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를! 93차 서울 집회와 행진:
이스라엘의 인종 학살에 협력하는 국내 대학과 기업들을 규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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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인들과 연대하는 사람들’(이하 팔연사)의 93번째 서울 팔레스타인 연대 집회가 7월 19일(토) 오후 4시 서울 교보문고 앞에서 열렸다.
최근 이스라엘은 레바논과 시리아를 폭격했고, 국제적 비난 여론과 내부의 정치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중동 지역의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이스라엘의 이런 전쟁 몰이는 이스라엘을 지원하는 수많은 정부·기업·대학들의 네트워크 없이는 가능하지 않다. 그래서 세계 곳곳에서 이스라엘의 전쟁 지원과 교류·협력에 반대하는 행동이 커져 왔다.
사회자가 “프랑스와 이탈리아에 이어서 그리스 항만 노동자들도 군수품을 싣고 이스라엘로 향하는 선박을 멈춰 세웠습니다” 하고 소식을 전하자 참가자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노동자들의 이런 직접 행동은 이스라엘의 전쟁 수행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팔연사 활동가들은 이날 HD현대건설기계, 두산 등 국내 기업들과 한국 정부가 이스라엘과 교류한 것을 폭로하며 협력 중단을 요구하는 유인물을 배포했다.

첫째 순서는 카이스트를 졸업한 재한 팔레스타인인 무함마드 씨의 메시지를 듣는 자리였다. 카이스트는 다음달 서울에서 열리는 세계적 학술 포럼 CIPA 2025의 공동 주관 기관인데, 이스라엘 테크니온대학교가 여기에 초대됐다. 팔연사 등 많은 단체들이 테크니온대학교 배제를 요구하고 있다.
“저는 윤리와 정의를 위해 헌신하는 엔지니어와 과학자 세대의 일원인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해 왔습니다. … 하지만 오늘 저는 이스라엘과 과학·기술 분야에서 협력하는 이들을 향한 깊고 아픈 수치심을 안고 있습니다.
“가자지구는 수개월째 끊임없이 폭격을 받고 있습니다. 저는 사람들이 가자지구 상황을 정당화하거나 무시하며 이스라엘이라는 테러 집단과 협력하는 마음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즉각적인 휴전을 촉구하고 봉쇄 해제를 요구합니다. 요르단강에서 지중해까지 팔레스타인은 해방될 것입니다.”
둘째 발언자는 미국인 유학생이자 서울대 팔레스타인 연대 동아리 ‘수박’의 회원인 로버트 씨였다.

“제가 공부하고 있는 서울대조차 한국 최초로 이스라엘교육연구센터라는 것을 세워서 이 폭력 정권의 정당성을 뒷받침해 주고 있습니다.
“지난 4월 미국 의원단이 서울대를 방문했을 때 … 수박의 학생들이 이들에게 항의하자 미국 의원단은 학생들을 피해서 달아나기에 급급했습니다.
“그러나 학생들은 수적 열세와 포위된 상황에서도 침묵하지 않았습니다. 이 학생들의 용기가 제가 오늘 목소리를 내는 이유입니다. 우리의 목소리가 저들의 편의보다 더 중요하다는 강력한 사실을 보여줬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이 사안에서 혼란스럽지 않고 매우 분명합니다. 팔레스타인들의 저항은 우리의 저항입니다. 이스라엘의 점령은 불법입니다.”
로버트 씨가 이렇게 발언하는 바로 그때 인근 민주노총 집회에 참가했던 플랜트건설 조합원들이 대열 곁을 지나고 있었다. 그 조합원들은 여러 차례 집회 대열을 향해 연대를 표했다. 한참을 손을 흔들기도 했고, “투쟁!“을 외친 이도 있었다.
평범한 노동자들이 보여 준 이런 적극적인 연대의 표시는 특히 값지다. 노동자들의 행동이야말로 이스라엘과의 협력 중단을 이끌어 낼 핵심 동력이기 때문이다.
노동자들의 반응은 한국인들 사이에서 이스라엘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전반적으로 커진 것(올해 1~4월 기준으로 비호감 60퍼센트 vs. 호감 31퍼센트)의 반영일 것이다. 지난 2년 간 꾸준히 이어져 온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도 여기에 기여했다.
BDS
이어서 이스라엘과 교류하는 한국 기업들의 노동자들이 발언자로 나섰다.
현대기아차에서 일하고 있는 김우용 씨는 팔레스타인 무장 저항에 대한 적극적인 지지를 표한 후 발언을 이어갔다.

“2024년 제가 일하고 있는 현대기아차 그룹이 이스라엘과 교류를 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했습니다. 이스라엘에서 현대기아차가 차지하는 비중이 30퍼센트가 넘는다고 합니다. 참으로 부끄럽고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김우용 씨는 노동조합 대의원대회에서 이스라엘과의 교역 중단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통과시키고, 팔레스타인인 난민을 위해 1,000만 원 모금을 조직하기도 했다고 말해 큰 박수를 받았다. 또한 그는 자신이 일하는 기아차 등이 무기와 군수품 수출에 미친 듯이 질주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서 HD현대(현대중공업) 노동자 권준모 씨가 발언했다. 권준모 씨는 지난 2년간 울산에서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을 건설하는 데서 중요한 구실을 해 왔다.
그가 일하는 HD현대는 7월 초 발표된 유엔 보고서에서 ‘가자 전쟁 지원, 불법 정착촌 관여 기업’으로 직접 거명됐다.

“내가 직접 만든 물건이 누군가를 죽이고 재산을 강탈하고 삶을 파괴하는 데 사용된다면 기분이 어떻겠습니까? ... HD현대건설기계 동료 노동자들이 만든 물건이 이스라엘의 무기로 사용되는 것이 너무나 가슴 아픕니다.
“HD현대 자본은 지금 당장 이스라엘과의 관계를 끊어야 할 것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당신들도 학살 공범이라는 오명을 지울 수 없을 겁니다.
“나아가 우리나라 권력자들이 이스라엘과 관계를 끊고 제재하도록 압력을 넣어야 합니다.
“여러분들의 집회 참여가 큰 힘이 됩니다. 지치지 말고 멈추지 말고 팔레스타인인들이 해방될 때까지 함께해 주십시오.”
이 두 노동자들이 발언하는 동안 한 한국인 커플이 빗속에서도 가던 길을 멈추고 끝까지 경청했다. 그들은 “노동자들이 자기가 만든 물건이 전쟁 무기 등으로 쓰이는 것에 분노하는 것에 공감이 간다”고 필자에게 말했다.
행진
이후 집회 참가자들은 이스라엘 대사관을 거쳐 명동으로 행진했다. 행진을 시작하자마자 어린이 2명을 포함한 한국인 일가족 4명이 대열에 합류했다. 참가자들은 그들을 따뜻하게 환영했다.

시위대는 명동을 가로질러 행진하며 수많은 관심을 받았다. 명동역에서 정리 집회를 할 때에는 20여 명이 대열에 합류하기도 했다. 이들 중 인도네시아 여성은 한국어로 “한국 정부가 팔레스타인 편이 아니어서 너무 슬프다”면서도, 한국에 이런 시위가 있어서 다행이라고 했다.
참가자들은 간간이 내린 굵은 빗줄기 속에서도 팔레스타인 연대의 목소리를 이어간 것을 서로 격려하며, 다음 주 토요일(26일) 오후 4시에 다시 광화문 교보문고 앞에서 모이자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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