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연습(을지 프리덤 실드) 재개는 여전한 친미 입장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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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8일부터 나흘간 한미 연합 군사 훈련인 ‘을지 프리덤 실드’(UFS)가 진행되고 있다. 9월에는 한미일 3국의 ‘프리덤 에지’ 훈련도 예정돼 있다.
한국군 합동참모본부와 한미연합사령부는 UFS가 “연례적으로 실시하는 방어적 성격의 훈련”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대북 선제 공격과 점령을 상정한 전쟁 연습이다.
UFS 훈련에는 미국의 ‘전략 자산’도 전개된다. 이 때문에 훈련이 실시될 때마다 한반도 긴장이 고조된다. 14일 북한 김여정 조선로동당 중앙위 부부장은 UFS 훈련에 대해 “다시금 한국의 적대적 실체가 의심할 여지없이 확인될 것”이라고 반발했다.
그런데 UFS는 대북 전쟁 연습을 넘어 중국과의 전쟁에 대비하는 성격이 강화되고 있다. 지난해에는 한반도 전장에 중국군과 러시아 군사 용병이 출현하는 시나리오를 상정해 대응하는 훈련을 했다.
8월 7일 올해 UFS 훈련 계획을 밝히는 기자회견에서 한국군 합참과 한미연합사 공보실장은 이렇게 말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등에서 러시아와 중국의 협력이 많이 보이는데 이런 것들을 어떻게 대비할 수 있을지 이번 훈련에 접목하고 있다.”
평화와통일을여는사람들은 8월 18일 대통령실 앞에서 UFS 훈련 중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올해 UFS 훈련의 초점이 북한보다 중국·러시아 대응에 있다고 지적했다.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행사와 이에 대한 한국군 지원 및 ... 한미연합군의 한반도 주변 해역에서의 대중·러군 감시, 차단 훈련 등이 주된 내용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프리덤 에지’ 훈련은 2023년 8월 열린 한미일 정상회의에서 3국의 정례적 군사훈련 시행에 합의해 지난해 처음 실시됐다. 금기시됐던 한일 군사 동맹을 향한 잰걸음일 뿐만 아니라, 동중국해를 훈련 장소로 삼아 중국과의 전쟁을 겨냥한 성격을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이런 훈련들은 동아시아의 지정학적 긴장을 고조하는 데 일조하고, 미·중 갈등이 전쟁으로 비화했을 때 한국인들이 원치 않아도 전쟁에 휘말릴 위험을 키우는 일이다.
미국은 한국을 꼭 필요한 대(對)중국 전초기지로 여기고 있다. 주한미군사령관 제이비어 브런슨은 올해 5월 한국을 “베이징과 가장 가까운 동맹의 존재”이자 “일본과 중국 본토 사이에 떠 있는 섬이나 고정된 항공모함 같다”고 했다.
또한, 불과 5개월 전인 올해 3월 한미 연합 훈련 중 포천에서 공군 전투기 오폭으로 수십 명이 다치는 사건이 벌어진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오폭된 포탄이 30킬로미터만 더 빗나가 휴전선 너머에 떨어졌다면 아찔한 상황이 펼쳐질 뻔했다. 군사 훈련 중 오발·오폭 사례는 끊임없이 반복돼 왔다.

윤석열은 중국 견제를 위한 한미일 군사 협력 강화를 적극 추진했었다. 코로나 기간에 축소됐던 한미 연합 훈련의 “정상화”를 부르짖으며, 취임 후인 2022년 8월 UFS 훈련에 대규모 실사격 훈련을 포함시켰다. 쿠데타 직전이었던 지난해 8월에는 역대 최대 규모로 UFS가 치러졌다.
노골적인 친서방 제국주의 노선 강화는 윤석열이 대중의 반감을 산 주요 요소였다. 윤석열은 이런 노선이 초래한 정치적 위기를 타개하는 수단으로 군사 쿠데타를 기도했고, 그 명분을 만들려고 북한을 군사적으로 도발했다.
그런데 한미(일) 군사 동맹을 강화하기 위한 연합 군사 훈련들이 이재명 정부하에서도 계속되는 것이다.
물론 이재명 정부는 대북 확성기를 철거하고 윤석열이 일방적으로 파기했던 남북 군사합의를 복원하겠다고 하는 등 북한에 유화적 신호를 보내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직접 혐중 시위를 비판하기도 했다.
이번 UFS 훈련도 기존에 계획된 40여 건의 야외 기동 훈련 중 20여 건을 9월로 미뤄 분산 시행하기로 해, 덜 공세적인 외양을 갖추려고 한다.
그러나 9월로 미뤄진 훈련은 대부분 대대급 이하의 훈련뿐으로, 그 밖의 훈련들은 윤석열이 역대 최대 규모로 치른 지난해 수준으로 진행된다.
이재명 정부가 유화적 제스처를 일부 취하지만 전략적인 변화는 없는 셈이다. 윤석열이 정권의 핵심 기조로 삼았던 친서방 제국주의 노선을 계승하는 것은, 평화를 염원하는 대중의 환멸을 사고 국가기구 안팎에서 극우 등 우파의 기를 살려 주게 될 것이다.
한미 연합 군사 훈련들은 중단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