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연대

전체 기사
노동자연대 단체
노동자연대TV
IST
윤석열 퇴진 운동 2023~24년 팔레스타인 투쟁과 중동 트럼프 2기 이주민·난민 우크라이나 전쟁

정의당은 왜 윤석열 퇴진 운동을 지지하지 않을까?

이태원 참사 이후 매주 수만 명이 “퇴진이 추모”라며 거리로 나오고 있다. 윤석열 퇴진 운동 속에는 정의당의 동참을 바라는 목소리들이 심심찮게 있다.

정의당은 유일한 원내 좌파(정확히는 중도 좌파 또는 온건 좌파) 정당이다. 그런 당이 윤석열 퇴진을 공식적으로 요구하면 운동의 확장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안타깝게도, 정의당은 윤석열을 비판하면서도 퇴진은 요구하지 않는다. 정의당 좌파 그룹 ‘전환’도 윤석열 퇴진 운동을 지지하지 않는다.(‘정의당 청년 대표의 윤석열 퇴진 반대론, 소심하다’와 ‘정의당 나경채 전 대표를 반박함’을 보시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그 이유를 다음 같이 말했다.

“지금 정의당의 당론은 대통령의 사과와 국정조사 요구다. 당에서 그렇게 추진하려고 하기 때문에 윤석열 대통령 퇴진 요구 집회는 가지 않고 있다.”(〈폴리뉴스〉, 11월 23일자)

그러나 대통령 사과는 이태원 참사에 대한 윤석열의 책임에 합당한 요구가 못 된다. 이태원 참사는 윤석열의 경찰력·공권력 배치 우선순위에서 직접 비롯한, 피할 수 있었던 비극이다. 경찰이 대중의 안전보다 공안(집회 통제), 불균형한 ‘마약과의 전쟁’, 대통령실 경비를 우선한 탓에, 막을 수 있었던 참사를 막지 못해 158명이 목숨을 잃었기 때문이다.

국정조사로 말할 것 같으면, 정의당도 그것의 문제점을 모르지는 않는 듯하다.

이은주 정의당 원내 대표는 “호통 국조, 정쟁 국조”를 “배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정미 대표도 국민의힘이 “누더기 국정조사, 진흙탕 국정조사”를 만들까 봐 우려했다.

아닌 게 아니라 벌써부터 그럴 조짐이 보인다. 그럼에도 이정미 대표는 “이제 국회의 시간”이라고 주장했다.

헌정 질서 안에서 사회 변화를 추구하는 정당 ⓒ출처 정의당

이태원 참사 항의의 진정한 전장

정의당은 왜 윤석열 퇴진 운동이 아니라 국회를 이태원 참사 항의의 전장으로 택했을까?

우선, 정의당은 윤석열 퇴진 운동을 미심쩍게 보고 있는 듯하다.

김창인 청년정의당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김건희 특검’과 ‘윤석열 퇴진’을 구호로 매주 진행된 촛불 집회에서 ‘이태원 참사 진상 규명’이라는 구호가 하나 더 추가된 것에 불과[하다.]”

한 정의당 활동가는 “선거 때 지역에서 민주당 지지 운동을 하는 사람들이 SNS에서 퇴진 촛불 집회를 광고한다”고 말했다.

방금 전까지(어쩌면 지금도) ‘민주당 2중대’론 논쟁으로 홍역을 치른 당인지라,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라는 듯하다.

그러나 본지가 11월 한 달 동안 현장 관찰을 한 바, 윤석열 퇴진 운동과 민주당은 동일시해서는 안 된다.(‘윤석열 퇴진 집회가 이재명 방탄용 집회?’를 보시오.)

사실 이태원 참사와 관련해 민주당의 입장과 대동소이한 쪽은 윤석열 퇴진 운동 측이 아니라 정의당이다. 대통령 사과, 주무 부처 장관 사퇴, 국정조사 등을 놓고 말이다.

정의당이 윤석열 퇴진 운동을 지지하지 않는 것은 본질적으로 그 당의 목적·목표 및 성격과 관련 있다.

정의당은 헌정 질서의 틀 안에서 사회 변화를 추구하는 (심상정 의원이 말하는 “헌법 내 진보”) 정당이다. 그래서 헌정 질서에 따른 정권 교체가 아닌 대중의 힘으로 윤석열을 권좌에서 끌어내리는 상황을 기피한다.

이런 노선에 따라 정의당은 선거와 의회를 제일 중요한 정치 영역으로 본다.

물론 선거와 의회가 백해무익한 것은 아니다. 선거나 의회에서 노동자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쪽이 세를 늘리는 것은 대중 운동을 건설하는 데 도움이 된다.

그러나 대중 투쟁이 의회보다 훨씬 더 효과적인 전장이다.

“이태원 참사 항의의 진정한 전장” 11월 26일 윤석열 퇴진 집회 ⓒ이미진

의회는 기업주들의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정당들이 주로 지배한다. 그래서 의회 협상은 언제나 노동계급의 이익에 한참 못 미치는 결과물을 내놓는다.(사실 대중의 개혁 염원을 배신하는 개악안이 개혁 입법보다 더 빈번하게 의회에서 통과된다.)

정의당은 의회를 가장 중요한 활동 영역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이런 타협에 계속 순응한다. 이정미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국민의힘 의원들도 국회 300명 구성원 중 일부입니다. 그 사람들하고는 아무것도 함께 못 해, 이렇게 얘기를 하면 정치를 못 하는 거죠.”(〈한겨레〉 11월 5일자)

그래서 정의당은 국민의힘과 투쟁도 하지만, 국민의힘과 “협력할 때는 협력해야” 한다.

그래야 미흡할지라도 가령 안전사고 재발 방지 입법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지금 정의당은 중대시민재해와 재난안전기본법 제정을 이태원 참사의 “근본적 대책”으로 제출하고 있다.

이런 접근법을 따르면 윤석열 퇴진을 요구해서는 아무런 성과물을 내지 못할 거라는 생각에 이끌릴 것이다. 그래서 대중에게 가장 혐오스러운 장관 몇 명의 파면을 요구하는 것에서 그친다.

정의당은 의회 활동을 중시하면서 운동과 정치를 분리한다. 이정미 대표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나와서 … 탄핵을 얘기할 수 있지만 정치권이 어떤 목소리 낼 거냐는 다른 각도의 문제[다.]”(〈폴리뉴스〉 11월 23일자)

그러나 정의당이 추구하는 괜찮은 개혁을 성취하려면 국내적·국제적 수준에서 권력자들(사용자들을 포함한)의 힘을 약화시키는 대중 투쟁이 필요하다. 가령 건강보험 제도, 민주적 권리 신장 등은 매우 전투적이고 급진적인 대중 투쟁의 산물이었다.

사실 정의당의 성장도 대중 운동에 빚을 진 것이다.

정의당은 2012년 창당 이래 몇 해 동안 거의 정치적 주목을 받지 못했다. 정의당이 성장한 것은 박근혜를 끌어내린 촛불 운동 이후 약 두 해 동안이었다.

2017년 대선에서 정의당이 200만 표를 넘게 득표한 것도 박근혜 퇴진 운동 덕분이었다.

2016년 박근혜 퇴진 운동 때 정의당은 국회 탄핵과 헌법재판소의 인용을 선호했지만(“질서 있는 하야”), 어쨌든 촛불 운동을 결국 지지했다.

정의당은 지배계급(기업주들과 국가 관료)의 처지를 고려하지 말고 윤석열에게 분노한 사람들의 처지를 헤아려야 한다.

이메일 구독, 앱과 알림 설치
‘아침에 읽는 〈노동자 연대〉’
매일 아침 7시 30분에 보내 드립니다.
앱과 알림을 설치하면 기사를
빠짐없이 받아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