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파면에 대한 미국의 논평:
한국민의 민주 염원과 충돌하는 동맹 강화 촉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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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4일 윤석열이 파면된 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와 국무부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짤막하게 논평했다. 윤석열 탄핵 정국에 대한 트럼프 정부의 첫 논평이다.
이 논평의 진정한 강조점은 그다음에 나왔다. “미국은 한미동맹의 안정성과 연속성을 보장하기 위해 전념하고 있다,” “양국 모두에 안보와 번영을 가져다 줄 긴밀한 협력의 미래를 위해, 새 정부 수립을 앞두고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과 계속 협력할 것이다.”
누가 다음 정권을 차지하든 한미동맹 강화 노선을 유지해야 한다는 주문(사실상 압박)이다.

윤석열 파면은 미국 제국주의에 타격이 되는 일이다. 미국에게 “윤석열은 전임 지도자들보다 더 적극적으로 중국을 비판하고 … 취임 이래로 북한·중국·일본 문제에서 미국과 보조를 더 긴밀히 맞추는 방향으로 한국을 움직여 온” 만족스런 파트너였다.(미 의회조사국(CRS) 보고서, 12월 23일)
이 점은 그간 트럼프 정부 인사들이 윤석열을 방어하고 자신들에게 구애하는 한국 극우를 노골적으로 편들어 온 배경이기도 하다. 일례로, 트럼프의 대중국 정보전 자문단원인 존 밀스는 “윤석열의 계엄은 중국의 선거 개입에 맞서기 위한 전략적이고 … 유일하게 합법적인 시도”라고 옹호했다.
바이든 정부든 트럼프 정부든 모두 한국민 대중의 민주주의 염원은 뒷전이다. 미국의 핵심 관심사는 “한미동맹의 현황과 … 윤석열의 행동의 여파로 주요 대외 정책에서 주도력을 발휘할 한국 정부의 역량이 손상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CRS 보고서)
미국은 윤석열의 쿠데타를 반대하지도 않았다. 쿠데타 직후 바이든 정부 인사들 몇몇에게서 불평이 나오긴 했지만, 이는 사전에 미국과 상의하지 않은 데 대한 불평이었다. 12월 3일 쿠데타가 성공했다면 미국은 결국 쿠데타를 사후 용인했을 것이다.
미국에게 쿠데타의 정당성 여부는 관심사가 아니다. 미국이 문제 삼은 것은 윤석열 탄핵소추안이 윤석열의 외교 정책을 비판했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미국은 민주당에게 한미일 협력 강화를 윤석열 탄핵 사유로 꼽을 만큼 반대하느냐고 여러 채널로 ‘문의’했다. 설령 윤석열이 탄핵되더라도 그의 외교 정책 기조를 유지하라고 사실상 압박한 것이다.(결국 민주당은 이를 삭제한 탄핵소추안을 발의했다.)
심지어 미국은 윤석열과 ‘윤석열 없는 윤석열 정부’에 은근히 힘을 실었다. 윤석열 탄핵소추안 국회 표결을 앞두고 당시 바이든 정부의 국무부·국방부는 “한국의 대통령은 윤석열”이고 “윤석열 정부와의 대화·협력이 굳건히 지속되고 있다”고 재확인시켜 줬다.
윤석열의 직무가 정지된 바로 다음 날, 바이든은 한덕수와 통화해 한덕수 체제를 인정해 줬다. 한덕수도 탄핵되자 당시 국무장관 블링컨이 방한해 “최상목의 리더십을 완전히 신뢰한다”고 추켜세웠다.
탄핵 국면에서 바이든·트럼프 정부 모두 한미동맹 강화 작업을 지속했다. 미국의 핵무기의 한반도 배치를 논의하는 한미핵협의그룹(NCG) 회의가 재개됐다. 한미연합군사훈련도 계속됐다. 그 와중에 경기도 포천의 민가를 오폭하는 위험천만한 일도 일어났다.
윤석열 파면 바로 전날인 4월 3일에는 트럼프의 국무장관 마코 루비오와 한일 외교장관이 만나 한미일 안보 협력 진전, 3국 군사 협력 강화를 결의하는 공동선언문을 채택했다.
민주당
미국은 이재명이 윤석열만큼 만족스런 한미동맹 파트너가 될지 의심의 눈길을 보내며(위 언급된 CRS 보고서), 이재명이 집권해도 한미동맹 강화 기조를 유지하도록 하기 위해 영향력을 행사했다. 미국은 1월 초 윤석열 체포에 즈음해 ‘한국통’으로 알려진 조셉 윤을 대사 인준 절차도 마치지 않고 대사대리로 급파했는데, 조셉 윤이 접촉한 대표적 인물 중 하나가 바로 이재명이었다. 이 자리에서 조셉 윤은 이재명과 양국 동맹 관계의 미래에 관한 “의견을 교환했다.”
1월 22일 조셉 윤을 만난 자리에서도 이재명은 한미동맹 강화를 약속했고, 같은 날 민주당 의원 82명과 함께 한미동맹 지지 국회 결의안을 발의했다. 이 결의안은 3월 13일에 (윤석열 석방 직후 대립이 격화되는 와중에도) 국민의힘 의원들의 압도적 지지를 받아 채택됐다.
이재명도 자신의 집권이 한미동맹에 불안정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불식시키려 애썼다. 사실 우파의 주장과 달리 이재명과 민주당도 기본적으로 한미동맹을 중시해 왔다. 그들은 그저 미국과 중국을 둘 다 중시하자는 입장이었던 것이다.
이렇듯 민주당은 탄핵 국면에서 트럼프 정부 출범에 대응하고 차기 집권을 의식하며 친미 행보를 강화했다.
민주당이 자신의 외교 정책 기조를 이전의 “균형 외교”에서 “미국 중심 실용 외교”로 바꾸려 한다는 움직임도 포착됐다(〈서울신문〉).
불길하게도, 윤석열 탄핵 운동 과정에서 민주당과 공조한 ‘윤석열즉각퇴진·사회대개혁 비상행동’은 미국에 대한 비판을 자제했다. 한편, 촛불행동은 미국의 내정 간섭을 지속적으로 강하게 비판했는데, 민주당에 대해서는 경고하기나 (에두르는 비판이 함축된) 주문하기 식이었다.
대만을 둘러싸고 미국과 중국이 직접 격돌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한미동맹 강화는 긴장과 위험을 더 키울 일이다. 동시에, 윤석열의 친미(·친일) 정책에 분노한 민주주의 염원 대중의 뜻과 충돌하는 일이다.
민주주의 염원 대중은 윤석열과 쿠데타 가담자들을 구속·처벌하라는 투쟁과 동시에, 한미동맹 강화 노선에 맞서는 반제국주의적 투쟁도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