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의 무기산업K-방산 지원
〈노동자 연대〉 구독
지난달 카슈미르에서 인도군과 파키스탄군이 충돌했다. 많은 사람들이 두 핵무장 국가의 전면전 가능성을 염려하던 그때, 국내 증권가의 반응은 달랐다. 한화를 비롯한 군수 기업들의 주가는 일제히 강세를 보였다.
한화가 인도에 수출한 K9 자주포 때문이었다. K9 자주포는 2019년 카슈미르 분쟁 때 실전에 투입돼 ‘위력’을 과시했었다. 지난달에도 K9은 카슈미르 전선에 있었다. 지역 강대국들 간 충돌로 많은 병사와 민중이 피를 흘리는 와중에, 한국 군수 기업들은 전쟁이 가져다줄 이윤에 군침을 흘리고 있었다.
그런데 이재명 정부는 죽음의 산업인 무기산업을 대폭 지원하려고 한다. 선거 때는 ‘K-방산’을 신성장 동력으로 삼아 ‘글로벌 4대 방산 강국’이 되겠다고 공언했다. 무기 수출 기업의 세금 감면 등 구체적 지원책들도 내놓았다. 그래서 “방산 업계는 새 정부 출범과 함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조선일보〉 6월 5일자 기사)
앞서 윤석열 정부가 무기 수출에 열을 올렸는데, 이재명 정부도 그 기조를 거의 그대로 계승해 박차를 가하겠다는 것이다.

한국의 무기 수출 증대는 국제 정치가 더욱 불안정해지고 있음을 반영한다. 특히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많은 국가들이 군비를 크게 늘리고 있다. 자본주의 국가들 간 갈등이 악화되면서, 갈등을 무력에 의지해 해결하려는 경향도 강해지고 있다.
그러면서 한국 무기산업의 강점이 부각되고 있다. 북한과의 군사 경쟁 때문에 한국은 냉전 해체 이후에도 무기산업의 생산 역량을 계속 키워 왔다. 그래서 국제적으로 늘어난 수요에 맞춰, 무기를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신속하게 공급할 수 있는 것이다.
최근 수년간 한국의 무기 수출은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연간 20억~30억 달러 수준에서 2022년 173억 달러로 급증했다. 수출 무기는 전투기, 전차, 자주포, 미사일 등으로 다양해지고, 수출 대상국도 유럽, 중동, 오세아니아 등지로 확대됐다.
2023년 주요 무기 수출 계약을 보면, 폴란드(자주포, 전차), 호주(장갑차, 자주포), UAE(요격 미사일), 이집트(자주포) 등이 눈에 띈다. “미국과 중국이 대립하는 신냉전 체제로 돌입함에 따라 나토 회원국이나 미국의 우방국들이 국내 무기 수출의 주요 대상국”이 되고 있다(한국무역보험공사). 한국 국가의 친서방 노선과 ‘K-방산’ 성장이 깊이 연관돼 있음을 보여 주는 지점이다. 서방 제국주의와 그 파트너들의 군비 증강에 참여함으로써 이윤을 얻고 국가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고자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세계의 불안정성 증대에 일조하는 것이다.
군비 증강과 복지 삭감
이재명 정부의 ‘K-방산’ 지원은 한국 국가의 군국주의 강화를 재촉하며, 노동자 등 서민의 삶도 위협하게 될 것이다.
군수 기업들의 성장은 한국 정부의 군비 지출 증대와 떼려야 뗄 수 없다. 아무리 무기 수출을 늘려도, 군수 기업들은 기본적으로 자국 군대의 수요에 많이 의존한다. 또한 신규 무기 개발과 판매도 자국 정부와의 밀착 속에서 이뤄진다. 이재명 정부는 이미 “첨단 강군” 육성을 공언하며, 군사 위성을 늘리고 탄도미사일 성능 고도화에 막대한 예산을 쓰겠다고 했다.
그리고 ‘K-방산’은 한미일 협력 강화의 한 고리가 돼 동아시아 지역의 불안정을 키울 것이다. 5월 31일 미국 국방장관 피트 헤그세스는 아시아 동맹국들이 국방비를 국내총생산(GDP)의 5퍼센트까지 늘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 기준에 맞추려면 한국은 국방비를 무려 2배가량으로 늘려야 한다. 이재명 정부가 이 요구에 타협해 군비 대폭 증강에 나설 공산이 있다. 심지어 이를 ‘자주 국방’이라는 미명하에 진행할 수 있다.
이재명의 ‘K-방산’ 공약 중에는 ‘미국 해군 함정 신규 건조와 유지·보수·정비(MRO) 수주 추진’도 포함돼 있다. 중국과의 건함 경쟁에서 밀릴까 두려워하는 미국을 지원하며 ‘국익’을 도모하겠다는 것이다. 이재명의 외교·안보 참모인 김현종은 ‘K-방산’과 일본의 부품 산업 간의 협력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정규재 전 〈한국경제〉 주필의 유튜브 방송).
군사력 증강에 아무리 돈을 쏟아부어도 노동계급 등 서민들은 안전을 보장받지 못한다. 오히려 주변국들을 자극해 군비 경쟁의 쳇바퀴만 더 빨리 돌리며 동아시아 정세는 더한층 위험해질 것이다.
수출 호조 덕분에 군수 업체인 한화, 한국항공우주산업(KAI), LIG넥스원, 현대로템은 세계 100대 군수 기업 반열에 올랐다. 그만큼 기업주들은 이윤을 늘렸지만, 그들이 수출한 무기는 카슈미르, 팔레스타인 등 곳곳에서 민중을 살해하는 데 쓰이고 있다. 이 죽음의 상인들을 지원해 줘서는 안 된다.
정부가 무기 개발과 구매에 돈을 많이 쓸수록 노동계급의 복지와 기후 위기 대응 등 진정 필요한 곳에 쓰여야 할 재원은 줄어들게 된다. 이재명은 재정이 어려워 복지를 당장에 늘릴 수는 없다며 대중의 기대치를 낮춰 왔는데, 정작 무기 개발에 대해서는 “돈 없다” 하지 않는다. 군수 업체에 줄 세금 감면 혜택과 보조금을 없애고, 그 몫을 서민들의 의료와 교육 지원에 쓰지 않는다면 전혀 진보 정부가 아니다.
이처럼, 한국 정부의 군비 증강은 자본주의 체제의 정신 나간 우선순위를 반영한다. 그리고 이재명의 선택은 제국주의간 경쟁의 증대에 일조하며, 그가 밝혀 온 한반도 긴장 완화 약속도 헛된 약속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