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도 시작된 대학생·연구자들의 이스라엘 학술 보이콧 운동
〈노동자 연대〉 구독
8월 2일(토) 연세대학교에서 한국의 팔레스타인 연대 대학 동아리들이 공동으로 주최한 ‘과학 기술과 학살, 왜 이스라엘과 협력을 그만두어야 하는가?’ 토론회가 열렸다.
고려대 쿠피예, 서울대 수박, 연세대 얄라 연세, 이화여대 인티파다, 한양대 자이투나가 함께 준비한 이날 토론에는 방학 중임에도 다양한 나라와 지역에서 온 학생, 연구자 등 수십 명이 모여 열띤 토론을 벌였다.
학술 보이콧 운동은 인종 학살 국가 이스라엘의 군사 교리, 기술 개발에 중추적 역할을 하는 이스라엘의 대학, 연구 기관들과의 협력을 끊어 내기 위한 국제적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의 일부다. 지난해 전 세계 대학에서 벌어진 팔레스타인 연대 점거 농성에서도 학생들은 대학 당국과 정부에 이스라엘과 인종학살 공범과의 협력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투자와 협력 철회를 요구하며 투쟁했다.
최근 모로코에서는 ISA 국제사회학포럼을 맞아 전 세계 사회학자들과 모로코의 학생, 연구자들이 이스라엘사회학회(ISS)의 참가에 거세게 항의해 국제사회학협회(ISA)에서 이스라엘사회학회의 회원 자격을 정지시키기도 했다.
토론회는 팔레스타인을 위해 꾸준히 목소리를 내 온 한국외국어대학교 아랍어과 살라흐엘딘 교수의 환영사로 시작됐다.
“시온주의는 대학가에서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공격하고 있고, 이는 학계에도 중대한 위협입니다. 그렇기에 시온주의에 맞서 싸우는 연구자들과 대학생 여러분이 매우 자랑스럽습니다.”

토론회 발제자인 서울시립대학교 자연과학연구소의 크리스티아노 사비유 연구교수는 이스라엘 대학이 개발한 첨단 과학 기술이 인종 학살에 어떤 구실을 하는지 상세히 폭로하며, 이런 기관들과 협력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스라엘은 대학을 첨단 기술의 등대로 마케팅하기를 좋아합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이스라엘의 대학들은 거대한 전쟁 기계의 기관실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히브리 대학교는 지난 10월 가자지구에 배치된 여러 군부대에 다양한 군사적 물자를 공급했다고 공개적으로 자랑했고, 이 자료는 대학 웹사이트에 아직까지도 게시돼 있습니다.
“수많은 스타트업을 탄생시킨 것으로 유명한 테크니온 공과대학도 ‘이스라엘 항공우주 산업(IAI)’, 라파엘이라는 군수 기업의 산실이었습니다. 2025년 2월까지 테크니온 대학은 학생과 교수진에게 입대를 장려하며 등록금과 기숙사비를 면제해 주겠다고 했습니다. 2025년 2월까지 학생 1만 5,000명 중 2,500여 명의 학생과 교수진 500명이 군대에 자원 입대했습니다.
“테크니온은 정상적이고 평범한 대학이 아닙니다. 테크니온의 실험실에서 IAI, 라파엘, 첨단 방위 시스템 아이언돔 등이 등장했습니다. 테크니온 총장의 말을 빌리면 아이언돔 프로그램에 종사하고 있는 엔지니어의 80퍼센트가 테크니온 졸업생이라고 합니다. 이 방패가 이스라엘 전투기 조종사들의 머리 위를 방어해 주고 있는 동안 그 전투기들은 라파흐에 있는 텐트촌에 미국산 2,000 파운드짜리 폭탄을 투하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교육을, 가진 자의 특권이 아니라 보편적 권리라고 믿는다면 이스라엘 교육 기관과 관계를 단절하는 것은 검열이 아니라 연대를 위한 최소한의 출발점입니다.”
또한, 그는 8월 23일부터 한국의 국립중앙박물관에서 문화유산 보존을 논의하는 CIPA2025 심포지움에 테크니온 대학이 초대된 것을 비판하며 행동에 나설 필요성을 역설했다.
CIPA2025 심포지움에서 테크니온 대학을 배제하라는 요구는 팔레스타인인들의 보이콧·투자철회·제재(BDS) 위원회가 지난 6월 호소한 것이다. 이 호소에 응답해 이날 토론회를 주최한 한국의 팔레스타인 연대 동아리들도 공동 성명 “한국의 대학 구성원들이 요구한다: CIPA2025에서 인종학살 공범 이스라엘 테크니온 공과대학 배제하라!”를 발표하고, 심포지움을 공동주최하는 국립중앙박물관과 카이스트, CIPA2025 조직위원회에 공개 서한을 발송하면서 항의를 이어 가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의 CIPA2025 홍보 게시물에는 테크니온 대학 초대를 비판하는 항의 댓글이 100개가 넘게 달렸다.

사비유 연구교수는 이런 항의 행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우리는 이런 대조적인 광경을 그려 볼 수 있습니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테크니온 연구자들이 어떻게 AI가 중세시대 사원을 보존하고 발굴하는지를 솜씨 좋게 보여 주는 동안 팔레스타인에서는 가자의 사원들, 도서관들, 그리고 온갖 서적 저장고들이 완전히 불 탄 잔해로 변해 버립니다.
“우리는 이 투쟁의 승객이 아니라 운전사입니다. 우리 스스로 농성하고, 청원하고, 노동자들과의 연대를 구축해야 합니다. 이스라엘과의 군사기술 파트너십을 끊으라고 요구하는 일을 청와대 훈령에 맡겨둘 수는 없습니다.”
청중토론
청중토론에서는 대학생과 연구자들이 한국에서의 학술 보이콧 운동의 경험과 한국 정부, 기업의 이스라엘 협력 사례, 첨단 기술이 인종학살에서 하는 구실 등을 토론하고 공동행동의 필요성을 호소했다.
“서울대에서는 가자 전쟁 발발 이후 이스라엘교육연구센터가 설립됐습니다. 설립 계획서에는 이스라엘을 ‘첨단교육의 상징’으로 서술하며 한국과 이스라엘 대학 간 학술 교류를 늘리는 허브로 삼겠다는 문제적 내용이 담겼습니다. 우리는 작년 5월, 6주간 팔레스타인 연대 농성을 하며 이 센터를 즉시 폐쇄할 것과 이스라엘 대학과의 교류 중단을 요구하며 싸웠습니다. 서울대는 국립 교육기관이고 이스라엘과 문화적, 학술적 교류를 늘려나가는 한국 정부의 방향과 관계 있습니다. 우리가 관심을 가지고 함께 협력해 나가면 좋겠습니다.”
또 다른 참가자는 이렇게 주장했다.
“한국 기업과 정부도 이스라엘과 여러 협력을 하고 있습니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은 이스라엘에 항공기 부품을 세계에서 가장 많이 수출하는 기업 중 하나입니다. … 오늘 토론회가 한국 기업과 정부들이 이스라엘의 피묻은 손을 잡아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민족문제연구소의 김순흥 씨는 “이 토론회에 참석하기 위해 광주에서 비행기를 타고 날아왔다”며 식민 점령에 맞선 팔레스타인인들의 저항에 대한 연대를 표현했다.
“그동안 제한되고 잘못된 정보로 인해 팔레스타인의 저항과 하마스의 투쟁을 테러라고 보는 주장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안중근, 윤봉길 의사는 일제의 입장에서는 테러리스트이지만, 우리 민족의 입장에서 봤을 때는 생존을 위해 저항하고 투쟁한 것 아닙니까? 그래서 저는 팔레스타인인들의 고통에 공감하며, 여러분의 투쟁과 저항을 적극 지지합니다.”
참가자들은 토론회가 끝난 뒤에도 다과를 나누며 팔레스타인 연대와 학술 보이콧에 대한 토론을 이어 갔다.
이날 토론회를 주최한 대학 팔레스타인 연대 동아리들은 CIPA2025 조직위원회가 테크니온 배제를 요구하는 서한에 합당한 답을 하지 않을 경우, 8월 15일 국립중앙박물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할 계획이다.

관련 기사
이스라엘의 아파르트헤이트에 반대하는 과학자가 말한다:
CIPA 2025 서울 조직위원회는 테크니온대학교와 제휴를 중단하라

기획 연재
팔레스타인, 저항, 혁명 ─ 해방을 향한 투쟁 ⑦:
BDS 운동의 부상과 시온주의 세력의 반격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를! 93차 서울 집회와 행진:
이스라엘의 인종 학살에 협력하는 국내 대학과 기업들을 규탄하다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를! 95차 집회·행진 (서울):
이스라엘의 인종 학살과 이를 비호하는 공범들의 위선을 규탄하다

이스라엘의 가자시티 점령 계획 ─ 이스라엘과 서방의 정당성 위기 심화시킬 것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
대학생과 연구자들이 국립중앙박물관 앞에서 이스라엘 보이콧 촉구 행동을 하다

이스라엘 테크니온 공대를 행사에 초청한 국립중앙박물관 규탄 행동
—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는 사람들’ 주최

제보 / 질문 / 의견
〈노동자 연대〉는 정부와 사용자가 아니라 노동자들 편에서 보도합니다.
활동과 투쟁 소식을 보내 주세요. 간단한 질문이나 의견도 좋습니다. 맥락을 간략히 밝혀 주시면 도움이 됩니다.
내용은 기자에게 전달됩니다. 그리고 경우에 따라서는 독자편지란에 실릴 수도 있습니다.
앱과 알림 설치
매일 아침 7시 30분에 보내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