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미 관료들이 주도하는 이재명 정부 외교·안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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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정부는 6월 중순 캐나다에서 열리는 G7 정상회의에 옵서버 자격으로 초청을 받아 참석한다고 7일 발표했다.
G7은 서방 제국주의 국가들의 회의체다. 문재인, 윤석열이 각각 한 차례씩 옵서버로 G7 회의에 참석했다.
미국·일본·서유럽의 지도자들은 서로 갈등하면서도 한국, 호주 등을 초청해 중국, 러시아에 대한 견제 전선을 넓히려 해 왔다. 한국도 이득을 챙기려는 계산으로 이 초청에 응해 왔다.
이재명 정부는 외교·안보 문제에서 “중도 실용” 노선을 표방하고 있다. 한미동맹에 충실하되, 윤석열처럼 노골적인 반중·반러는 피한다는 것이다. 중국, 러시아와 단절·적대하는 것은 한국 자본주의에 유리한 일이 아니라고 보기 때문이다.
새 정부의 초대 외교부 장관으로 거론되는 조현은 〈주간경향〉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한·미동맹 강화, 한·미·일 안보 협력 모두 필요하다. 다만 이것이 북·러 간 협력, 북·중·러 밀착을 만든다면 또 다른 문제다.” 중국·러시아와의 우호 관계는 북한과의 경쟁이라는 점도 고려되고 있다는 뜻이다.
또, 위성락 대통령 안보실장은 이렇게 말했다. “한국처럼 난도가 높은 지정학적 환경에서는 주변국들과 적대적 관계를 구축해선 안 된다.”
그런데 문제는 미·중 갈등이 첨예해져 양다리 걸치기가 말처럼 쉽지가 않다는 데 있다.
그런 딜레마는 이재명 정부가 나토(북대서양 조약 기구) 정상회의 참석 문제를 놓고는 결정을 미루는 데서도 드러난다. 나토는 군사 동맹이고,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러시아를 ‘전략적 적’으로, 중국을 ‘잠재적 위협’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토도 이재명을 초청했다. 나토는 중국 견제를 위해 2022년부터 인도-태평양 국가 4국(IP4, 일본, 한국, 호주, 뉴질랜드)을 초청해 왔다.
민주당은 야당 시절 윤석열의 나토 회의 참석을 비판했다. 중국과 러시아를 노골적으로 적대하는 회의에 뭐 하러 가냐는 이유였다.
그런데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직후에 나토 정상회의 참석 결정을 미루고 있는 것은 거절하기 난감해서가 아니라 회의에 참석하고 싶기 때문인 듯하다.
〈파이낸셜 뉴스〉는 단독 보도에서 나토 정상회의 참석 문제를 놓고 민주당과 대통령실의 의견이 다르다고 보도했다.
이재명 정부 외교·안보 정책의 실세로 지목되는 위성락 대통령안보실장이 나토 회의 참석을 주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위성락은 대선 기간인 5월 중순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6월 G7 회의와 나토 정상회의 “참석 가능성을 높게 봤다.” “자유민주주의 가치를 공유하는 국가들과 연대한다”는 관점에서 “나토와의 협력도 같은 맥락으로 진행할 수 있다.”
위성락은 노무현 정부 때 외교부 북미국장을, 이명박 정부 때 미국과 공조하며 북핵 협상을 진행한 전형적인 친미 외교 관료다. 주미 한국대사관에서도 두 차례나 근무했다. 노무현 정부 시절 이라크 파병과 주한미군의 역할에 대한 정부 내 갈등 때 ‘자주파’를 맹비난한 ‘숭미파’로 유명하다.
이재명 정부 외교안보특보로 거론되는 김현종도 노무현 정부 때 한미FTA 협상을 이끌었다. 당시 미국과 다국적기업들의 요구를 너무 많이 수용했다고 해서 ‘검은 머리 외국인’이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농업이나 서비스업 개방 등은 한국 자본주의의 경쟁력을 높이려는 것이었다.
조현도 문재인 정부에서 외교부 1, 2차관, 주 유엔 전권 대사를 지낸 정통 외교 관료다. 그는 윤석열의 노선을 비판하면서도, 그냥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차기 정부로 어떤 정부가 들어서든 기존의 것들을 받아들여야 한다. 예를 들어 한·미·일 협력처럼 이미 구성된 부분까지 무리하게 뒤집을 필요가 없다. 오히려 한국이 필요한 것을 협력에 추가할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박근혜의 한일 위안부 합의를 비판했지만 시정은 전혀 하지 않은 문재인 정부의 외교 고위직 출신답다.
안보 위기와 대응이 가장 중요한 쟁점인 상황에서 이재명은 친미 관료들을 중용해 미국 제국주의의 지지를 얻어 내려 한다.
그래서 새 정부의 외교·안보 노선은 전임 민주당 정부들과 별반 다를 바 없는 실천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한반도 평화 구축” 공약이 또다시 공염불이 되는 상황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