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 제한 풀리자마자:
대리운전 노동자 옥죄는 성과제도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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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의 대리운전 콜 점유율 70퍼센트를 보유한 로지소프트와 로지연합이 노동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일명 ‘숙제’ 제도를 다시 시행했다.
‘숙제’ 제도란 피크타임인 평일 22시~1시, 연휴 전날 21시~1시에 일정한 콜 수행 목표를 달성하면
그래서 가짜 콜을 올려 자기가 수수료를 물고 ‘숙제’를 하는 웃지 못할 상황도 벌어진다. 마감 시간이 다가오면 ‘숙제’를 하기 위해 서두르거나 과속하게 되고 사고가 일어나기도 한다. ‘숙제’는 대리운전 노동자뿐 아니라 시민의 안전도 위태롭게 한다.
대리운전은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은 대표적 업종이다. 노동자들은 그동안 수익이 반토막 나서 N잡을 하면서 생계 위기를 버텨야 했다.
로지연합은 코로나19로 영업시간이 제한된 2020년 8월 ‘숙제’를 중단했었다. 그러다가 최근 거리두기가 해제되자 곧바로 이 제도를 다시 시작한 것이다. 그동안 마스크 한 장 지원 없이 프로그램비만 받아 챙기기에 급급했던 로지연합이 콜 수가 늘어나자 ‘숙제’를 들이민 것이다. 이제 숨 좀 쉬나 기대했던 노동자들은 분한 마음을 삭이지 못하고 있다.
콜 점유율 경쟁
현재 대리운전 시장의 규모는 2조 7000억 원에 달한다. 약 50퍼센트가 수도권에 집중돼 있다. 플랫폼 사업자는 로지소프트와 카카오모빌리티를 포함해 4개 정도 된다. 플랫폼 사업자들에게 중요한 것은 경쟁사들보다 얼마나 많은 콜을 점유해 시장을 좌우할 힘을 가지는지이다. 시장 점유율이 곧 이윤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플랫폼 사업자는 대리기사가 자신의 콜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우선 수행하기를 바란다. 그러나 일명 ‘똥콜’
2016년 카카오모빌리티가 시장에 진입했을 때, 로지소프트는 자신의 콜을 우선하지 않는 기사들에게 불이익을 줘 경쟁사의 콜 수행을 차단하려다가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공정거래위원회는 2020년 6월에 전국대리운전노조 수도권투쟁위원회가 로지연합의 ‘숙제’를 특고지침 위반으로 제소한 것에는 사용자 측의 편을 들어 줬다. 로지연합의 거래상 지위를 인정하기 어렵고 우선 배차는 강제성이 없는 보상에 해당된다며 면죄부를 준 것이다. 공정위가 콜도 끊기고 대중교통도 끊긴 칼바람이 몰아치는 겨울 새벽 거리에서 떨다가 첫차를 타고 빈손으로 귀가한 경험을 한 번이라도 해 봤다면 그렇게 쉽게 판단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플랫폼 노동자는 경주용 말이 아니다
플랫폼 노동자는 플랫폼의 배차 시스템에 종속돼 있고, 플랫폼 사업자의 지휘와 통제를 받는다. 얼마 전 카카오택시의 배차알고리즘이 일부 공개되면서 콜 수락율이 높은 기사에게 콜을 몰아주고 있음이 드러났다. 플랫폼 사업자들의 성패는 얼마나 빨리 고객의 콜 요청에 수락하고 완료하느냐에 달려 있고, 그것은 노동자들에게 속도 경쟁을 야기한다.
사업주들은 자신들의 경쟁 방식에 부응하는 기사에게 보상을 주고, 그렇지 않은 기사의 배차 등급을 후순위로 밀어 놓으며 기사들을 부려 왔다.
그러나 플랫폼 노동자는 경주용 말이 아니다. 오히려 코로나19 기간 내내 위험을 무릅쓰고 대면 업무를 수행해 왔다. 그래서 정부조차 재난 기간 사회 기능 유지에 필요한 필수업무 종사자로 꼽았다.
플랫폼 기업들은 윤석열 우파 정부가 들어선 것이 자신들에게 대단히 유리하다고 여길 수 있다.
그러나 최근 배달과 대리운전에서 조직화가 진전되고 스스로 노동자로 여기는 의식의 발전이 있다.
유럽과 미국 등에서도 플랫폼 노동자들이 단체행동을 통해 기업의 전횡에 제동을 걸고 일부 노동권을 보장받으며 더 나은 노동조건을 쟁취하고 있다.
전국대리운전노동조합은 지난 4월 25일 바나플
안전하고 건강하게 일할 권리를 위해 싸우는 대리운전 노동자들의 투쟁에 지지와 연대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