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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국방장관 방한:
미국의 “확장억제” 강화는 한반도와 아시아의 긴장을 악화시킨다

“확장억제 강화” 약속하는 미국 국방장관 로이드 오스틴(왼쪽). 한반도 주변 정세를 더 불안정하게 만들 위험한 선택 ⓒ출처 미 국방부

1월 30~31일 방한한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은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은 확고하다”고 말했다. ‘확장억제’는 동맹국이 위협받으면 미국이 핵무기, 재래식 전력 등 모든 역량을 동원한다는 개념이다. 오스틴 장관은 이 공약이 철통같음을 재확인해 준 것이다.

그러나 이는 또한 윤석열의 자체 핵무장 발언을 의식해 꺼낸 말이기도 하다. 즉, 한국은 스스로 핵무장할 생각하지 말고 미국의 핵우산을 계속 믿으라는 말이다.

오스틴은 확장억제 강화를 위해 F-22, F-35 스텔스 전투기와 핵추진 항공모함 등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가 앞으로 더 많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한·미 국방장관들은 확장억제 운용 연습도 실전 수준으로 업그레이드해, 2월 중 미국에서 공동으로 실시하기로 했다. 올해 한미연합훈련에서 야외 기동 훈련의 규모와 범위도 확대될 예정이다.

이렇게 핵공격이 가능한 미국 전략 무기들이 한반도에 상시 배치 수준으로 드나들고, 핵 선제공격 연습이 포함된 연합훈련이 강화되는 것은 한반도 정세에 악영향을 끼칠 게 분명하다. 이런 움직임이 반드시 북한의 반발을 부를 테니 말이다. 지난해 북한은 한·미와 한·미·일 연합훈련,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에 맞대응해 왔다.

그러나 확장억제 강화는 중국도 자극할 것이다. 한반도와 그 인근으로 오는 미국의 전략 폭격기, 항공모함, 핵잠수함 등은 결국 중국을 겨냥하기 때문이다.

지난달 19일 미국의 유력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도 미국 정부가 한국에 제공하는 확장억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문하는 보고서를 냈다. 그 보고서는 핵잠수함, 전략 폭격기 등의 한반도 주변 상시 전개, 핵무장이 가능한 미군 항공기의 한국 내 수용 시설 마련을 제안했다.

그 보고서는 미래에 미국 전술핵을 한국에 재배치할 방안을 사전에 논의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의 이런 제안은 무엇보다 중국과의 경쟁을 의식한 것이다. 한미동맹의 기존 억제 정책이 중국의 군사 현대화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며 개선을 촉구한 것이다.

윤석열 정부와 여당은 자체 핵무장을 주장한다. 하지만 미국의 확장억제 강화에도 적극 호응하고 있다. 앞서 국민의힘 북핵위기대응특위는 미군 전략 잠수함의 동해 배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담긴 보고서를 냈다. 특위 내에서는 유사시 제주도에 미군 핵전력을 배치하자는 주장도 제기됐다.

운명의 날

한미동맹의 이런 움직임은 상황이 위험한 방향으로 전개되도록 자극할 것이다.

지금 미국, 중국, 러시아 같은 강대국들은 핵무기 경쟁의 새로운 국면을 여는 중이다. 지난달 미국 핵과학자회보는 지구 파멸을 경고하는 ‘운명의 날 시계’를 자정 90초 전으로 10초 앞당기며 다음과 같이 우려했다.

“미국, 러시아, 중국은 핵무기 현대화 프로그램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고, 위험하고 새로운 ‘제3차 핵 경쟁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중국이 2035년에는 지금보다 5배 많은 핵탄두를 보유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그래도 미국, 러시아의 핵탄두 보유 규모에는 못 미칠 것이지만 말이다.

미국은 이에 맞서 핵전력 우위를 지키려고 새로운 미사일들을 개발하고 신형 스텔스 전략 폭격기를 조만간 전력화하려 한다.

결국 확장억제 강화도 미·중의 제국주의 경쟁의 맥락 속에서 진행되는 것이다. 자연히 우리가 사는 한반도는 이 경쟁에 더 깊이 휘말리게 될 것이다.

윤석열이 자체 핵무장 발언을 한 후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를 강하게 비판했다. 한국의 핵무장은 “동북아 지역의 연쇄적인 핵무장을 촉발할 것[이다.]”

그러나 민주당은 확장억제 강화에는 반대하지 않는다. 지난 대선 당시 이재명 후보는 북핵에 대한 대량 응징 보복 강화와 함께 확장억제를 발전시키겠다고 공언한 바 있다. 지금 김병주 민주당 의원도 전술핵 재배치에 반대하면서도 확장억제를 지지한다.

〈한겨레〉는 자체 핵무장에 반대하면서도 미국의 확장억제가 북핵 대응의 “현실적 방안”이라고 주장한다. 그리고 “확장억제 운용 과정에서 한국의 참여와 발언권을 확대”하라고 주장한다. 이는 아마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이 급격히 강화되는 데 대한 우려에서 비롯한 주장일 것이다.

그러나 미국의 핵우산은 전쟁을 궁극적으로 방지하지 못한다. 외려 주변국을 자극해 궁극적으로 위험을 더 키워 왔다.

그리고 미국의 핵무기 운용에 한국의 의사가 반영될 리 만무하다. 미국은 유럽 동맹국들이나 일본에도 그런 권한을 내준 적이 없다.

자체 핵무장이나 확장억제 강화 모두 한반도 주변 정세를 더욱 불안정하게 만드는 선택일 뿐이다. 둘 다에 반대하고, 불안정의 근본 원인인 제국주의에 맞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