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원자력협정 개정 추진:
‘핵은 핵으로 맞서야 한다’는 오싹한 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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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가 미국과의 한미원자력협정 개정 협상을 앞두고, 사용 후 핵연료를 독자적으로 재처리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기존 협정에 따르면 한국은 반드시 미국의 사전 동의를 거쳐야만 우라늄 농축이나 핵연료 재처리를 할 수 있다.
박근혜는 당선 전부터 “우리에게 핵폐기물 처리는 중요하고 절실한 문제”라며 한미원자력협정 개정에 큰 관심을 보였다.
보수언론들도 한미원자력협정이 “대표적인 불평등조약”이며 한국은 “핵개발 주권”을 가져야 한다고 박근혜를 거들고 있다.
한미원자력협정 개정의 명분은 해마다 7백 톤 이상 배출되는 핵 폐기물을 더는 수용할 공간이 없고, 핵 폐기물의 매립은 환경을 오염시킨다는 것이다.
그러나 핵 폐기물 처리의 문제점을 진정으로 해결하고자 한다면, 재처리 시설을 건설할 것이 아니라 핵 발전 자체를 즉각 중단해야 마땅하다. 핵 폐기물은 재처리 여부와 상관없이 완전히 처리되는 데에 수십만 년에서 수백만 년이 걸리며 이 어마어마한 기간 동안 토양과 물, 공기를 계속해서 오염시키기 때문이다. 또한 핵 폐기물 더미들은 언제라도 폭발하거나 새어 나와 재앙을 일으킬 수 있다.
한국 지배자들이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권한을 원하는 ‘진짜’ 이유는 핵 폐기물의 재처리 과정에서 핵무기의 핵심 재료인 플루토늄을 생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통일부 정책자문위원 김태우가 “미국은 동맹국(한국)이 북한 핵 위협에 그대로 노출돼 있는 현실을 외면할 것인가”라며 한국의 독자적 핵무장 필요성을 설득하려 한 것은 이들의 진정한 의도를 보여 준다.
심지어 새누리당 정몽준은 “핵무기에 대항할 수 있는 것은 핵무기밖에 없다”고 공공연하게 주장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는 이번 협상에서 핵연료 재처리권 요구가 관철되지 않는다고 할지라도 핵무장의 집념을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심각해지는 동아시아의 군사 경쟁 속에서 한국의 보수 세력들은 독자적인 핵무장의 야욕을 키우고 있다. 설사 미국이 용납하지 않아 즉각적인 핵무장은 어렵더라도 일본처럼 핵무장의 잠재력은 보유하고 싶은 게 한국 지배자 다수의 열망이다.
극우 대표주자 조갑제는 “피를 흘릴지라도 위험과 부담을 당당히 감수해야 한다”며 핵무장을 옹호한다.
이처럼 평화를 짓밟으며 핵전쟁 위험까지 불사하려는 박근혜 정부와 지배자들의 시도는 당장 중단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