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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탄핵 운동 극우 팔레스타인 트럼프 2기 이주민·난민 우크라이나 전쟁 긴 글

‘민감국가’ 지정의 배경에는:
미국의 상대적 약화와 한국의 핵 야심이 있다

핵항모 부산으로 들어온 미국의 핵 항공모함을 둘러보는 윤석열 ⓒ출처 대통령실

미국 에너지부가 지난 1월 한국을 ‘민감국가 및 기타 지정국가 목록’에 올려 제재를 가할 것이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한국에서는 책임 공방이 일고 있다.

국민의힘은 터무니없게 이재명의 ‘친중’을 문제 삼았다. 그러나 이재명은 (우파들이 짜려는 프레임과 달리) 한미동맹을 여전히 중시한다. 그는 그저 미국과 중국을 둘 다 중시하자는 입장이었다.

더불어민주당은 2023년 1월 윤석열의 자체 핵무장 가능성 시사를 원인으로 지적했다.

한국 외교부는 “미국 정부 측에 따르면 외교 정책적 문제가 아니라 보안 문제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 보안 문제란 2년 전 미국 에너지부 산하 연구소의 한 직원이 원자로 설계 소프트웨어를 한국으로 반출하려다 적발된 사건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러나 핵개발 기술과 연관된 사안은 극도로 예민한 정치 군사적(외교 정책적) 문제일 수밖에 없다. 안보 분야 전문가인 위성락 민주당 의원은 이렇게 요약했다. “한국은 핵확산 가능성이 있는 나라다. … 핵확산 요주국인 한국에 대한 우려가 보안 문제로, 그리고 민감국가 지정으로도 이어졌다고 보는 게 합리적 추론이다.”

최근 몇 년 사이 한국 우파 사이에서 독자적 핵무장론은 더욱 눈에 띄게 노골화했다. 윤석열의 핵무장 발언(대통령으로서는 처음이었다)이 보여 주듯이 말이다.

이번 사안의 배경에는 한반도 주변 지역의 지정학적 위기 고조가 있다. 그 위기를 잘 이해하려면 세계 질서 속에서 살펴봐야 한다.

미국 제국주의의 상대적 약화

올해 1월 20일 출범한 트럼프 정부는 ‘미국 우선주의’를 내걸면서 미국에 안보를 의존하는 동맹국들이 중국 등을 견제하는 데에 더 많은 비용과 노력을 부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트럼프가 대선 기간에 한국 정부에 방위비 분담금 인상을 압박할 것을 예고했던 것도 그 일환이었다.

이는 단순히 트럼프 팀의 특성 때문만이 아니라, 미국 제국주의가 처한 어려움을 반영하는 것이었다.

트럼프는 지난 수십 년간 경제력의 상대적 쇠퇴, 중국이라는 신흥 경쟁자의 부상 등으로 미국 제국주의의 힘이 상대적으로 약화돼 동맹들에게 충분한 이득을 제공할 여유가 줄어든 조건에서 재등장했다.

특히, 트럼프는 바이든 정부 동안 장기화되며 수렁이 된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려고 하고, 그것을 위해 푸틴과 협상하려 한다. 중국과의 경쟁에 전략적으로 집중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러자 유럽 지배자들은 군사적으로 자력갱생해야 한다는 위기감을 느끼며 군비 증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국에 안보를 의존해 온 한국의 지배계급도 이런 상황 전개를 보고 비슷한 위기감이 들 것이다. 더욱이 최근 북한은 핵 능력을 고도화했고 우크라이나 전쟁을 거치며 러시아와의 동맹 관계도 강화했다.

미국의 핵 통제

남한의 독자적 핵무장론 또는 핵잠재력 확보 시도를 놓고 미국이 예민하게 대응하며 갈등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미국은 남한이 자신의 핵우산 아래에 머물기를 바라며 독자적 핵무장을 허용하지 않아 왔다. 특히, 화약고와도 같은 동아시아 지역에서 경쟁 강대국이자 핵보유국인 중국과 러시아를 자극하는 일은 자칫 미국이 통제하기 어려운 수준의 불안정을 낳을 수 있다. 또한 한국의 핵무장이 일본의 핵무장 야심을 더욱 자극할까 봐 우려한다.

이런 배경이 한미원자력협정으로 미국이 한국의 핵연료 재처리(핵무기 제조 기술) 절차를 엄격하게 제한, 통제하는 이유다.

그래서 남한 지배계급은 독자적 핵무장 대신 한반도 유사시에 미국 핵전력을 신속하게 투사할 수 있는 방향으로 한미 군사 협력을 강화해 왔다.

하지만 핵잠재력 확보의 기회 엿보기를 결코 포기하지 않았다.

1970년대 초 미국이 닉슨 독트린 발표 이후 주한미군을 감축하자 박정희 정권은 미국의 의사를 거슬러 핵개발을 시도했다. 그러자 미국은 앞서 언급한 1974년 한미원자력협정과 남한의 NPT(핵확산금지조약) 가입 압박으로 대응했다.

냉전 해체 후인 1990년대에는 남한에 배치돼 있던 미국의 전술핵이 철수되는 등 동아시아 질서가 변화했고, 이 때도 미국은 한국을 민감국가 목록에 올려 주시했다. 김대중 정부 때 미국 몰래 우라늄 농축 실험을 했다가 이후 드러나 갈등이 빚어진 적도 있다.

민주당도 예외가 아닐 수 있다

민주당은 우파의 핵무장론을 비판한다.

그 대신 민주당은 미국의 반대, 독자 핵무장의 파장 등을 고려해 한미동맹 강화와 미국의 확장억제(핵우산) 강화를 더 강조해 왔다.

올해 1월 민주당은 국회에서 한미동맹 지지 결의안을 발의했다(이재명 대표 포함 80여 명의 공동발의). 한미동맹을 찬양하고 그것의 강화를 강조하는 이 결의안은 국민의힘·민주당 의원 압도 다수의 찬성으로 3월 1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트럼프 정부 등장에 대한 민주당 나름의 준비였던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평화적 핵 이용”이라는 위선적인 이름으로 핵연료 재처리 능력을 확보하려고 은근히 애써 왔다. 당장은 못해도, 미래에 언제라도 핵무장을 할 수 있는 잠재력은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2월에는 민주당이 조기대선 시 공약에 핵 잠재력 확보(핵 재처리) 포함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들이 나왔다. 노무현 정부 때 통일부 장관을 지내는 등 역대 민주당 정부외 외교·안보 조언을 해온 이종석은 〈경향신문〉 칼럼에서 “북한 핵무기 보유와 유사시 대응 능력을 위한” 핵 잠재력 보유를 추진하자고 주장했다.

국정원 출신 박선원 의원 등 민주당 일각에서는 “핵무장 금기시하는 굴레에서 벗어나자”는 말들까지 공개적으로 나왔다. 이후 논란이 일자 “당론이 아니”라고 수습했지만 말이다.

요컨대 이번 사안의 배경에는 동아시아와 한반도 주변 지역의 지정학적 위기 심화라는 더 큰 맥락이 있다. 또, 그 배경에는 세계 질서의 변화, 특히 미국 제국주의의 상대적 약화가 있다.

그리고 그에 대한 대응으로서, 한국 지배계급은 수많은 평범한 사람들의 목숨을 한꺼번에 날려버릴 수 있는 위험천만한 핵무장 또는 미국의 제국주의적 핵우산 강화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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