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 연대 운동:
대학생과 연구자들이 국립중앙박물관 앞에서 이스라엘 보이콧 행동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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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주년 광복절에 국립중앙박물관 앞에서 팔레스타인 깃발이 올랐다. 8월 15일 오후 5시 재한 팔레스타인인 유학생을 비롯해 다양한 국적의 대학생들과 연구자들이 ‘국립중앙박물관은 인종학살·문화유산파괴 공범 이스라엘 테크니온 공대 CIPA2025에서 배제하라!’ 기자회견을 열었다. CIPA2025는 인류 유산 보호라는 목표를 위해 열리는 학술 심포지엄이다.
대학교 팔레스타인 연대 동아리 고려대학교 쿠피예, 서울대학교 수박, 연세대학교 얄라 연세, 이화여자대학교 인티파다, 한양대학교 자이투나가 이날 기자회견을 공동 주최했다. 이 동아리들은 2주 전 이스라엘과의 기술 협력의 문제점을 공론화하는 토론회를 공동주최한 바 있다. 그 외에도 가톨릭대학교, 건국대학교, 동국대학교, 서울시립대학교 등 여러 대학의 학생들과 교수·연구자들이 이날 기자회견에 동참했다.

광복절을 맞아 다양한 행사가 열린 국립중앙박물관에는 평소보다 훨씬 많은 관람객들로 북적였다. 기자회견은 시작 전부터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응원을 받았다.
한 관람객은 “그 총리[네타냐후]가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다 죽이려고 한다. 너무하지 않느냐”며 기자회견에 지지를 표했다. 지나가던 한 컬럼비아대 학생은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에 참가했다가 학교 당국에게 징계를 받았다고 밝히며 ”이렇게 팔레스타인 깃발을 보니 좋다“ 하고 반가움과 연대를 표하는 일도 있었다.
청년 달빛(가명) 씨는 ”광복절로 시내 곳곳에서 다양한 집회가 열리고 정치적 에너지가 넘치는 가운데 학생들이 팔레스타인 연대의 마음으로 모인 것이 무척 인상 깊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발길을 멈추고 기자회견의 모든 발언을 끝까지 경청했다.
사회자인 서울대 팔레스타인 연대 동아리 ‘수박’의 공동의장 이시헌 씨는 의도적 기아 학살을 자행하는 이스라엘을 규탄하며 기자회견을 시작했다.
“이스라엘의 잔학성에 지금 세계인들은 분노하고 있고, 이스라엘은 국제 무대에서 고립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 총리 네타냐후는 이제 가자시티를 완전히 점령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국립중앙박물관이 학살 공범인 이스라엘 테크니온공대를 심포지엄에 초청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지 않습니까? CIPA2025에서 이스라엘 테크니온공대는 배제돼야 합니다.“
이어서 카이스트 졸업생인 팔레스타인인 살하 씨의 메시지가 대독됐다. 카이스트는 CIPA2025를 공동으로 주최한다. 최근 카이스트의 재학생·졸업생들이 CIPA2025에서 테크니온공과대를 배제할 것을 요구하는 연서명을 받고 있기도 하다.(연서명 참여 링크)
“저는 한 번도 팔레스타인에 가본 적 없는 팔레스타인인입니다. 저에게 고향은 오직 이야기 속에만 존재합니다. 팔레스타인으로 돌아갈 권리를 얻는 대신, 저는 가장 잔혹한 방식으로 역사가 반복되는 것을 보며 자라야 했습니다.”
“체계적으로 인권을 유린하는 국가로부터 어떤 문화 교류를 기대할 수 있습니까? 토지 강탈과 몰수의 문화입니까?”
“이번 CIPA 포럼은 문화를 기념하는 것이 아니라, 억압을 정상화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인류 양심의 오점이며, 역사 속의 어두운 흔적입니다.”

다음으로 재한 팔레스타인인 유학생 나리만 씨가 과거 조선인들이 겪은 일제 강점과 현재 팔레스타인인들이 겪는 식민 점령이 다르지 않다며, 한국 정부가 이스라엘과 단교하도록 목소리를 내자고 호소했다.
”한민족의 문화적 정체성을 말살하려 한 일본 제국주의에 맞서 독립을 쟁취하기 위해 싸웠던 역사가 있음을 저는 압니다. 지금 이와 똑같은 일이 팔레스타인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우리를 잊지 말아 주십시오. 우리는 그저 숫자가 아닙니다. 팔레스타인은 역사와 문화가 가득한 곳입니다. 우리도 꿈과 역사를 가진 하나의 민족입니다. 학살자들을 연단에 세우지 말라고 국립중앙박물관에 강력히 촉구해 주십시오.”
나리만 씨의 힘찬 발언에 기자회견을 지켜보던 사람들이 엄지를 치켜들고 박수를 보냈다. 어떤 부모들은 자녀들에게 팔레스타인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설명해 주기도 했다.
고려대 팔레스타인 연대 동아리 ‘쿠피예’의 회장 박정훈 씨는 한국 정부를 향해 이스라엘과의 교류·협력을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한국 정부와 국가기관은 그 어떤 조치도 취하고 있지 않고, 오히려 이스라엘과의 교류를 늘리고 있습니다.
“외교부가 단지 가자시티 점령 계획에 우려를 표하고 ‘두 국가 방안’과 같은 허상을 지지한다고 말하는 것은 그저 한국 정부의 책임을 면피하는 것입니다. 만약 국가가 진정으로 이스라엘의 인종청소를 저지하기 원한다면 우선 모든 교류를 즉각 중단해야 합니다.”
이어서 사회자는 저명한 물리학자인 최무영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명예교수가 기자회견 취지에 동의하며 연대의 뜻을 보내왔음을 알렸다.
다음 발언자인 크리스티아노 사비유 서울시립대학교 천체물리학 연구교수는 이스라엘이 AI 기술을 인종 학살에 쓰는 것을 규탄했다.

”올해 심포지엄에 주요 참가 기관으로 초청된 이스라엘 최고 기술대학 테크니온은 드론 표적 공격용 AI, 감시 자동화, 점령지의 검문소 운영 기술을 개발하는 데서 핵심적인 역할을 해 왔습니다. 이런 시스템은 문화유산을 보존하기는커녕 파괴하는 데 기여합니다.
“문화유산 보존을 주제로 한 회의에서 문화유산 파괴에 가담한 기관에게 연단을 주는 것은 모순이자 도덕적인 실패입니다.”
한국역사교육학회 대외협력이사 백은진 씨가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의 문화재와 유적지를 고의적으로 파괴해 왔음을 폭로했다.

“올해 2월 팔레스타인 관광·문화재부가 발표한 문화유산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개전 이래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을 지속적으로 폭격하면서 파괴된 유적이 226곳이 넘습니다.”
”이스라엘의 군사적 목적에 최적화된 최첨단 기술을 제공하는 테크니온공대가 문화유산 연구와 교육에 대해 논할 자격은 없습니다. CIPA2025의 공동 주최 기관인 국립중앙박물관과 카이스트는 이들에게 설 자리를 제공해서는 안 됩니다.“
마지막으로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팔레스타인 독립 만세!“를 외치며 기자회견을 마무리했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기관인 국립중앙박물관과 국가 과학 기술 저력 배양을 목적으로 하는 KAIST가 테크니온 공대와 교류하는 것은, 넓게 보면 한국 정부의 대(對)이스라엘 교류·협력의 일환이다. 학살 국가 이스라엘에 반대하고 이스라엘과의 모든 관계를 끊을 것을 요구하는 운동이 더욱 커져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