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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주의 극우 팔레스타인·중동 이재명 정부 이주민·난민 우크라이나 전쟁 긴 글

이스라엘과 협력을 오래 이어 온 역대 민주당 정부들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인 인종 학살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재명 정부가 이스라엘과의 교류·협력을 일절 단절하라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한국 정부도 이스라엘과 우호 관계를 유지해 왔을 뿐 아니라 많은 기업과 대학, 지방자치단체도 이스라엘과 교류하고 있다. 지정학적으로 복잡한 중동의 특성상 그런 교류는 중앙 정부의 직접·간접 지원 아래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

팔레스타인 문제와 관련해서는 이재명 정부가 윤석열 정부와 별로 다르지 않다 ⓒ유병규

지난달 이재명 정부는 이스라엘군의 가자시티 침공이라는 인도주의적 재난을 앞두고 우려를 표하는 논평을 냈지만, 이스라엘을 규탄하는 모양새는 한사코 피하려고 애썼다. (관련 기사: [이렇게 생각한다(개정)] 가자지구 관련 한국 외교부 논평: 말뿐인 ‘우려’와, ‘두 국가 해법’이라는 독을 담고 있다) 윤석열 정부와 본질적으로 같은 논평이었다.

그런데 진보계열 일각에서는 민주당과 이재명 정부는 국민의힘, 윤석열 정부와는 다를 것이라고 기대하는 듯하다.

한국군 파병으로 이어질 수도 있는 다국적군 파병을 팔레스타인평화연대가 요구하는 것은 윤석열 정부하에서였다면 생각하기 힘든 일이다.

아직 이재명이 야당 대표이던 지난해 10월 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 임재성 실행위원은 〈한겨레〉에 “이스라엘 무기수출 중단…야당이 해야 한다”고 기고하며 “이재명 대표…의 결단”을 촉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한국 지배계급의 (비록 제1 선호 정당은 아니어도) 정당으로서 한국 기업주들의 이익을 대변하고 그들의 세계적 진출을 위해 이스라엘과 협력해 온 긴 역사가 있다.

이스라엘 기업과 대학들은 서방의 상대들과 긴밀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고 이를 바탕으로 높은 기술력과 시장 진출 잠재력을 자랑한다. 예컨대, 이스라엘은 세계적인 스타트업 강국이고, 인공지능 투자 유치 규모가 세계에서 다섯째로 많고(2013~2024년), 기초과학 분야의 5대 강국으로 꼽힌다.

이스라엘의 이런 성공은 미국의 중동 지배 구조 속에서 이스라엘의 군사 역량이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런 지정학적 중요성을 내세워 이스라엘은 첨단산업 육성에 필요한 자본과 인적 자원을 확보할 수 있었다. 지금도 마이크로소프트, 인텔, 모토로라, IBM, 보잉, HP 등 서방의 기술 기업들이 이스라엘에 투자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이런 이스라엘과의 협력을 통해 한국 기업들의 역량을 강화하고 세계 진출을 도모하고자 해 왔다. “국내 창업기업이 세계시장으로 진출할 때 가장 어려운 점이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이라고 한다면 이스라엘 기업과의 공동 개발을 통해 이스라엘에서 접근할 수 있는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대외경제정책연구원)

이를 위해 일찍이 1999년 김대중 정부는 이스라엘과 기술 협력 협정을 체결해 ‘한국-이스라엘 산업 연구개발 재단’(KORIL)을 설립했다. KORIL은 한국 정부가 양국의 기업과 대학, 연구소의 공동 연구 지원을 발벗고 지원하기 위한 재단이다. 서방세계 바깥에서 이스라엘과 이런 협정을 체결한 나라는 싱가포르와 한국뿐이다.

이스라엘과의 이런 협력에서 팔레스타인인들을 위한 고려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이스라엘의 인종 학살이 한창인 지금도 KORIL 웹사이트는 엘빗, IAI 같은 이스라엘의 대표적 군수 기업들과의 협력을 지원하고 있음을 버젓이 밝히고 있다. 지난해 9월, KORIL 사무총장(강정룡)은 “이스라엘은 한국에게 보석과 같은 존재”라고 말했다. 그는 문재인이 임명해 윤석열을 거쳐 지금도 KORIL을 이끌고 있다. 이스라엘과의 협력이 초당적 사안임을 단적으로 보여 준다.

사실, 이스라엘과의 협력은 문재인 정부하에서 크게 강화됐다. 박근혜 정부 때 시작된 이스라엘과의 FTA 협상을 아시아 최초로 타결한 것이 대표적이다. 한-이스라엘 FTA는 관세를 없앴을 뿐 아니라 ‘기술협력’ 조항을 도입한 한국 최초의 FTA로, 첨단기술 협력을 핵심 목적의 하나로 삼고 있다.

문재인 정부는 당시 트럼프 1기 정부가 이스라엘과 UAE, 바레인의 관계 정상화를 주선해 아브라함 협정을 체결한 것을 적극 기회로 삼았다. KORIL 등을 통한 협력이 더욱 강화됐다. 국회의장, 총리 등 양국 고위 정치인들이 빈번하게 왕래했다. 당시 서울시장이자 민주당의 유력한 차기 대권주자였던 박원순도 “창업 생태계”를 배우기 위해 2019년 이스라엘의 텔아비브를 방문해 서울시-텔아비브 우호도시 협정을 체결했다.

이재명 정부가 이런 전임 민주당 정부들과 다를 것이라 볼 이유는 없다. 오히려 이재명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 시절인 2월 주한 이스라엘 대사를 만나 덕담을 나눈 내용은 그가 이스라엘과의 오랜 협력을 확대하는 데에 관심을 갖고 있음을 보여 줬다. (관련 기사: 본지 535호, ‘선 넘는 ‘우클릭’: 인종 학살 이스라엘 대사를 만나 덕담 나눈 이재명’)

최근 국책 연구기관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중동에서] 미국의 대중국 견제가 이뤄지고 있는 틈을 활용”해야 한다며 이스라엘과의 협력을 강화할 “기회”를 잡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것이 정부의 관심사일 것이다.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몰살시킬 기세로 공격하고, 구호품 반입마저 봉쇄해 매일 팔레스타인인들을(상당수는 어린이) 굶겨 죽이는 와중에 말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한미정상회담에서 “[중동 등지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역할로 휴전하고 평화가 찾아오고 있다”고 아첨했다.

지금은 이재명 정부가 조금은 다를 것이라는 기대를 할 때가 아니다. 오히려 정부가 이스라엘과의 오랜 협력을 이어가고 있음을 지적하고, 새 정부에 대한 그 어떤 환상 없이 운동을 건설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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