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스 캘리니코스 논평:
신자유주의적 제국주의의 쇠퇴와 유럽의 재무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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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정부들 사이에서 독선적인 우크라이나 연대 물결이 일고 있다. 전장에서 벌어지는 일에는 십중팔구 별로 실질적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유럽의 대대적인 재무장을 정당화하는 데 이용되고 있다.
1990년대와 2000년대 초 사이에 서방 지배계급들은 ‘신자유주의적 제국주의’라고 할 만한 것의 두 가지 유형을 발전시켰다. 첫 번째 유형은 빌 클린턴[1993~2001년 대통령 재임]과 조지 부시 2세[2001~2009년 대통령 재임] 정부하의 미국에서 등장했고, 영국의 토니 블레어[1997~2007년 총리 재임]가 열의 있게 받아들인 것이다. 그들은 서방 제국주의 강대국들이 “자유주의적 가치”를 지키기 위해 국제법을 무시하고 전쟁을 벌일 권리가 있다고 단언했다.

두 번째 유형은 유럽연합 대부분에 걸쳐 우세했던 것으로, 첫 번째 유형만큼 호전적이지는 않았다. 실제로 유럽 대륙의 양대 강대국인 프랑스와 독일은 2003년 미국의 재앙적인 이라크 침공에 반대하기도 했다. 유럽연합은 자신이 “규범적 권력”임을 뽐냈다. 자신들이 북돋는다는 “가치”를 통해 국제적 영향력을 키운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사실 유럽연합도 미국 정부만큼이나 기꺼이 강압을 사용해 왔다. 다만 그 강압은 경제적 압력의 형태를 취했다. 나토와 유럽연합을 중부 유럽과 동부 유럽으로 한사코 확장하려 한 것은 클린턴과 부시였다. 그러나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도 보완적 구실을 했다. 옛 스탈린주의 국가들의 지배계급들에게 서방식 자유시장 자본주의에 경제적·정치적으로 동화될 것을 강요한 것이다.
순응하지 않는 회원국들에게는 2007~2009년 세계 금융 위기 이후 그리스에 긴축을 강요한 것이 효과적인 본보기가 됐다. 그 과정은 2015년 7월에 절정에 달했는데, 그리스인들이 국민 투표로 긴축을 거부하자 유럽중앙은행이 그리스 은행 시스템을 정지시킨 것이다. 퍽이나 민주적인 조처다.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미국이 겪은 패배와 함께, 세계 금융 위기는 신자유주의적 제국주의의 전성기를 끝장냈다. 경제적 고통과 미국의 ‘끝없는 전쟁’이 낳은 거센 분노의 파도를 타고 도널드 트럼프가 부상했다. 중국이 미국 헤게모니의 강력한 도전자로 대두했다.
그럼에도 신자유주의적 제국주의는 조 바이든의 대통령 재임기에 마지막 부흥을 누렸다. 바이든은 중국에 트럼프보다도 더 적대적이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자 바이든은 유럽의 동맹국들과 일본, 남한, 오스트레일리아 등을 ‘글로벌 서방’으로 결집시키고, 약화되는 러시아를 상대로 대리전을 벌였다. 유럽연합 집행위원장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과 러시아 혐오주의자이자 유럽연합 대외정책 대표 카야 칼라스가 이끄는 현 유럽연합 지도부는 미국과 영국의 전쟁 자유주의를 적극 받아들였다.
그러나 그 부흥기도 이제 끝났다. 유럽연합 지배계급들은 다시 트럼프를 상대하고 있다. 트럼프는 이전 미국 대통령들이 유럽연합 지배계급들에 하던 감언이설을 일절 내팽개쳤다. 트럼프는 또한 블라디미르 푸틴과 협상을 체결하려 한다. 유럽연합 지도자들이 우크라이나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에게 했던 포옹은 유럽도 트럼프에 의해 토사구팽 당할 위험에 처할지 모른다는 우려를 반영한다.
이런 우려는 영국 총리 키어 스타머와 프랑스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이 이끄는 재무장 노력을 낳았다. 유럽연합의 한 대변자는 소셜 미디어에 이렇게 썼다. “유럽연합 관리들은 유럽연합이 ‘적자생존의 순간’에 직면했다고 말한다. 적응하지 않으면 죽는다는 것이다.” 유럽연합 관리들은 푸틴이 평화 협상을 체결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그래서 “전쟁은 계속될 것이고 유럽연합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우크라이나를 계속 지원하는 수밖에 없다고 본다.”
한술 더 떠 독일 연방정보국 국장 브루노 칼은 전쟁이 5년 더 지속되기를 바란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일찍 끝나 버리면 러시아는 자신이 원하는 분야로, 더 정확히는 유럽에 맞서는 데 에너지를 돌릴 수 있을 것이다.” 그리스를 십자가에 매달기 위해 동원된 유럽연합의 재정준칙은 이제 군비 지출을 늘리기 위해 폐기되고 있다.
푸틴이 평화 협상을 체결하지 않을 것이라는 예상은 어리석다. 트럼프는 협상을 바란다는 의사를 분명하게 밝혔다. 트럼프에게 원하는 것을 준다면 러시아는 국제 금융 시스템에 다시 접근할 수 있게 될 것이다. 푸틴이 미국에 천연자원 투자 기회를 제안한 것은 십중팔구 진심인 듯하다. 게다가 이미 푸틴은 우크라이나 영토의 5분의 1을 통제하고 있다. 기회가 된다면 푸틴은 더 많은 것을 얻으러 돌아올 수 있다.
젤렌스키는 미국 정부와 러시아 정부가 합의한 조건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미 트럼프는 말을 듣지 않으면 젤렌스키를 교체해 버리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유럽인들은 군비 지출을 훨씬 늘리라는 트럼프의 요구를 자신들이 이행하고 있다는 사실을 곧 직시하게 될 것이다. 유럽이 군비를 늘리면 미국 정부는 진정한 경쟁자인 중국을 상대하는 데 집중할 수 있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