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보잉 노동자들, 노조 지도부가 제시한 합의안 거부하고 파업 돌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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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워싱턴주(州) 시애틀의 보잉 공장에서 노동자 약 3만 3000명이 일손을 놓고 파업을 벌이고 있다.
국제기계항공노동자연맹(IAM) 751지부로 조직된 인력의 무려 95퍼센트가 노조 지도부가 추진한 교섭안을 거부했다.
751지부 조합원들은 임금 40퍼센트 인상과 연례 상여금 부활을 요구하며 9월 13일 파업에 돌입했다. “파업, 파업, 파업” 하는 구호가 파업 집회장에서 울려 퍼지고 존 홀든 지부장은 이렇게 연설했다. “우리는 존중받고자 합니다. 과거를 바로잡고 우리의 미래를 위해 싸우고자 합니다.”
환호성이 쏟아진 뒤 홀든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 조합원들은 94.6퍼센트의 반대로 합의안을 거부하고 96퍼센트의 찬성으로 파업을 가결시켰습니다.
“사측은 차별적 행동을 일삼고, [파업 투표를 앞두고 — 역자] 노동자들을 강압적으로 추궁하고 불법적으로 감시하고, [파업 준비를 방해할 목적으로 — 역자] 불법적인 혜택 제공 약속을 했습니다. 사측은 위법 행위를 중단하고 교섭에 성실히 임해야 합니다.”
홀든 지부장의 투쟁적인 발언은 조합원들이 형편없는 합의안을 받아들이게 하는 데 실패한 뒤에 나온 것이다.
사용자들은 회사에 돈이 없다면서 노동자들을 위협하려 했다. 사측은 노조가 없는 사우스캐롤라이나주의 공장으로 생산을 이전하겠다고 위협했다.
한때 보잉의 전 최고경영자는 자기가 노동자들의 “기를 죽여 놓았다”고 우쭐거렸다. 그러나 이제 노동자들은 고분고분하지 않다.
조합원들이 거부한 그 교섭안은 미국에서 가장 유력한 노동조합 지도자들이 권유한 것이다. 그 교섭안에는 임금을 25퍼센트 인상하고, 안전 문제에서 노조의 의견을 더 반영하고, 새 상업용 제트기를 시애틀 공장에서 생산하기로 약속한다는 내용 등이 포함돼 있었다.
보잉은 매달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손실을 보고 있고, 그 위기의 대가를 결단코 노동자들이 치르게 하려 한다. 그러나 노동자들은 굴복하지도 회유되지도 않았다. 노동자들은 보잉 737 맥스, 보잉 777, 보잉 767 제트기를 조립하는 시애틀 공장에서 일주일 내내 시위를 벌였다.
사용자들에 대한 보잉 노동자들의 분노는 지난 10년 동안 켜켜이 쌓여 온 것이다. 당시 사측은 연금을 없애는 단체협약을 노동자들에게 강요했다. 물가가 천정부지로 치솟는데도 지난 8년간 조립 공정 노동자의 임금 인상률에는 4퍼센트 상한이 적용됐다. 노동자들은 더는 참을 수 없었던 것이다.
파업은 보잉의 실적에 타격을 줄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보잉의 이윤보다 더 큰 판돈이 걸려 있다.
보잉은 미국 방위 산업의 핵심 기업이자, 가자지구에서 벌어지는 인종 학살을 지원하는 서방의 군산복합체에서 일익을 맡고 있다. 보잉 방산·우주·보안 사업부는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방위 계약 업체이자, 미국 연방 정부의 주요 계약 업체 중 하나다.
이스라엘이 가자 중부를 폭격한 다음 날인 9월 13일 미군은 보잉의 새 제트기들을 들일 공간을 마련하기 위해 이스라엘 공군 기지를 업그레이드하겠다고 발표했다. 새로 들어올 제트기는 2022년에 계약된 것으로, 당시 보잉은 이스라엘과 약 10억 달러 규모의 계약을 체결해 KC-46A 급유기를 제공하기로 했다.
그 무기들의 구입 비용은 미국의 항공기와 무기 기술에 쓰라고 미국이 이스라엘에 제공하는 지원으로 지불될 것이다.
보잉 노동자들은 회사가 빠진 위기의 대가를 떠안지 않겠다는 결의를 보여 줬다. 노동자들은 스스로의 힘으로 더 나은 합의를 쟁취할 수 있다. 그뿐 아니라 보잉이 이스라엘군에 인종 학살 수단을 제공하는 것에 차질을 줄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