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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멀라 해리스는 트럼프 귀환의 길을 닦은 민주당의 실패한 정책들을 옹호한다

‘해리스 차악론’에 대한 비판과 경고를 추가했다.(7월 23일)

바이든은 대선 후보에서 사임하며 현 부통령 카멀라 해리스를 차기 후보로 지지했다.

해리스가 다음 달에 민주당 대선 후보로 공식 지명될 것이 유력하지만, 해리스에 대한 환호는 크지 않다. 부통령이 대통령의 그림자에 가려 부차적 구실을 주로 하는 미국 정치의 특성을 감안해도 그렇다. 해리스는 부통령 임기 동안 역대 부통령 중 최저 지지율을 기록했다.

대중 운동이 카멀라 해리스 선거운동에 스스로를 옭아매서는 안 된다

바이든이 2020년 대선 당시 초선 상원의원 해리스를 부통령으로 택한 것은 해리스가 유색인종 여성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맹위를 떨치던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 운동의 호감을 사려는 계산이었다.

국가의 인종차별, 특히 경찰이 하루가 멀다 하고 흑인을 살해하는 현실에 맞서 일어난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 운동은 미국 사회를 뒤흔들었다.

바이든과 민주당은 이 운동의 전투성과 급진적 요구에 일절 반대했지만, 이 운동의 열기와 강력한 반(反)트럼프 정서를 민주당 투표로 돌리고 싶어 했다.

당시 버니 샌더스 등 몇몇 중도 좌파 인사들은 해리스를 찬양했지만, 그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들이 더 많았다. 운동이 요구한 것은 단지 “흑인들을 고위직에” 더 많이 앉히는 것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해리스의 이력은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 운동의 요구와 배치됐다. 캘리포니아주 법무장관 겸 검찰총장, 샌프란시스코 검사 재직 당시 해리스는 경찰 단속 강화를 추진했고, 범죄자 엄단과 사형제 존속을 옹호했다. 민주당 내부에서조차 “캘리포니아주에서 경찰이 몇 년 동안 저지른 끔찍한 직권 남용[폭력과 살해] 행위에 해리스가 전혀 책임을 지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왔다.

다른 쟁점에서도 해리스의 이력은 문제가 많다. 해리스는 캘리포니아주 법무장관 재직 시절 트랜스젠더 수감자의 성전환 수술을 막으려다가 항의 운동에 밀려 물러서야 했고, 상원의원 재임 중에는 연방정부의 임신중지 시술 재정 지원안에 두 차례나 반대표를 던졌다.

해리스는 트럼프의 2018년 시리아 공습도 지지했다.

이스라엘 지지

부통령으로서 상원 의장을 겸하는 해리스는 바이든의 정책을 법제화하는 표결에서 ‘캐스팅 보트’(찬반 동수일 때 의장이 행사하는 결정 투표)를 32회나 행사했다. 역대 부통령 중 최다 기록이다.

미국 의회가 점차 마비되는 상황에서 해리스는 바이든의 정책을 법제화하는 보루 구실을 해 온 것이다.

해리스는 바이든 임기 첫 해에 중남미발 이민자 유입을 막고 단속을 강화하는 정책을 도맡아 집행했다. 해리스는 중미 5개국으로 첫 해외 순방을 할 때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발언해 커다란 비판을 받았다. “이 지역에서 미국 국경으로 오려는 사람들에게 분명히 말하고 싶다. 오지 마라. 제발 좀 오지 마라.”

바이든이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인 인종 학살을 굳건히 지원해 ‘제노사이드 조’(인종학살자 바이든)라고 규탄당할 때 해리스는 굳건히 바이든 편에 섰다. 해리스는 개전 직후인 지난해 10월에 이스라엘에 대한 무조건적 원조를 약속했다.

지난 3월 해리스는 이스라엘의 학살을 비판하며 6주간 휴전을 촉구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는 미국 민주당 정부 내에서 조율된 발언이었고 그 발언에서도 해리스는 이스라엘에 대한 지원은 변함없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요컨대 이런 자가 새 대선 후보로 유력시된 것은 바이든과 민주당이 보통 사람들의 원성을 산 기성 정치권의 정책들을 바꿀 생각이 없음을 보여 준다. 바로 그런 정치가 트럼프 부상의 길을 닦았는데도 말이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해리스가 유색인종 여성이고 트럼프에 견줘 ‘차악’임을 부각하며 사회 운동을 해리스 지지 부대로 포섭하려 하고 있다.

그간 바이든 선거운동에 앞장서 온 민주당 하원의원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는 바이든 사퇴 발표 직후 해리스 지지를 선언했다. 오카시오-코르테스와 함께 민주당 좌파 성향 하원의원 모임 ‘스쿼드’의 일원인 하원의원 일한 오마도 해리스 지지를 선언했다. 같은 날, 오랫동안 민주당과 유착해 온 미국 노총 AFL-CIO도 해리스 지지를 선언했다.

오카시오-코르테스는 “트럼프와 미국 민주주의에 대한 위협을 물리치기 위해 민주당과 미국이 하루빨리 단합해야 한다” 하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런 “단합”은 오히려 트럼프와 극우가 ‘권력층 반대’ 세력을 자처할 기회를 더 줄 뿐이다.(관련 기사 ‘미국 좌파의 실패는 어떻게 트럼프와 우익의 부활에 일조했나’)

미국의 혁명적 사회주의자 핼 드레이퍼는 1960년대에 차악론을 비판하며 “제한된 선택지를 그대로 수납하는 것이야말로 패배”라고 했다.

1964년 대선에서 흑백 인종 분리 지지자였던 공화당 후보 배리 골드워터와 베트남 전쟁을 이끈 민주당 린든 존슨이 맞붙었다.

드레이퍼는 존슨 차악론을 비판하며 이렇게 지적했다.

“자유주의자들의 터무니없는 단순화와 달리, 나는 1964년 대선 사례에서 차악이 최악과 완전히 똑같다는 교훈을 끌어내려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기성 체제를 떠받치는 자들에게 노동계급의 “독립적인 힘을 희생시켜서는 우익에 맞서 승리할 수 없다”고 드레이퍼는 지적했다. “최악과 차악 사이에 차이가 있다고 해도 차악을 지지하면 우파에 맞선 진정한 투쟁의 가능성을 갉아먹는다.”

민주당으로부터 독립적인 운동이 강력해져야 트럼프와 민주당 모두가 나타내는 패악에 맞설 수 있다. 그 운동이 민주당 선거운동에 스스로를 옭아매는 일이 벌어져서는 안 된다.

거리와 캠퍼스, 일터에서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 인종차별 반대 운동, 여성의 임신중지권 방어 운동, 생계비 위기에 맞선 운동 등을 건설하는 데에 초점을 맞추는 혁명적 정치가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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