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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주의 극우 팔레스타인 이재명 정부 이주민·난민 우크라이나 전쟁 긴 글

이스라엘의 가자시티 점령 계획 ─ 이스라엘과 서방의 정당성 위기 심화시킬 것

이스라엘의 가자시티 점령 계획은 테러 국가 이스라엘과 그 서방 후원자들의 정당성 위기를 심화시키고 있다.

8월 8일 금요일 이스라엘 전쟁 내각은 총리 베냐민 네타냐후의 가자시티 점령 계획을 승인했다. 그 계획에는 수많은 팔레스타인인들을 강제로 내쫓고 가뜩이나 처참한 인도주의 위기 상황을 더한층 악화시키는 조처가 포함돼 있다.

이스라엘의 노골적인 인종 학살 전쟁은 이스라엘과 그 서방 후원자들의 정당성 위기를 심화시키고 있다 ⓒ출처 Activestills

네타냐후는 이스라엘군 참모총장의 조언과, 가자지구에 억류돼 있는 이스라엘인 포로 가족 일부의 입장과 배치되는 계획을 내놓았다.

서방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갈등이 2023년 10월 7일에 시작되지 않았다고 지적받을 때마다 “인질부터 석방하라”고 되받아쳐 왔다. 네타냐후의 이번 계획은 그런 논리가 위선임을 드러낸다.

네타냐후는 가자시티 점령에 왜 이렇게 매달리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이스라엘 국가를 추동하는 역학에서 찾아야 한다.

이스라엘은 처음부터 인종차별에 기초한 프로젝트였다. 1948년 시온주의자들이 80만 명 넘는 팔레스타인인들을 인종청소한 정착민 식민주의 폭력 ‘나크바’(재앙)로 이스라엘이 탄생했다.

그런데 그 인종차별 프로젝트 이스라엘을 지금 이끌고 있는 것은 인종 학살을 미화하는 극우 정부다. 네타냐후, “성소수자를 혐오하는 파시스트”를 자처하는 베잘렐 스모트리치, 서안지구에서 살인적 인종청소를 조직하고 있는 이타마르 벤그비르 같은 자들이 그 극우 정부를 이끌고 있다.

그 극우 정부는 라파흐의 폐허에 강제 수용소를 세우고 싶어 한다. 그 극우 정부는 유대인 혐오로 악명 높은 헝가리 총리 오르반 빅토르, 이탈리아 파시스트 총리 조르자 멜로니, 프랑스 파시스트 지도자 마린 르펜과 한통속이다.

이스라엘 국가의 우경화는 전혀 뜻밖의 일이 아니다. 이스라엘 사회 역시 함께 우경화해 왔다.

이스라엘은 정착민 식민주의 프로젝트의 논리에 따라 점점 더 많은 팔레스타인 땅을 집어삼켜 왔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인들을 예속 대상으로 삼기를 원치 않고, 이른바 “유대계가 인구의 다수”인 상태를 유지하는 것에 줄곧 집착해 왔다.

이스라엘 국가가 팔레스타인인 저항 분쇄에 실패할 때마다, 전보다 더 우경화한 시온주의 세력이 다음에는 기필코 저항을 분쇄하겠노라고 약속하며 등장했다.

이스라엘은 이른바 “팔레스타인 문제”에 대한 대응책으로 인종 분리(아파르트헤이트)와 인종 학살(제노사이드) 사이를 오락가락해 왔다. 네타냐후에 반대하는 자유주의적 시온주의자들은 2023년 10월 7일 이전 상태, 즉 인종 분리주의로 돌아가기를 바란다.

네타냐후의 극우 정부는 ‘제2의 나크바’를 원한다 ⓒ출처 이스라엘 총리실

그러나 이스라엘을 통치하는 자들은 팔레스타인인을 절멸하겠다는 쪽으로 확고히 기울어 있고, ‘제2의 나크바’를 완수하겠다는 환상에 젖어 있다.

네타냐후 정부의 앞길은 순탄치 않을 것이다. 〈알자지라〉는 이렇게 보도했다. “네타냐후의 참모총장은 22개월간 계속된 전쟁으로 현역병과 예비군 모두가 지쳐 있다고 네타냐후에게 거듭 보고했다.

“참모총장은 [가자지구에서 전쟁을 지속하려면] 서안지구나 레바논·시리아 국경에 주둔한 병력을 끌어와야 할 것이라고 네타냐후에게 조언해 왔다.”

전 이스라엘 외교부 차관 알론 리엘은 가자시티 점령 계획이 이스라엘을 더한층 고립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우리 이스라엘은 여러 국가들이 팔레스타인의 국가 지위를 인정하고 있는 데에 불평하고 있다.

“그런데 이번 결정으로 우리는, ‘이 전쟁이 끝나야 한다’고 보는 국제 사회 전체의 의사를 거부하고 있는 것이다. 외교관으로서 나는 이스라엘이 전 세계를 무시하고 있다는 것이 매우 안타깝다. 이번 결정으로 이스라엘이 완전히 고립될까 봐 우려스럽다.”

이는 이번 전쟁이 이스라엘 국가 내의 균열을 키워 놓았고 이번 결정으로 그 균열이 더 깊어질 수 있음을 보여 준다.

네타냐후는 하마스를 상대로 “완전한 승리”를 거두겠다고 공언해 왔다. 그러나 팔레스타인 저항 세력은 살아남기만 하면 네타냐후의 목표를 좌절시키는 게 된다. 지난주 하마스의 군사 조직인 알카삼 여단은 가자지구 중부·남부에서 이스라엘군의 지휘·통제 시설 여러 곳을 공격했다고 발표했다.

팔레스타인해방민중전선(PFLP) 등 다른 저항 조직들의 무장 병력도 이스라엘 군용 차량을 파괴하는 소규모 군사 작전을 벌였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이 가자시티 점령을 준비하는 가운데 이런 반격들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한편, 이스라엘 국가의 일부는 가자지구를 점령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 이스라엘군이 끝없이 저항 운동을 상대해야 하는 수렁에 빠질까 두려워해서다.

최근 500명 넘는 이스라엘 전직 안보 관료들이 미국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에게 전쟁을 끝내 달라고 호소하는 공개 서한을 보냈다. 연명자들 중에는 이스라엘 정보 기관 모사드와 신베트의 전직 수장들과 전직 군 장성들도 있었다.

그러나 이스라엘 극우는 인종청소 문제를 놓고 확고하다. 예컨대 벤그비르는 2023년 10월 7일부터 가자지구 점령을 촉구해 왔다.

네타냐후는 극우 정당들의 지지가 없으면 연정이 붕괴하기 때문에 전쟁을 지속하는 쪽을 편들고 있다. 연정이 붕괴하면 네타냐후는 현재 진행 중인 부패 혐의 재판에서 면책권을 잃게 될 것이다.

그간 이스라엘에 무기와 자금을 대어 인종 학살을 지원해 온 서방은 현재 정당성 위기에 처해 있다.

8월 8일(금요일) 독일 총리 프리드리히 메르츠는 가자지구에서 사용될 수 있는 군사 장비 수출을 일절 승인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는 이스라엘의 가자시티 점령 계획에 대한 직접적 대응이었다.

이는 일시적 조처이지만, 그동안 이스라엘을 적극 지원하고 팔레스타인 연대 시위를 혹독하게 탄압해 온 국가로서는 이례적 행보이기도 하다.

노동당 소속 영국 총리 키어 스타머는 가자시티 점령 계획이 “잘못됐다”고 말했다. “갈등을 종식하는 데에도, [이스라엘인] 인질 석방을 도모하는 데에도 아무 도움이 안 될 행동이다.”

이달 초 스타머와 프랑스 대통령 에마뉘엘 마크롱은 향후 팔레스타인 국가 지위를 인정하겠다고도 공약했다.

이런 행보의 배경은 무엇인가? 도덕적으로 대오 각성해서 그런 것은 아니다. 그보다는 ‘벌거벗은 임금님’ 꼴이 만천하에 드러날까 두려워해서다.

서방은 이스라엘을 “중동 유일의 민주주의”로 포장하고 “민주주의 확립”이라는 미명하에 전쟁들을 벌여 왔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노골적으로 인종 학살 전쟁을 수행하고 있으며 “인권”을 존중하는 척조차 하지 않고 있다. 수많은 사람들에게 이스라엘이 “민주주의”라는 환상은 깨지고 있다.

서방 지도자들은 자기 정당성을 재확립하려고 이스라엘을 비난하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벌어질 제국주의 전쟁을 정당화하지 못하게 될까 두려운 것이다. 이와 비슷하게, 자유주의적 시온주의자들도 이스라엘이 정당성을 잃을 것이라는 두려움에 젖어 네타냐후가 이스라엘에 “해를 끼치고 있다”고 비난한다.

영국의 상황을 보면,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은 정당성 싸움에서 이기고 있고 국가는 지고 있다. 최근 총리는 팔레스타인 국가 지위를 인정하겠다며 모호하고, 불충분하고, 그마저도 조건을 달아서 공약했지만, 추락한 신뢰도를 끌어올리지는 못할 것이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대한 식량 공급을 끊어 기아 사태를 만들고 있는 지금, 각국 정부는 이스라엘에 대한 무기 공급을 끊어야 한다. 무기 판매와 교역 일체를 중단하고, 네타냐후·스모트리치·벤그비르 등 전범들을 모조리 제재하고, 이스라엘 대사관을 폐쇄해야 한다.

저들의 분열을 심화시키고 이런 요구들을 관철하는 것이 글로벌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의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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