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리운전노조:
근로기준법 적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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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6일(목) 오전 11시 서울고용노동청 앞, 민주노총 전국서비스산업노동조합연맹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이하 대리운전노조)이 ‘중간착취와 비용전가, 노동권 차별을 멈춰라! 대리운전노동자 근로기준법 쟁취 투쟁 선포 기자회견’을 열었다.
대리운전 노동자들은 플랫폼 기업과 대리운전 업체와 계약을 맺고 배차를 받아 운전을 한다. 2024년 9월 대법원에서 대리운전 기사를 노동조합법상 근로자로 인정하는 판결을 내렸지만, 특수고용직인 플랫폼 종사자로 분류돼 근로기준법이 적용되지 않고 있다.
“현행 근로기준법 제2조 제1항은 근로자를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사람’입니다. 이 조항 하나가, 특수고용·플랫폼·프리랜서 노동자 수백만 명을 최저임금도, 산업안전도, 사회보험도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 사각지대에 내몰고 있습니다. 그러나 왜 우리가 하는 일이 근로가 아니고 우리가 받는 대가가 임금이 아니란 말입니까?” (이창배 대리운전노조위원장)
사용자 측은 대리운전 요금에서 20퍼센트 이상의 중개 수수료, 관리비, 프로그램 사용료, 우선배차권 구독료, 보험료 등의 명목으로 중간에서 총 40퍼센트 정도를 떼어 간다. 대리운전 요금이 1만 5,000원이면, 노동자들이 실제 손에 쥐는 돈은 9,000원이 채 안 된다. 하루 꼬박 일해도 최저임금에도 한참 못 미치는 현실이다.
또 플랫폼 기업과 대리운전업체는 노동자에게 복장 지시, 등급 매기기, 점수 통제, 알고리즘 등으로 실질적 사용자로서 지휘와 감독을 행사하면서도 노동자들에게 “당신들은 노동자가 아니다”라며 교섭을 거부하며 책임을 회피한다.
이에 대리운전 노동자들은 근로기준법을 전면 적용하라는 요구와 함께 중개 수수료 인하, 각종 명목으로 사용자 측이 부당하게 가져가는 비용 폐지, 교섭 거부 중단, 산업안전보건법 전속성 기준 폐지, 사회보험 차별 폐지 등을 요구하고 있다.
현장 발언으로 나선 백운창 법인기사위원장은 대리운전 업체들의 행태를 폭로하며 근로기준법이 적용됐다면 불법이었을 일들이 버젓이 행해지고 있음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법인대리운전 업체 중 하나인] (주)핸들포유는 어느 날 갑자기, 아무런 사전 협의도 없이 계약 내용을 일방적으로 변경했습니다. ‘싫으면 나가라’는 말만 있었습니다. 일방적 계약 변경은 근로기준법이 적용됐다면 결코 허용될 수 없는 명백한 불법행위입니다.
“대리운전 업계에서 오랜 시간 지켜 온 수수료율은 20퍼센트였습니다. 그런데 (주)핸들포유는 그 약속을 깨고, 아무런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최대 25퍼센트의 수수료를 부과하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는 매번 수수료를 떼이고 나서야 얼마가 빠져나갔는지 확인할 수 있을 뿐입니다. 사전 합의 없는 수수료 인상과 불투명한 수수료 부과 기준은, 근로기준법이 적용됐다면 명백한 불법행위입니다.”
노조에 따르면 이 업체는 단체교섭을 거부하다가 부당노동행위로 처벌 대상이 되자 관리비를 폐지하는 대신 수수료를 올려 더 많은 돈을 임의 공제하고 있다고 한다.
“대리운전 업체들은 기사들에게 매일 또는 매월 관리비를 걷어 기탁·운용하고 있습니다. 사용 용도도 불분명하고, 내역도 공개하지 않으며, 기사들이 이의를 제기할 수도 없습니다.사용 내역을 공개하지 않은 채 기사들의 돈을 모아 회사 운영비로 사용하는 것은 근로기준법이 적용됐다면 명백한 불법행위입니다.”
이런 문제들은 단지 대리운전 노동자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특수고용·플랫폼·프리랜서 노동자들에게 공통으로 일어나는 문제들이다.
홍창의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수석부위원장은 이렇게 발언했다.
“[특수고용, 플랫폼 노동자들은] 일하는 데 필요한 차량, 물품 등 모든 것을 개인이 부담해야 하며 일하다 사고가 나더라도 모든 책임을 개인이 지고 있습니다. 요즘 기름값 인상으로 말이 많은데 택배, 배달, 가전 설치, 방문 점검 노동자들이 힘들어 하고 있습니다. 퀵서비스 노동자들은 콜을 잡기 위해 여러 회사의 프로그램을 써야 해서 몇 개씩 프로그램 사용료를 내며 일하고 있습니다. 배달 노동자는 배달료가 깎여도 변경된 약관에 동의하지 않으면 앱이 켜지지 않으므로 울며 겨자 먹기로 동의하고 일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재명 정부는 오는 5월 1일까지 ‘일하는 사람 기본법’ 제정과 ‘근로자 추정제’ 도입으로 사각지대를 메우겠다고 하지만, 실효성 없는 선언 수준에 그치는 내용들이다. 이는 근로기준법상에서 ‘근로자’ 정의를 확대하는 해결책을 회피하는 것으로, 되려 특고, 플랫폼 노동자들을 근로기준법 밖으로 내모는 현실을 고착화시킬 것이다.
“‘일하는 사람 기본법’이 근로기준법과 산업안전보건법을 대체하는 방향으로 간다면, 그것은 우리의 권리를 보완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를 노동자의 권리 밖으로 영구히 밀어내는 또 다른 차별의 언어가 될 것입니다.”(백운창 법인기사위원장)
대리운전 노동자를 비롯한 특수고용·플랫폼·프리랜서 노동자들에게 근로기준법과 산업안전보건법 등이 전면 적용돼야 한다.
기자회견은 서울고용노동청에 (주)핸들포유의 일방적 계약 변경에 대한 진정서를 제출하는 것으로 마무리 됐다. 이후 대리운전 노동자들은 서울고용노동청 앞 퇴근 홍보전, 대리운전 노동자 대상 심야 홍보전, 연대 집회 등의 투쟁을 이어 나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