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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정부 극우 팔레스타인 윤석열 탄핵 운동 이주민·난민 우크라이나 전쟁 긴 글

모순에 처할 이재명 정부의 경제 정책

막 출범한 이재명 정부를 둘러싼 경제 상황은 결코 녹록하지 않다. 세계적 불황이 계속되는 가운데, 한국 경제도 부동산 거품이 빠진 것의 여파로 심각한 내수 침체에 빠져 있다. 최근에는 트럼프의 관세 정책 때문에 수출도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이재명은 이번 대선을 앞두고 우클릭 했는데, 이는 중도층 표심을 잡는 동시에 개혁 정책에 대한 기대를 낮추려는 의도였을 것이다.

출범 이후 이재명 정부가 가장 강조하는 것은 “경제 살리기”다. 대통령 취임사에서 이재명이 “국민” 다음으로 가장 많이 사용한 단어는 “성장”이었다.

5월 8일 경제 5단체장들과의 간담회. 친기업 우선을 약속하는 이재명 당시 대선 후보 ⓒ출처 한국경제인협회

물론 이재명 정부의 성장 정책이 윤석열 정부가 추구했던 노골적인 신자유주의 정책과 같은 것은 아니다. 윤석열은 부자 감세를 하며 노동자·서민층에게는 긴축 정책을 강요해 대중의 큰 반감을 산 바 있다.

이재명은 성장을 위해 “국가 재정을 마중물”로 삼겠다고 했다. 국가의 재정 투자는 전통적으로 케인스주의가 강조해 온 방향이다.

이를 위해 최근 정부는 20조여 원 가량의 추가경정예산안을 신속히 편성해 내수 경기를 부양하겠다고 하고 있다. 애초 전 국민 25만 원 지원이 포함될 수 있다는 말이 나왔지만 재정 여건을 고려해 선별 지원을 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재정 적자 우려 때문에 벌써부터 공약이 후퇴할 조짐이 있는 것이다.

게다가 정부 지원이 주로 향할 곳은 서민층이 아니다. 이재명이 공약에서 가장 강조한 것은 AI, 에너지, 방위 산업 등에 투자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기업주들을 지원하는 것에 우선순위가 있다. 〈시사저널〉 보도를 보면, 선거 기간 이재명 캠프에서는 AI 산업 지원을 위해 5년간 71조 원에 달하는 재정 지원 계획이 제안됐다고 한다. 이를 통해 AI에 100조 원 규모의 민간 투자를 이끌어 내겠다는 것이다.

이는 미국 바이든 정부가 인플레이션 감축법 등을 통해 반도체, 전기차 등 신산업을 육성하려 했던 것과 비슷한 산업 정책이다.(‘저가형 바이드노믹스’)

사실 문재인 정부도 ‘한국판 뉴딜’이라는 이름으로 비슷한 정책을 시행한 바 있다. 그러나 그 정책은 지원을 받은 첨단 산업 기업주들에게 득이 됐지만 경제 회복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지금의 불황이 이윤율이 장기적으로 저하해 온 자본주의의 구조적 위기에서 비롯한 것이기 때문에 시장을 보조하는 수준의 정부 지원으로는 극복이 되지 않는 것이다.

그런데 이재명 정부는 재정 지출은 늘리겠다면서도 증세는 한사코 피하려 한다. 윤석열 정부하에서 대규모로 추진된 기업·부자 감세를 되돌리는 것도 피하고 있다. 증세를 하지 않아도 경기가 활성화되면 세수가 늘어서 선순환이 이뤄질 수 있다며 말이다.

그러나 감세와 재정 지출 확대를 결합하면 재정 적자 문제가 만만찮게 제기될 것이다. 정부는 트럼프의 압박 속에서 국방비를 크게 늘릴 공산이 큰데, 결국 복지 정책들은 후순위로 밀릴 가능성이 크다.

‘코스피 5000’ 공약이 보여 주듯, 이재명은 자산 시장 육성도 강조하고 있다. 코인 등 가상자산 시장도 육성하겠다고 한다. 대통령실 정책실장에 기재부 관료 출신이자 가상화폐 자문업체 대표인 김용범을 임명했다.

그러나 주식뿐 아니라 코인과 같은 불안정한 자산을 부양하는 정책은 거품을 키울 수 있는 위험한 일이자 국민들을 도박판으로 뛰어들게 하는 일이다. 설사 자산 시장 육성이 성공하더라도 불평등이 더욱 커질 것이다.

게다가 자산 시장을 부양하려면 해외 자본 투자를 더 많이 끌어들여야 한다. 그러면 재정 적자를 너무 키우지 말고, 기업 지원을 위한 정책을 펴야 한다는 압력이 커질 것이다. 지금과 같은 심각한 불황 시기에 이는 평범한 사람들을 위한 복지에 큰돈을 쓰기 어려워진다는 것을 뜻한다.

이재명은 취임사에서 “성장과 분배는 모순 관계가 아닌 보완관계”이고, “기업 발전과 노동존중은 얼마든지 양립할 수 있다”고 했다. 물론 경제가 호황일 때는 기업 이윤과 노동자 임금·복지가 함께 늘어날 여지가 어느 정도 있다. 그러나 불황일 때 이윤과 임금은 서로 제로섬 관계이고, 노동자와 자본가가 ‘윈윈’ 할 수 있다는 생각은 공상이다.

이미 이재명은 대선 과정에서 우클릭 하며 기업 지원은 강조한 반면 기존의 ‘기본사회 공약’ 같은 복지 공약에는 강조점을 두지 않았다. 이재명은 윤석열이 시행령을 통해 비민주적으로 추진한 노조 회계공시를 되돌리는 것조차 약속하지 않았다.

정부가 ‘협치’(기업주와의 타협)를 강조하고 있는 만큼 그나마 약속했던 노란봉투법(노조법 2, 3조 개정안) 재추진 등도 만만치 않은 투쟁이 없다면 추진 과정에서 누더기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재명 정부가 개혁에서 후퇴하고 대중에게 실망을 줄수록 우파들은 세력을 회복할 기회를 잡으려 할 것이다.

개혁 염원 대중은 이번에 극우에 맞서 이재명에게 투표했다. 그러나 노동자 등 서민을 위한 개혁을 위해서는 이런 모순과 후퇴를 보일 이재명 정부에 그저 기대를 거는 것이 아니라 투쟁이 우선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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