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보
미국 보잉 파업이 승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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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의안에 대한 조합원 찬반 투표 결과를 반영해 11월 5일(화)에 증보했다.
미국 워싱턴주(州) 시애틀의 보잉 공장 노동자들이 흔들림 없는 파업으로 핵심 요구를 대부분 관철했다.
국제기계항공노동자연맹(IAM) 751지부의 보잉 공장 조합원 3만 3000명은 임금 40퍼센트 인상, 상여금 부활, 지난 단협에서 삭감됐던 퇴직 연금 사측 기여분 원상 복구를 요구하며 9월 13일부터 50일 가까이 파업을 지속해 왔다.
그러던 중 10월 31일 사측이 4년에 걸쳐 기본급 38퍼센트 인상, 협상 타결 시 상여금 1만 2000달러 지급, 퇴직 연금 사측 기여분 증대 등을 골자로 하는 합의안을 제시했다. 이 안에 따르면 노동자 평균 연봉은 7만 5000달러(약 1억 원, 기존 단협 적용 기준)에서 11만 9000달러(약 1억 6500만 원)로 오르게 된다.
보잉 노동자들은 기업 경영 위기에도 생산을 마비시키는 투쟁을 단호하게 벌이면 승리할 수 있음을 보여 줬다.
보잉은 올해 내내 월 평균 10억 달러가 넘는 손실을 봤고, 이러한 기업 위기의 대가를 노동자들에게 떠넘기려 기를 썼다. 보잉 사측은 임금 인상률을 물가 상승률 밑으로 억제하고자 했다.
극심한 생계비 위기에 시달려 온 노동자들은 더는 참지 않았다. 노조 지도부가 마지막 순간까지 파업 돌입을 망설였지만 노동자들은 96퍼센트의 압도적 찬성으로 파업에 돌입했다.
사측은 양보를 거부하며 파업 노동자 전원을 직장의료보험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고 전체 노동자의 10퍼센트인 1만 7000명을 해고하겠다고 협박했지만, 노동자들은 피켓라인(파업 대체인력 투입 저지 행동)을 굳건히 유지했다.
파업이 지속되며 연대도 커졌다. 다른 항공 제조 노동자들과 화물운송 노동자들 등이 피켓라인에 연대했고, 시애틀 지역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도 보잉 노동자 파업을 지지했다.
파업 효과로 보잉 주력 항공기의 신규 생산 대부분이 중단됐고, 파업 효과가 보잉 공급망 전체로 확산됐다.
판돈
이 파업에 걸린 정치적 판돈도 작지 않았다.
미국 주류 언론들은 보잉 파업이 더 많은 노동자 투쟁을 자극할 가능성을 크게 우려했다. “파업이 확대되면 바이든 정부의 마지막 몇 달을 악몽에 빠뜨릴 것이다.”(〈폴리티코〉)
실제로 보잉 파업 와중이던 10월 첫 주에 미국 동부 항만 노동자들이 물류를 마비시키는 파업으로 기본급 62퍼센트 인상을 쟁취했다.(관련 기사: 본지 521호 ‘미국 항만 노동자들 파업, 통쾌하게 승리하다!’)
이번 파업의 정치적 파급 효과는 미국 대선 기간과 맞물려 있기도 하다.
파업 몇 주 전부터 선거운동을 본격화한 민주당 카멀라 해리스는 이 파업으로 “경제 공약의 색조를 완전히 바꿔야 할지도 모른다”(〈폴리티코〉)는 난처한 상황에 처했다.
해리스는 친서민 후보를 자처하면서도 생활고에 항의하는 노동자 파업에 대해서는 무시로 일관했고, 지지 방문 계획이 없다며 거리를 뒀다. 해리스가 진정으로 구애하는 대상은 생활고에 신음하는 평범한 미국인들이 아니라 대자본, 제국주의자들, 군 장성들이기 때문이다.
서민의 대변자를 참칭하던 도널드 트럼프는 “파업 노동자들을 모두 잘라 버리라”고 인터뷰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노동자들이 굳건하게 파업을 지속하자 초조해진 사측은 압력을 받아 잇달아 협상을 시도했다. 10월 23일에 사측은 4년에 걸쳐 기본급을 35퍼센트 인상하는 양보안을 내놓았지만, 조합원들은 이 안을 64퍼센트 반대로 거부했다.
그로부터 1주일 만에 노동자들의 요구를 상당 부분 수용하는 새로운 안을 내놓은 것이다.
조합원들은 이 합의안을 11월 4일(월, 현지 시각)에 59퍼센트 찬성 투표로 통과시켰다. 이 찬성률에는 더 싸웠더라면 임금과 상여금뿐 아니라 퇴직 연금에 대한 사측 기여분 원상 복구도 쟁취해 완승할 수 있었으리라는 아쉬움과 자신감이 반영돼 있다.
보잉 노동자들의 이번 투쟁은, 대선에서 누가 당선하든 지속될 위기에서 미국 노동자들이 어떻게 싸워야 하는지 보여 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