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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주의 내란 청산과 극우 팔레스타인·중동 이재명 정부 이주민·난민 긴 글

내란 특검은 “내란의 본질”을 밝히지 못했다

12월 15일 ‘비상계엄에 따른 내란·외환 의혹 특검’(특별검사 조은석)이 수사를 마치며 발표한 수사 결과는 매우 빈약했다.(관련 기사: ‘초라한 특검 수사 결과: 헌정 절차 존중은 내란 청산과 모순된다’)

쿠데타 직후 폭로된 사실들 외에 새로 밝혀진 것은 많지 않은데, 오히려 처벌 대상을 좁히고 처벌 수준도 낮게 제한하는 구실을 하게 생겼다.

여야 모두 특검 수사 결과가 미흡하다고 평가했다. 결론이 정반대였을 뿐이다. 민주당은 2차 특검이 필요하다고 했고, 국힘은 “무지무지 노력을 했는데 아무것도 나온 것이 없다”(김재원)며 소용없는 짓이라고 조롱했다.

그런데 하루 뒤인 16일 정의당은 특검이 “무수한 의혹과 정쟁 속에서도 흔들림 없이 내란의 본질을 드러냈다”며 칭찬했다. “이제 사법부의 시간이다”며 은근히 민주당의 2차 특검 주장에도 선을 그었다.

특검이 “내란의 본질을 드러냈다”는 평가는 과대평가다.

윤석열이 친위 군사 쿠데타를 통해 이루려고 한 핵심 목표는 좌파와 노동운동을 탄압하는 것이었다. 친기업·친제국주의 정책을 추진하는 데 방해가 됐기 때문이다. 화물연대, 건설노조 등의 파업, 한미일 군사협력 강화와 이를 위한 핵 폐수 방류 묵인 등에 대한 항의 운동 등이 눈엣가시였을 것이다. 집권 직후부터 시작된 퇴진 운동도 밟아 버리고 싶었을 것이다.

실제로 윤석열이 포고령에서 밝힌 목표도 그랬다. “대한민국 내부에 암약하고 있는 반국가세력”(좌파)으로부터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파업, 태업, 집회행위를 금한다”는 게 핵심적 조처다. 1년 가까이 파업 중인 전공의들을 본보기 삼아 “처단”하겠다고 했다. 윤석열이 보기에 가장 큰 좌파가 민주당 이재명계이니 그들을 첫 공격 대상으로 삼았다.

그러려면 민주적 권리 보장 수준을 독재 정권 시절로 돌려놔야 하는데, 국회·언론이 이에 방해가 되니 그 기능도 멈추려 한 것이다.

그런데 조은석 특검은 쿠데타의 목적을 이렇게 요약했다. “윤석열이 신념에 따른 것이 아니라 자신을 거스르거나 반대하는 사람을 반국가세력으로 몰아 비상계엄을 통해 제거하려 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는 비상계엄이 불법적이고 불합리하다고 지적한 것이지만, 계엄의 목적이 민주적 권리들 자체를 억압할 필요가 있다는 “신념에 따른 것이 아니라” 윤석열 개인의 일탈로 규정한 것이다.

그러나 특검이 파악한 윤석열의 “신념”은 무엇이며, 그 신념에 따른 것이 아니라는 증거는 무엇인가. 결국 특검은 윤석열과 김용현 정도를 제외하면 대부분 책임에 걸맞지 않은 수준으로 기소하거나 심지어 못(안) 하기도 했다.

정의당이 내란 특검 결과를 관대하게 평가한 것은 특검의 주장을 사실상 공유하기 때문이다.

정의당은 윤석열의 친위 쿠데타가 윤석열 개인의 일탈에 불과하다는 특검의 관점을 공유한다

정의당 지도부는 윤석열의 쿠데타 기도를 일시적 일탈로 여기고 ‘정상 상태’가 재개될 것으로 낙관한 듯하다.

그래서 대선 당시 정의당은 출마의 첫째 이유로 “내란세력 청산에 사회대개혁이 가려진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민주주의 수호를 사회대개혁과 대치시켜, 부차적인 이슈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사회민주주의 정당인 정의당은 자본주의적 민주주의의 강화를 이용해 사회를 개혁할 수 있다는 생각을 받아들인다.

이런 의회주의 전략에서는, 자본주의 자체가 발생시키는 정치·경제적 불안정이 의회제 민주주의를 위협할 때조차 조만간 안정성이 다시 회복될 것이라는 ‘희망적 관측’을 자주 하게 된다.

그래서 정의당 지도부는 한국 같은 나라에서 쿠데타는 정치 변동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돌출적인 사건이라고 여긴 듯하다. 그러면 쿠데타 지지·옹호 세력이 여전히 국가기구 전반에 두루 걸쳐 권토중래 하고 있다는 위험을 과소평가하기 쉬울 것이다.

게다가 사회민주주의 지도자들은 쿠데타에 대한 반격이 너무 나아가 자본주의적 민주주의 자체까지 흔드는 상황을 극도로 꺼린다. 자본주의 국가를 활용해서, 특히 의회에 진출해 입법을 통해 개혁을 쟁취해야 하는데, 국가의 안정성 자체가 흔들려서는 곤란하기 때문이다.

마르크스는 1852년 이처럼 의회 중심성에 눈이 멀어 현실을 제대로 보려 하지 않는 태도를 “의회 크레틴병”(‘의회주의적 현실감각 상실’로 풀이하면 적절할 것 같다)’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정의당이 국회나 법무부가 판사를 추천하는 방식의 내란특별재판부 설치도 반대한 이유일 것이다. 삼권분립, 즉 현재의 구체적 맥락상 ‘사법부 독립’을 해친다는 이유로 말이다. 물론 속내는 민주당의 득세에 제동을 거는 것이었으리라.

그런데 지금 사회 개혁 염원 대중이 지켜야 하는 것이 쿠데타에 동조한 조희대 등 사법부 고위층의 ‘독립’이나, 국가기구들과 관료제의 안정적인(정상적인) 작동인가.

이재명 정부와 민주당에 기대지 말아야 하지만, 그렇다고 친위 쿠데타가 끼친 영향과 그 잔존 세력을 대수롭지 않게 여겨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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