정착촌에서 활동한 이력이 있는 시온주의자다. 그런 자를 지명하는 것은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에 대한 선전포고나 다름없었을 것이다.

월즈가 후보로 지명된 후, 그의 서민층 배경은 ‘아메리칸 드림’에 대한 향수를 자극하는 친서민 색조로 덧칠됐다. 월즈가 트럼프와 그 지지자를 두고 “이상한 사람들”이라고 (당연한) 말을 한 것도 촌철살인인 양 포장됐다.

월즈가 저소득층 아동 대상 급식 지원 등 법으로 지정된 미미한 복지를 주지사로서 집행한 것이 그의 ‘친서민’의 증거로 취급되고 있다. 그런 복지라도 안 뺏고 준 것이 어디냐는 식이다.

하지만 월즈는 하원의원을 여섯 차례나 지낸 민주당 중진으로 미국 국가의 제국주의적 이익 수호에 일조해 온 직업 정치인이다.

2016년 당시 하원의원이던 월즈는 대(對)이스라엘 지원 양해각서의 기한을 연장하는 법안을 공동 발의했고, 그 밖에도 여러 개의 이스라엘 지원 법안을 공동으로 작성했다.

트럼프 정부 시절 월즈는 미국의 대중(對中) 무역 전쟁을 측면 지원했다. 월즈는 미국의 대중 무역 협상을 지원하는 기구인 ‘의회·정부 합동 중국위원회(CECC)’에서 활동하며, 국회에서 여러 건의 대중 압박 결의가 채택되도록 주도했다.

2023년 10월 가자 전쟁이 시작될 때 월즈는 미네소타 주지사였는데, 팔레스타인 저항 세력의 10월 7일 공격을 “테러”라고 규탄했고, 미네소타주에 거주하는 팔레스타인계 사람들의 항의 면담 요청을 거부했다. 그리고 이스라엘 기업·국채에 대한 미네소타 주정부의 투자금 약 1억 2000만 달러를 투자 철회하라는 요구도 무시했다.

이런 정치인이 부통령 후보로 지명된 것을 두고 사회민주주의자들인 미국민주사회당(DSA)은 “샤피로가 아니라 월즈가 지명된 것은 DSA와 그 좌파 동맹들이 거둔 성과”라고 자찬했다. 최악과 차악의 차이가 무의미할 만큼 근소한데도 말이다.

좌파라면 ‘차악’론에 안주해 민주당의 정치인 중 하나를 지지할 것이 아니라 민주당과 결별하고 대중 저항을 건설하는 데에 초점을 맞춰야 할 텐데도 말이다.

세상은 해리스냐 트럼프냐 두 선택지밖에 없나?

해리스는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이 자신을 비판하면 트럼프를 이롭게 하는 것이라고 을러댄다.

8월 9일 디트로이트 유세장에서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가들이 “카멀라, 숨지 마라! 인종 학살에 투표하지 않겠다!” 하고 외치자 해리스는 이렇게 쏘아붙였다. “트럼프가 이기길 원한다면 계속 외치고, 아니면 조용히 해. 내가 연설하고 있잖아.”

경호원들에 의해 유세장에서 끌려 나가는 활동가들의 뒤통수에 대고 해리스는 이렇게 말했다. “당신들은 트럼프를 돕고 있다.”

이날 항의 행동을 한 활동가 에어먼 알리는 〈미들 이스트 아이〉에 이렇게 전했다.

“해리스의 대응이 놀랍지는 않았습니다. 그들이 하는 말은 ‘우리는 트럼프가 아니다’뿐이거든요.

“트럼프가 아니라고 만사형통은 아니죠. 행동거지가 트럼프보다 나아야죠.”

또 다른 활동가도 SNS에서 이렇게 꼬집었다. “해리스의 말인즉슨, 트럼프 낙선을 위해서라면 인종 학살조차 보아넘겨야 한다는 것이다. 팔레스타인 문제에서 해리스가 바이든보다 낫다는 허상이 1주일도 채 안 돼 벗겨졌다.”

이날 이후 ‘팔레스타인 청년 운동(PYM)’ 등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 단체들은 해리스가 유세하는 곳마다 항의 행동을 벌이자고 촉구했다. “해리스는 학살 공범이다. 그가 이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대권에 도전하게 놔둬선 안 된다.”

이렇듯 운동은 민주당의 투표 부대로 스스로를 옭아매지 않고 계속 단호하게 투쟁을 이어가야 한다. 그러려면 선거가 아니라 아래로부터의 반대에 초점을 맞추는 정치가 중요할 것이다.

※ 이 글의 필자가 발제하는 공개 토론회 ‘트럼프, 해리스, 격동의 미국 정치’에 관한 정보를 여기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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