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를! 95차 집회·행진 (서울):
이스라엘의 인종 학살과 이를 비호하는 공범들의 위선을 규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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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의 인종 학살과 기아 조장이 날로 커다란 분노를 사고 있는 가운데, 8월 9일 토요일 오후 4시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 앞에서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가 열렸다. 350여 명이 참가한 이날 집회는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는 사람들’(이하 팔연사)이 주최한 아흔다섯 번째 서울 집회다.
참가자들은 이스라엘의 기아 학살 만행과, 또 바로 전날 이스라엘 전쟁 내각이 가자시티 완전 점령 계획을 가결한 데에 분노했다. 가자지구를 폐허로 만들고는 평화 운운하는 이스라엘을 규탄하는 구호가 쩌렁쩌렁 울렸다.
한편, 인종 학살과 그에 대한 서방의 공모는 글로벌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의 커다란 저항에 부딪히고 있다. 지난주 호주 시드니에서는 30만여 명이 참가한 대규모 팔레스타인 연대 시위가 벌어졌다. 그리스의 여러 항구 도시들에서는 휴가 나온 이스라엘 군인들이 탄 여객선의 기항을 막는 시위가 벌어졌다.
사회자가 “이스라엘의 전투기 부품을 실은 것으로 추정되는 선박이 정박한 모로코에서 거센 항의가 일어나 운송이 48시간 넘게 지연됐다”는 소식을 전하자 참가자들은 크게 기뻐했다. 집회장 곁을 지나던 행인들도 함께 박수를 쳤고, 어느 중년 여성은 발길을 멈추고 참가자들과 함께 “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를” 구호를 외쳤다.

집회 첫 순서로 참가자들은 가자지구 현지에서 팔연사로 보내 온 음성 메시지를 함께 들었다. “세상에 진실을 전하기 위해 전쟁 발발 후 650일 동안 단 하루도 가자지구를 떠나지 않았다”는 기자 무함마드 알카티브 씨의 절절한 호소가 통역을 통해 전해졌다. 알카티브 씨는 한국의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에도 특별한 감사를 표했다.
“여러분의 행동이 그저 상징적인 것에 불과하다고 느끼실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여러분은 저희에게 없어서는 안 될 소중한 희망이고, 계속 나아갈 수 있는 원동력입니다. 여러분은 팔레스타인인들이 혼자가 아님을, 점령과 인권 유린에 맞서는 사람들이 있음을 저희에게 일깨워 줍니다.
“여러분은 창문이 모두 닫힌 것 같은 이곳에 간절한 한 줄기 희망의 햇살입니다. 역사는 여러분들이 지금 서 계신 현장을 금빛 빛살로 기록할 것입니다.”
알카티브 씨의 음성에 집회장 인근을 지나던 행인들도 발길을 멈추고 “이스라엘이 잘못해도 한참 잘못하는 거야,” “왜 애들을 그렇게 죽인대” 하며 대화를 나누었다. 이제 막 한글을 읽게 된 듯한 어린 아이가 현수막에 적힌 집회 제목을 더듬더듬 읽자 곁에 있던 어머니가 “지금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아이들을 많이 죽이고 있어” 하고 알려 주는 일도 있었다.

이어서 팔레스타인계-아일랜드계 영국인 엠마 씨가 마이크를 잡았다. 엠마 씨는 최근 팔레스타인 국가 지위를 인정하겠다고 발표한 영국 노동당 총리 키어 스타머의 위선을 맹렬히 규탄했다.
“스타머의 말이 그럴듯해 보이지만, 그는 ‘이스라엘 정부가 가자지구의 참상 종식을 위해 실질적 조처를 취하지 않을 경우에만’ 팔레스타인 국가를 인정하겠다는 등의 조건을 달았습니다.
“헛소리입니다. 팔레스타인인들이 자신의 나라를 세울 권리는 협상 카드가 아닙니다. 더구나 지금 그 카드로 게임을 하고 있는 것은 팔레스타인인들을 억압한 바로 그 압제자들입니다!”
엠마 씨는 스타머와, 지난 100년 넘게 팔레스타인을 유린한 윈스턴 처칠, 헨리 맥마흔, 아서 밸푸어 등 영국 정치인들을 일일이 거론하며 규탄했다. 한 문장 한 문장이 끝날 때마다 박수가 나왔다.
“마지막으로, 가자지구 출신인 제 친구 마흐무드의 말을 전하겠습니다. 그는 스타머가 ‘유리 꽃병을 산산히 깨뜨리고는 미안하다고 웅얼거리며 깨진 유리 조각을 테이프로 대충 깁는 시늉을 하는 것이나 다름 없다’고 했습니다. 백 번 맞는 말입니다.
“팔레스타인인들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은 외세의 ‘인정’이 아니라 해방입니다. 바로 영국과 시온주의 식민 점령자들의 족쇄를 끊는 것 말입니다. 팔레스타인에 해방을!”

이어서 카이스트 부설 고등과학원의 유재원 연구원이 발언했다. 카이스트는 2주 후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는 학술 행사 CIPA 2025를 후원하는데, 유 연구원은 이 행사에 이스라엘의 테크니온 공과대학이 초청된 것을 강하게 규탄했다.
“이 심포지엄은 세계 문화 유산을 디지털로 보존하겠다고 합니다. 그런데 초청자 명단에 [이스라엘이] 수천 년 역사의 가자대사원을 폭파하는 데 일조한 테크니온 공과대학이 있습니다.
“테크니온이 키워 낸 무기 기업의 드론, 인공지능 유도 폭탄, 국경 통제 소프트웨어가 지금 이 순간에도 가자지구의 문화 유산을 말살하고 있습니다. 이 무슨 모순이란 말입니까!”
유 연구원은 행사를 개최하는 국립중앙박물관이 테크니온 초청을 취소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지금 광복 80주년을 맞아 … 식민 지배에 맞서 싸워 온 독립운동가들의 모습을 AI로 재현해 전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바로 옆 전시실에는 팔레스타인인들을 굶겨 죽이고 수천 년 문화 유산을 폭파하는 점령국의 대표들이 무대를 차지하게 되는 것입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이스라엘의 기관들에게 ‘서울에는 당신들의 선전물이 설 자리가 없다’는 것을 보여 줘야 합니다.”
유 연구원이 “독립 운동가들의 정신을 AI 아바타가 아니라 국경을 넘어 검문소를 뚫는 살아 있는 연대로” 기리자는 말로 발언을 마치자 큰 박수가 쏟아졌다.
이어서 사회자는 팔연사가 CIPA 2025 주관·후원 단체들과 유홍준 국립중앙박물관 신임 관장에게 테크니온 대학 초청 취소를 촉구하는 공개 서한을 보냈음을 알리며 널리 공유해 줄 것을 호소했다.


집회가 끝난 후 참가자들은 거리 행진에 나섰다. 힘찬 구호 소리가 행인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행진 대열이 이스라엘 대사관 앞에서 규탄 구호를 외친 후 서울시청 앞을 지나 명동으로 접어드는 동안 여러 행인들과 관광객들이 행진에 합류했다. 을지로 인근에서는 인도 펜스에 바싹 붙어 행진 모습을 촬영하는 사람들이 가득했다.
대열이 방송차와 함께 명동으로 접어들며 분위기는 더한층 고조됐다. 나들이 나온 시민들과 관광객뿐 아니라 인근 상점의 노동자들이 함께 “프리 팔레스타인” 구호를 외치기도 했다.
행진의 종착지인 4호선 명동역 앞은 행진 참가자들과, 대열에 합류한 사람들, 발길을 멈추고 대열에 지지를 담아 손을 흔드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행진 사회자는 다음 주 토요일인 8월 16일 오후 4시에도 서울 도심에서 팔레스타인 연대 행동이 예정돼 있다고 알리며 적극 참가를 호소하고 집회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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