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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렉스 캘리니코스 논평:
민주당 주류 친기업 정치인의 전형 카멀라 해리스

이번 미국 대선 레이스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을 보면 지난 프랑스 총선 드라마조차 싱거워 보인다. 먼저, 트럼프의 러닝메이트인 J D 밴스가 “과거의 대통령이자 미래의 대통령”이라고 부른 트럼프가 선거 유세에서 가까스로 암살을 피했다. 그리고 트럼프에게 밀리던 경쟁자 조 바이든이 재선 도전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여기서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은 실로 강요에 의해 포기했다는 뜻이다. 노련한 탐사 보도 기자인 시모어 허시는 전 대통령 오바마와 민주당 최상층의 “빅 3”인 “전 하원의장 낸시 펠로시, 상원 원내대표 찰스 슈머, 하원 원내대표 하킴 제프리스”가 여기에 개입했다는 “한 미국 정부 고위 관료”의 말을 인용한다.

허시는 이렇게 썼다. “그 고위 관료가 내게 전한 바에 따르면, 오바마는 펠로시와 슈머의 승인하에 7월 21일 일요일 아침 식사 후 바이든에게 전화를 걸어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제안을 하나 하겠습니다. 카멀라가 미국 수정 헌법 제25조를 발동하자는 것에 동의해 줬습니다.’” 수정 헌법 제25조는 대통령이 직무를 수행할 수 없는 상태라고 부통령과 내각의 다수가 판단할 시 부통령이 ― 이 경우에는 카멀라 해리스가 ― 대통령직을 승계할 수 있게 하는 조항이다.

오바마는 바이든이 물리칠 수 없는 제안을 했던 것이다. 허시는 이를 1960년대 스릴러인 《5월의 이레》에 비유했다. 이것은 인기 없는 대통령을 상대로 한 우익의 쿠데타 시도를 소재로 한 작품이다. 그러나 바이든을 대선 레이스에서 제거하고 카멀라 해리스로 교체한 것은 중도좌파, 소위 “민주당 내 진보”였다. 오바마와 그의 아내 미셸은 민망하게 연출된 영상을 통해 카멀라 해리스 지지를 선언했다.

트럼프와 공화당은 해리스를 “급진좌파”라고 비난한다. 터무니없는 소리다. 해리스는 빌 클린턴이 기틀을 닦고 오바마가 계승한 민주당 주류 친기업 정치인 유형에 속한다. 해리스의 남편은 할리우드계의 변호사이고, 그 부부는 LA의 부촌인 브렌트우드에 산다. 해리스의 비판자들은 해리스가 민주당 대통령 후보 예비선거를 전혀 거치지 않았다고 불평한다. 그러나 해리스는 출마 선언 이후 가장 중요한 예비선거에서 승리했다. 2억 달러에 달하는 후원금이 흘러들어 온 것이다.

미국의 대기업주들은 분열돼 있다. 그래서 해리스와 밴스가 실리콘밸리에서 각기 다른 분파의 지지를 받는 것이다. 트럼프와 바이든 모두 제조업을 재건하고 중국의 도전에 대응하려고 연방 정부 재정을 투입함으로써 신자유주의 정설에서 이탈했다. 정치적 논쟁은 주로 대기업에 얼마나 세금과 규제를 부과할 것이냐를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다.

〈파이낸셜 타임스〉에 따르면 “월스트리트는 … 지난 3년 반 동안 바이든의 반(反)독점 정책에 갈수록 좌절감을 느꼈다. 그 결과, 오랫동안 민주당을 지지해 온 기업 인수·합병 협상가들은 2024년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 지지로 갈아타거나 어느 쪽도 지지하지 않는 것을 고려했다.”

그러나 그들은 “이제 선거 전략을 재고하고 있다. 그들은 해리스가 밴스보다 더 온건할 것이라고 여긴다. 밴스는 바이든의 반독점 정책을 더 강화할지도 모르는 경제 포퓰리스트로 여겨진다.” 〈파이낸셜 타임스〉가 인용한 한 “최상위 기업 협상가”는 이렇게 말한다. “해리스 부통령은 온건하다. … 법 집행 면에서는 강경할지 몰라도, 그것은 합리적인 법 집행일 것이다.”

이는 〈파이낸셜 타임스〉가 인용한 “해리스 선본과 가까운 한 인사”의 말과 일맥상통한다. “해리스가 전하고자 하는 암묵적 메시지는 민주당이 ‘친기업적이고, 책임있는 정당’이라는 것이다.”

해리스는 바이든의 “철통같은” 이스라엘 지지를 완화시킬 것인가? 그와 비교할 만한 가장 가까운 과거의 사례는 1968년이다. 당시 미국 대통령 린든 존슨은 베트남 전쟁에 대한 반대에 밀려 재선 도전을 포기해야 했다. 그 대신 그의 부통령 휴버트 험프리가 대선에 출마했지만 존슨이 그의 발목을 잡았다. 험프리가 베트남 폭격 중단을 공약하지 못하게 한 것이다. 결국 험프리는 공화당 후보인 닉슨에게 패배했다. 평화 후보를 자처한 닉슨은 전쟁을 4년 더 끌었다.

해리스는 운신의 폭이 좀더 있는 듯하다. 지난주 해리스는 베냐민 네타냐후의 미국 상하원 합동회의 연설에 반대하는 시위대를 “파렴치하다”고 비난했다. 그러나 네타냐후와 만난 뒤 해리스는 “죽은 아이들의 모습”과, 이스라엘군으로부터 “안전한 곳을 찾아 피란을 떠난 절망하고 굶주린 사람들의 모습”에 관해 말했다. “우리가 고통에 무뎌지는 것을 허용할 수 없다. 나는 침묵하지 않을 것이다.”

이것이 단지 방식의 차이 그 이상일지는 두고 볼 일이다. 어쨌든 해리스는 트럼프와 그 지지자들의 인종차별적이고 성차별적인 악랄한 선거 운동에 직면할 것이다. 누가 대선에서 승리하든 미국은 더 양극화하고 더 불안정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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