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연대

전체 기사
노동자연대 단체
노동자연대TV
IST
윤석열 정부 퇴진 운동 극우 팔레스타인 트럼프 2기 이주민·난민 우크라이나 전쟁 긴 글

친기업·성장 우선 정책으로 기우는 이재명 후보

공식적인 대선 운동이 시작된 뒤 이재명 민주당 후보의 ‘우클릭’ 행보가 더욱 강화되고 있다.

이재명 후보는 지난 13일 경북 구미시 유세에서 “박정희 정책이면 어떻고 김대중 정책이면 어떻습니까?,” “[박정희가] 이 나라 산업화를 이끈 공도 있지 않나” 했다.

이재명 후보의 우클릭은 특히 경제 부문에서 두드러지고 있다. 이재명 후보는 자신의 1호 공약으로 경제 성장과 “세계를 선도하는 경제 강국”을 내세웠다.

이재명 후보는 인공지능(AI)·바이오·문화콘텐츠·방위 산업 등에 정부가 대규모로 투자해 새로운 성장 기반을 만들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는 또, “국가 첨단 전략 산업에 대한 대규모 집중 투자 방안을 마련하겠다”며 기업 투자에 소득세·법인세를 감면하는 “과감한 세제 혜택”을 제시했다. 윤석열과 마찬가지로 기업 감세를 통한 성장을 도모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윤석열의 실패에서 보듯이, 그런 (신자유주의) 감세 정책은 경제를 성장시키지도 못하고 불평등만 심화시킬 공산이 크다.

또, 이재명 후보는 지난 8일 기업주들의 모임인 경제5단체의 장들과 간담회를 하면서도 친기업·친성장의 모습을 드러났다. 대한상의 회장이자 SK그룹 총수인 최태원이 경제 성장 방안을 제시하자, “최 회장 생각에 전적으로 공감한다”며 “(우리가) 언제 한 번 짰던가” 하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경제단체장들은 “흡족했다,” “(다시 한 번) 만남을 희망한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출처 한국경제인협회

후퇴

이재명 후보의 우클릭 행보는 지난 20대 대선에서 내놓았던 개혁 공약들에서 후퇴하는 것에서도 드러난다.

부동산 공약은 특히 후퇴가 뚜렷하다. 최근 이재명 후보는 “굳이 집 사겠단 사람들 말리지 말자. 세금 때려 넣어 억누르려 하지 말자”며 “그 대신 살 만한 집을 구해야겠다는 사람에게는 충분한 공급을 해 주자”고 주장했다. 지난 문재인 정부 때 집값 급등으로 수많은 서민들이 ‘벼락 거지’가 되는 박탈감을 느꼈는데, 또다시 ‘빚 내서 집 사라’는 정책을 시행하겠다는 것이다.

지난 대선에서 내놨던, 저렴한 임대료로 30년 이상 살 수 있는 ‘기본주택 100만 호’ 공약이나 토지 실효보유세를 1퍼센트까지 높인다는 공약은 이번에 사라졌다. 대신, 수도권 1기 신도시 재정비,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 등 개발 위주 정책이 대거 공약에 포함됐다. 그래서 부동산 문제를 주로 다뤄 온 시민단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이 후보의 정책 노선이 한층 더 시장 친화적인 방향으로 전환됐다”고 비판하는 입장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재명 후보의 이런 우클릭 행보 때문에 이번 대선에서 양극화·불평등 문제는 전혀 중요하게 부각되지 않고 있다. 김문수·이준석 같은 우익 후보뿐 아니라 이재명 후보까지 성장 우선 정책들을 내놓고 있으니 말이다. 이재명 후보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10대 공약집에는 실제로 ‘불평등,’ ‘양극화’ 단어가 등장하지 않는다.

오직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만이 불평등 문제를 적극 제기하며 상속·증여세 90퍼센트 인상, 순자산 100억 원 이상 보유자에 ‘부유세’ 부과 등 “증세를 통한 불평등 해소”를 내놓았다.

완전 후순위

물론 이재명의 지지층 중에는 노동계급 다수 등 개혁 염원 대중이 존재하고, 이재명도 이들에게서 표를 얻고자 한다. 이 때문에 노동운동 등이 요구해 온 개혁 공약들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하지만 완전히 후순위로 미뤄졌다.

자세히 들여다보고 열심히 찾아보면,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에 의해 2번이나 거부된 노란봉투법(노동법 2·3조 개정안)의 재추진을 약속하고 있고, ‘근로기준법 5인 미만 사업장 확대 적용’도 “모든 일하는 사람에 대한 노동기본법이 반드시 필요하다”며 “집권 후 추진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지난 20대 대선에서 전면에 내세웠던 기본소득 공약도 “국민의 기본적인 삶을 보장하는 ‘기본사회’ 추진”이라는 문구로 공약에 흐릿하게 남아 있다.

그러나 이재명 후보는 지난 대선 후보 TV 토론회에서 이런 개혁 공약에 대해선 일언반구 하지 않았다. 또, 경제5단체장과의 간담회에서 주4.5일제 등 자신의 노동정책에 대한 경제단체장들의 우려를 듣고는 “점진적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라며 기업주들을 안심시키는 데에 집중한 바 있다.

그러다 보니 이재명 후보의 유세 내용은 변명조이고 민주당의 유세 현장은 활력이 높지 않다. 예를 들어, 지난 19일 퇴근 시간대에 서울 홍익대 근처의 유세장에는 청년들이 별로 없었다. 청년층에서 이재명에 대한 기대는 높지 않은 것이다.

이재명 후보의 우클릭 행보는 분명 국민의힘이 극우 본색을 감추려고 애쓰고 있는 상황에서 ‘중도층’을 포섭하고, 자신이야말로 정치와 경제를 안정시킬 적임자임을 지배계급(기업주들과 국가 관료들)에게 보여 주려는 노력일 것이다.

사실 민주당은 명시적 친자본주의적 정당으로서 한국 자본주의의 경쟁력 강화 문제를 매우 중시한다.

성장을 위한 희생

최근 한국 경제가 부동산 거품 위기, 가계소비 부진, 미중 무역 갈등으로 인한 수출 감소 위험 등으로 성장률 0퍼센트대의 저성장 국면에 접어든 위기에 처하자, 민주당도 심각한 위기 의식을 갖고 있을 것이다. 실제로 이재명 후보는 “경제에 집중하지 않으면 마이너스 성장인데, 분배고 공정이고 얘기할 틈이 어디 있나”라며 “살아남아야 복지도 있다”고 말했다. 결국 성장을 위해 노동자·서민이 희생해야 한다는 것인데, 설사 성장률 반등에 성공하더라도 복지가 늘어나리라는 보장이 없다. 점점 더 치열해지는 국제 경쟁 때문에 경쟁력을 더 높여야 한다는 압박이 강하기 때문이다.

세계적인 경제 경쟁 격화 속에서 노동자를 달래며 기업을 위해 성장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은 결국 심대한 모순에 부딪힐 것이다. 이전 문재인 정부는 떠들썩하게 ‘소득 주도 성장’을 내세우며 노동자와 자본가 모두를 만족시키려고 했지만, 집권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소득 증대보다 성장에 강조점을 두며 많은 개혁 염원 대중을 크게 실망시킨 바 있다.

마찬가지로, 이재명 후보가 당선하더라도 자본주의 경제를 관리하려 애써야 한다는 압력 때문에 개혁 염원 지지층을 배신할 공산이 크다.

다음 달 대선 결과와 상관없이, 노동자와 서민의 삶을 지키기 위한 투쟁이 벌어져야 한다.

이메일 구독, 앱과 알림 설치
‘아침에 읽는 〈노동자 연대〉’
매일 아침 7시 30분에 보내 드립니다.
앱과 알림을 설치하면 기사를
빠짐없이 받아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