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보
코앞으로 다가온 미국 대선:
생활고 외면, 인종학살 지원하는 해리스 vs. 반사이익 얻는 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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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31일에 해리스의 인종차별 공격과 ‘우클릭’에 관한 내용을 증보했다.
11월 5일(화) 미국 대선에서 카멀라 해리스와 트럼프가 오차 범위 내 접전을 이어가면서, 해리스와 민주당은 불안한 기색이 역력하다.
경합주에서 해리스 지지율이 트럼프보다 낮다는 것이 한 이유다. 간선으로 치러지는 미국 선거에서는 총득표에서 뒤져도 경합주 선거인단을 잘 확보하면 당선할 수 있다(2000년 대선 때 공화당 후보 조지 W 부시가 그렇게 당선했다).
다른 이유는, 민주당 표밭으로 여겨진 흑인과 저소득층에서 해리스 지지가 저조하다는 것이다. 흑인들의 해리스 지지율은, 2020년 대선 때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 운동의 주요 요구 모두를 대놓고 반대했던 바이든보다도 10퍼센트포인트 이상 낮다(〈뉴욕 타임스〉). 소득 중·하위층에서 해리스 지지율은 트럼프보다 0.6~4.6퍼센트포인트 낮다(유고브).
생계비 위기로 인한 대중의 분노가 크기 때문이다.
2020년 대선에서 바이든과 해리스는 서민 구제를 약속했지만, 그 구제는 ‘언 발에 오줌 누기’ 수준에 불과했다. 게다가 코로나19 팬데믹과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물가가 급등해 서민 생계비 위기가 극심해졌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이 물가 급등을 잡겠다고 금리를 인상하면서 가계 부채가 치솟았다.
천대받는 흑인(등 유색인종)의 생활고는 특히 심하다. 흑인 등록 유권자의 4분의 3이 생활고가 심각해 식료품 구입까지 줄여야 했다(〈뉴욕 타임스〉). 유권자 등록도 하지 못한 흑인 극빈층을 포함하면 실제 상황은 훨씬 심각할 것이다.
그런데도 이번 선거에서 해리스가 내놓는 경제 공약의 골자는 기업 지원이고, ‘밥상 물가’ 대책에는 구체적 내용이 전혀 없다.
민주당을 향한 시선이 차가운 것도 당연지사다. 미국 싱크탱크 노동정책센터(CWCP)의 10월 2일 자 여론조사를 보면, “최근 불공정하게 일자리를 잃었다,” “일자리가 매우/다소 불안정하다”고 응답한 사람 중 해리스에게 투표하겠다는 사람은 각각 37.4퍼센트, 32.6퍼센트에 불과했다.
그리고 트럼프는 이런 분노를 이용하기 위해, 이민자를 속죄양 삼는 거짓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트럼프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불법 이민자들이 미국인들의 일자리를 빼앗고 애완견을 잡아먹는다”는 등의 역겨운 악선동을 토해 낸다. 트럼프는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이민자 단속·추방을 제1 공약으로 내세운다.
이민 문제를 부각함으로써 트럼프는 핵심 기반인 인종차별적 극우를 규합·강화하고, 권력층에 대한 대중의 분노를 뒤틀어 극우 기반보다 훨씬 광범한 유권자층을 지지 표로 모으고 있다.(이는 국제적 흐름의 일부다. 오늘날 유럽에서도 극우·파시스트가 이민 문제를 초점으로 삼아 부상했고 곳곳에서 전진하고 있다.)
민주당 정부에 분노해 트럼프에 투표하겠다는 사람이 모두 극우는 아니다. 그럼에도 그 중심축 구실을 하는 극우 운동은 트럼프가 이번 선거에서 패배하더라도 자신들의 세를 더 키울 기회를 얻고 있다. 특히, 바이든과 해리스가 이민자 배척 정서에 영합하면서, 극우적 선동에 힘을 실어 주고 있다.
이민
애시당초 해리스와 민주당은 극우를 저지할 방벽이 못 된다. 경제 위기의 고통을 서민들에게 전가한 민주당과 기성 권력층에게 트럼프 부상의 가장 큰 책임이 있다.(관련 기사 ‘미국 민주당에 또 속으면 안 된다’)
해리스는 트럼프와 극우의 역겨운 인종차별에 맞서기는커녕 그 자신이 인종차별 공격을 하고 있다.
해리스는 트럼프가 “이민 문제를 해결하는 데에 부족하다”고 비판한다. 해리스는 자신의 활약으로 “현 정부하에서 트럼프 임기 때보다 미등록·불법 이민자 수가 훨씬 줄었다”고 자화자찬하며, 트럼프가 미국-멕시코 간 국경 장벽을 “국경의 겨우 2퍼센트밖에” 짓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한 기자가 트럼프의 국경 장벽 공약은 그저 상징적인 것에 불과하지 않았느냐고 묻자, 해리스는 이렇게 대꾸했다. “나는 좋은 아이디어라면 출처를 가리지 않고 받아들이는 사람이다.”
다른 기자가 차기 해리스 정부는 바이든 정부와 무엇이 다를지 묻자, 해리스는 이렇게 답했다. “나는 장관·보좌진에 공화당원들도 기용할 계획이다. 그것 하나만 다를 것이다.”
선거를 앞두고 민주·공화 양당 간 차이는 이전 어느 때보다 적다. 해리스와 민주당이 보수 표심을 잡겠다며 우클릭하고 있기 때문이다.(그리고 샌더스나 오카시오-코르테스 같은 민주당 내 좌파 인사들은 그런 해리스를 진보 후보로 포장하고 있다. 관련 기사 ‘미국 좌파의 실패는 어떻게 트럼프와 우익의 부활에 일조했나’)
해리스의 유세에는 공화당 내에서 트럼프에 맞섰다가 밀려난 리즈 체니(네오콘이자 전 부통령 딕 체니의 딸) 같은 자들이 동행한다. 지금 중동에서 인종 학살을 지원하는 자(해리스)와 과거 중동에서 “테러와의 전쟁”을 자행한 네오콘의 정치적 후계자가 극우에 맞선 방벽을 자처하며 손을 잡은 것이다.
바로 이런 주류 정치인들이 대중의 삶을 위기로 몰아넣고 환멸을 키워 트럼프와 극우가 부상할 기회의 문을 열었다.(관련 기사 ‘민주당은 어떻게 트럼프 복귀의 길을 닦았나’)
그런데도 해리스와 민주당은 진보 성향 유권자가 자신을 찍지 않으면 트럼프를 이롭게 하는 것이라고 협박한다.
민주당 전 대통령 버락 오바마는 미국 흑인들이 해리스를 지지하지 않는 것은 “대통령이 남성이 돼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고, “여성의 권리를 옹호하지 않는 것”이라고 책임을 전가했다.
해리스는 자신이 여성이므로 자신에게 투표하는 것은 여성의 임신중지권을 옹호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임신중지권 옹호 여론(69퍼센트)과 해리스 지지(47퍼센트) 사이에는 커다란 격차가 있다(카이저가족재단(KFF) 조사).
이는 해리스가 ‘로 대 웨이드’ 판결 폐기 등 우익의 임신중지권 공격에 맞서겠다고 말만 하고서 실질적 조처를 전혀 취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2022년 중간선거에서 바이든·해리스 자신이 임신중지권이 헌법적 권리로 보장되도록 법을 개정하고 행정명령을 발표해 긴급 지원을 하겠다고 공약했는데도 말이다.
조급해진 민주당은 “[녹색당 후보] 질 스타인에게 투표하는 것은 트럼프에게 투표하는 것”이라고 협박하는 선거 광고를 내놓았다. 전국 후보도 아니고 1퍼센트에 불과한 스타인의 표조차 아쉬운, 다급한 상황이 된 것이다.
민주당은 이스라엘 무기 지원 중단을 공약하는 스타인이 해리스를 비방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해리스는 실제로 인종 학살을 지원하고 있다. 그래서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이 해리스를 “살인마 카멀라”라고 규탄하는 것이다.
해리스는 바이든의 최측근으로서 가자 전쟁 내내 이스라엘을 지원해 왔다. 10월 7일 1주기에 맞춰 낸 성명에서도 “이스라엘이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무엇이든 할 수 있도록 언제나 충실히 도울 것”을 재확인했다.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저항 운동 지도자 야흐야 신와르를 죽인 후에 해리스는 “신와르를 죽여 장애물을 제거[했다]”며 환영했다. 마치 인종 학살을 자행하는 이스라엘이 아니라 저항하는 팔레스타인인들이 평화의 걸림돌인 양 말이다!
이에 미국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 내 주요 단체인 ‘팔레스타인청년운동(PYM)’은 이렇게 질타했다. “학살 지원 입장을 한 번도 바꾼 적 없는 해리스에게 투표하라고 하지 마라. 해리스가 차악이라고 하지 마라. 우리의 헌신과 믿음이 향하는 곳은 가자지구의 팔레스타인인들뿐이다.”
이들을 포함한 미국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은 10월 7일 1주년을 기해 미국 50여 개 도시에서 대규모 항의 시위를 벌이고, 바이든-해리스 정부를 규탄했다.
이런 아래로부터 항의가 계속 전진해야 한다. 미국에서 그런 저항의 가능성은 물류를 마비시켜 통쾌한 승리를 거둔 미국 동부 항만 노동자 파업에서도 엿보였다.
이런 아래로부터의 항의가 강화될 때만, 11월 5일에 누가 당선하든 이후에도 계속될 위기에서 노동자 서민을 위한 진정한 대안의 주춧돌을 놓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