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이스라엘 무기 수출, 참여연대의 훌륭한 폭로: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에 기대 걸기는 연목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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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 평화군축센터의 실행위원인 임재성 변호사가 10월 10일 〈한겨레〉에 팔레스타인 연대에 관한 칼럼을 실었다. 제목은 “‘이스라엘 무기수출 중단’ ... 야당이 해야 한다”이다. 이 글은 참여연대 사이트에도 게재됐다.
임재성 씨는 글의 목적을 첫 문장에서 이렇게 밝혔다. “한국 야당들에 ‘대한민국 정부는 이스라엘에 무기 수출을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정책)을 최선두에 놓아야 한다고 설득하는 것.”
참여연대는 한국 기업들의 이스라엘 무기 수출에 관한 유용한 폭로를 해서 운동에 기여해 왔다.
참여연대에 따르면, 한국은 2023년까지 지난 10년 동안 700억 원이 넘는 무기류를 이스라엘로 수출했다. 이번 가자 전쟁이 시작된 지난해 10월부터 이후 5개월 동안에도 최소 18억 원어치의 무기류를 수출했다. 물론 정부의 정책적 지원과 보호 속에 이뤄진 일이다.
임재성 씨는 이렇게 글의 결론을 냈다. “한미 동맹과 케이(K)방산을 주술처럼 외치는 정부와 여당에 기대할 것은 없다. 원내 1당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3당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께서 결단해 달라.”
민주당과 제국주의
팔레스타인에서 광란의 인종 학살이 1년도 넘게 지속되는 동안 이재명과 조국은 무기 수출 중단 요구는커녕 이스라엘을 규탄하는 말 몇 마디조차 기피해 왔다. 왜 그런 것일까?
과거 민주당 정부들은 “한미 동맹과 케이(K)방산을 외치는” 데서 우파 정부와 별로 다르지 않았다.
민주당도 제국주의 강대국들이 주도하는 국제 질서를 지지하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그 질서에 편승하고 줄타기해서 한국 자본주의를 성장시키고 국제적 위상을 높이고자 하는 점에선 한국 지배계급을 충실히 대변한다. 국힘(과 그 전신들)과 구체적인 방식만 다를 뿐이다.
문재인 정부는 중국과의 관계를 의식하긴 했지만(중국 문제는 우파도 무시할 수 없는 문제다), 실천에서 한미동맹을 약화시킨 적이 없었다. 민주당 정부들은 한미동맹이 역사적으로 한국 자본주의의 핵심 기둥이었다는 인식을 언제나 우파들과 공유했다.
그래서 여야를 막론한 역대 한국 정부들은 미국의 제국주의적 중동 정책과 사실상 발을 맞추고, 유연성을 발휘할 때도 미국의 중동 전략이 허용하는 범위를 벗어나지 않았다.
미국이 중동의 석유를 통제하고 경쟁 열강에게 미국의 패권을 천명하기 위해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 벌인 전쟁에 김대중·노무현 정부는 군대를 파병했다. 이라크 파병 규모는 미국과 영국에 이어 세 번째로 컸다.
이스라엘이 2006년 레바논을 공격했다가 패퇴한 뒤, 노무현 정부는 미국과 보조를 맞춰 2007년 헤즈볼라를 “테러 단체”로 규정하고 “레바논 평화유지단”의 일원으로 동명부대를 파병했다.
방산과 이스라엘과의 무기 거래에서도 민주당 정부들은 예외가 아니다.
1995년 한-이스라엘 방산군수협력 합의가 처음 체결된 이후 2003년이 되자 이스라엘이 수출하는 무기의 12퍼센트를 한국이 구입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1998~2007년) 모두 이 거래에 적극적이었다.
한국의 무기 수출은 특히 문재인 정부하에서 급격하게 증가했다. 전 세계 무기 수출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율이 2010~2015년 0.9퍼센트에서 2016~2020년 2.7퍼센트로 무려 세 배로 늘었다.
대(對)이스라엘 무기 수출은 더욱 크게 증가했다. 유엔 세관데이터(UN comtrade)에 따르면, 2015~2020년 대이스라엘 무기 수출은 2009~2014년보다 22퍼센트 증가했다. 문재인 정부 4년간 대이스라엘 무기 수출액은 2344만 달러(265억 원)로, 박근혜 정부 4년간 수출액인 1019만 달러(116억 원)의 갑절이 넘는다.
문재인 정부가 이스라엘에 판매한 무기의 절반 이상은 탄약과 미사일 등 발사 무기류였다. 그중 많은 것이 지난 1년간 가자지구에 사용됐을 수 있다.
임재성 변호사나 평화운동 단체들이 민주당의 이런 전력을 모르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민주당을 설득해 국회가 이스라엘 무기 수출 중단에 나서게 하려는 것은 평화 문제에서 아래로부터의 운동이 핵심 동력이라고 여기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대중 행동보다 우선 순위에 있는 것은, 여론을 움직여 민주당을 압박하고 설득해 국회에서 이스라엘 압박 결의문을 통과시키고, 나아가 유엔에서도 그러한 결의안이 통과되게끔 하는 것이다.
참여연대는 2000년대 초 이라크 전쟁 파병 반대 운동 때도 그 운동의 주도적 단체 중 하나인 동시에, 여당인 열린우리당에 기대를 걸었다. 그래서 그 당의 개혁파 의원들을 끌어들이려 애썼다.
그러나 당시 열린우리당에서 마지막까지 파병에 소신 있게 반대한 의원은 단 한 명(임종인 의원)뿐이었다. 결국 파병을 막지 못했다.
한편, 임재성 씨는 칼럼에서 최근 대이스라엘 무기 수출을 일부 제한한 프랑스, 캐나다, 영국 사례를 모범으로 든다.
물론 그러한 조처는 성과다. 이스라엘로 가는 전체 무기 수출을 금지한 것이 아니라서 매우 제한적이지만 말이다.(예컨대 영국은 이스라엘로 가는 무기 품목 350개 중 단 30여 개만 제한했을 뿐이다.)
중요한 것은 그 나라 정부들이 스스로 개과천선한 결과가 아니라는 것이다. 가령 캐나다는 이스라엘에 대한 10대 무기 수출국 중 하나이고, 2021~22년은 캐나다 역사상 이스라엘로 향하는 무기 수출이 가장 많은 해였다.
진정한 동력은 지난해 11월 최대 10만 명 규모에 달할 만큼 컸던 캐나다의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에서 나왔다. 캐나다에서는 지금까지 수십 개 도시에서 만만찮은 아래로부터의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이 끈질기게 벌어지고 있다.
영국과 프랑스도 마찬가지다. 특히 영국은 미국과 함께, 팔레스타인 연대 운동이 가장 큰 나라다. 최대 규모였을 때 거의 100만 명이 거리로 나왔다.
이런 사례에서 알 수 있는 것은, 우리가 각자의 국가에 무기 수출 중단 등의 조처를 압박하려면 최대한 거리 운동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파업이 결합되면 더더욱 훌륭하지만 말이다.)
참여연대는 ‘팔레스타인과연대하는한국시민사회긴급행동’(그보다 앞서 만들어진 ‘팔레스타인인들과연대하는사람들’과 다른 연대체이다)을 정치적으로 주도하는 단체다.(비록 집회 조직 등의 실무는 더 좌파적인 몇몇 다른 단체들이 맡고 있지만 말이다.)
참여연대가 이스라엘의 집단 학살을 반대하고, 다른 단체들이 그런 참여연대와 같이하는 것은 좋은 일이다. 참여연대가 민주당에 기대를 거는 입장을 갖고 있다고 해서 좌파가 참여연대를 연대체에서 배제하자고 주장한다면 완전 부적절할 것이다. 그러나 좌파가 참여연대의 그런 입장을 비판하지 않는 것은 기회주의이다.
이스라엘과 한국 정부에 대한 유용한 폭로들은 민주당 국회의원 설득하기가 아니라, 거리에서 더 많은 사람들을 모아내는 데에 진정한 목적이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