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원자력협정 개정 논의:
핵무장에 한발 더 다가가려 하는 이재명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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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25일 한미 정상회담 이후 한·미 정부는 원자력 협력 방안을 놓고 곧바로 후속 논의에 들어갔다. 8월 27일 ‘한·미 원자력 협력 차관 협의’도 열렸다.
한미 정상회담이 끝난 뒤 위성락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은 “원자력 협력도 정상 간 의미 있는 논의가 있었고 앞으로 추가적인 논의가 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국 정부는 오랫동안 한미원자력협정 개정을 바라 왔다. 기존 협정에 따르면 한국은 미국의 동의가 있어야만 사용후핵연료 재처리와 농축 우라늄 생산을 할 수 있다. 협정 개정을 통해 이를 좀 더 완화시키길 바라는 것이다.

한국 정부는 국내 핵발전소에서 배출되는 사용후핵연료를 임시로 저장할 공간이 부족하다며 협정 개정을 요구해 왔다.
최근 이재명 정부는 한미 간 핵발전 협력을 원활히 하려면 협정 개정이 필요하다는 논리를 추가했다. 트럼프 정부가 발표한 대규모 핵발전소 증설 계획에 한국 정부와 기업들이 협력하려면 한미원자력협정 개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조현 외교부장관은 한미원자력협정 개정 문제를 놓고 “자체 핵무장이라든지 잠재적 핵능력을 길러야 한다든지 이런 말은 협상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산업 또는 환경적 차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조현 장관의 말과 달리, 한국 권력자들이 원자력협정 개정을 바라는 진짜 이유는 “잠재적 핵능력”을 갖고 싶어서다.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과정에서 핵무기의 핵심 재료인 플루토늄을 추출할 수 있고, 우라늄 농축 기술도 핵무기에 들어가는 고농축 우라늄을 만들기 위해 꼭 필요하다.
핵무장 야욕
한국 권력자들의 핵무장 야욕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1970년대 초에 박정희는 미국의 의사를 거슬러 비밀리에 핵무기 개발에 착수했다. 미국의 베트남전 패배, 미국과 중국의 관계 개선, 주한미군 감축 등이 벌어지자 독자적으로 핵 개발을 시작한 것이다. 그 후 미국의 압력이 거세지자 핵무기 개발을 포기하는 척했지만 결코 완전히 중단하지는 않았다.
김대중 정부 때는 몰래 우라늄 농축 실험을 한 것이 드러나 갈등이 빚어진 적도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한국 우파 사이에서 독자적 핵무장론은 더욱 노골화했다. 2023년 1월 윤석열은 한국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자체 핵을 보유할 수 있다”고 말해 큰 파장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처럼 한국 우파들이 ‘독자적 핵무장론’의 목소리를 키우는 이유는 한반도 주변에서 지정학적 위기가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트럼프 정부는 미국에 안보를 의존하는 동맹국들이 중국 견제를 위해 더 많은 비용을 부담하라고 노골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이는 미국 제국주의가 처한 어려움을 반영하는 것이다. 지난 수십 년간 미국 경제력이 상대적으로 쇠퇴하고 중국 같은 신흥 경쟁자가 부상하자 동맹들에게 부담을 넘기기 시작한 것이다.
비슷한 이유로 유럽 각국은 스스로 군사력을 키워야 한다는 위기감을 느끼며 군비 증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국에 안보를 의존해 온 한국의 권력자들도 이런 상황을 보고 비슷한 위기감이 들 것이다. 특히 트럼프가 ‘동맹의 현대화’를 말하며 주한미군 감축과 ‘유연성’을 추진하자, 미국이 결정적일 때 한국을 방어해 줄지에 대해 한국 권력자들 사이에서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더욱이 최근 북한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파병하며 북러 관계를 개선해 왔는데, 이는 북한의 핵 능력 고도화에 대한 한국 권력자들의 우려를 더욱 키웠다.
민주당은 우파의 독자적 핵무장론을 비판해 왔다. 그 대신 민주당은 한미동맹 강화와 미국의 “확장억제”(핵우산) 강화를 더 강조해 왔다.
그럼에도 민주당도 핵연료 재처리 능력 등을 확보해 언제라도 핵무장을 할 잠재력을 키우려고 해 왔다. 위성락 안보실장이 원자력협정 개정 목적을 놓고 “가급적 일본과 유사한 권한을 갖고자 한다”고 말한 이유이다.
그러나 미국은 한국의 독자적 핵무장은커녕 핵무장 잠재력을 키우는 것도 쉽게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 한국이 핵무장 능력을 키우게 되면 중국·러시아를 자극해 미국이 통제하기 힘든 불안정을 낳을까 봐 우려하는 것이다. 특히, 일본의 핵무장 야심을 더욱 자극할까 봐 우려한다.
이번 협상에서 원자력협정 개정 논의가 성과 없이 끝난다고 해도 한국 정부는 핵무장(또는 핵 잠재력 확보)의 집념을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심각해지는 동아시아의 군사력 경쟁에 대응하려면 한국도 최소한의 핵무장 잠재력은 있어야 한다고 느낄 것이다.
‘핵에는 핵으로 맞서야 한다’는 핵 잠재력 확보 시도는 수많은 사람들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위험천만한 일이다. 이재명 정부의 핵무장 능력 보유 시도에 반대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