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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에 빠진 삼성전자, 노동자에게 고통전가 말라

최근 삼성전자가 위기에 빠져 있다. 세계적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와 맥쿼리 등이 연이어 부정적인 보고서를 냈고, 외국 자본이 빠져나가며 삼성전자의 최근 주가는 올해 7월 고점 대비 30퍼센트가량 떨어졌다.

10월 8일 발표된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은 2분기 대비 13퍼센트가량 하락해 ‘어닝쇼크’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세계적으로 메모리 반도체 업황이 둔화하고 있는 것이 그 주된 이유이다. 반도체 경기는 지난해 침체에서 올해 상반기에 회복 추세로 돌아섰지만 최근 예상보다 빠르게 하강하고 있다. 세계적인 경기 침체 속에 스마트폰, PC 등 IT 기기의 판매가 둔화되고, 데이터센터 투자가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10월 1일 조사한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은 한 달 전에 비해 17.01퍼센트, 11.44퍼센트 떨어졌다.

잠재력을 보여 준 올해 25일간 삼성전자 노동자들의 파업. 7월 8일 삼성전자노조 파업 결의대회 ⓒ조승진

인공지능 투자 열기 속에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는 여전히 높지만 이 부문에서 삼성전자는 SK하이닉스에 비해 뒤져 있다. 게다가 인공지능 거품 우려도 계속되고 있기 때문에 HBM 수요가 계속 이어질지도 불확실하다.

또 삼성전자는 대만의 반도체 기업 TSMC를 추격하겠다며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부문에 투자를 크게 늘렸지만, 이 부문에서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반도체 경쟁이 심화된 상황에서 고전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삼성전자만 겪고 있는 일은 아니다.

인텔도 지난 몇 년간 파운드리 분야에 투자를 크게 늘렸다가 적자를 면치 못하고 심각한 위기에 빠져 있다. 직원을 15퍼센트 감축하고, 자회사를 매각하는 등 구조조정을 하고 있다.

위기에 직면해 삼성전자도 인텔처럼 그 고통을 노동자들에게 떠넘기고 있다.

삼성전자는 동남아시아, 호주, 뉴질랜드, 인도, 남미 등 해외법인에서 노동자를 줄여 왔고, 앞으로 더욱 줄일 계획이다. 삼성전자의 전체 직원 26만여 명 중 해외 노동자는 14만여 명에 달한다.

최근에는 국내 노동자들도 공격하고 있다. 〈파이낸셜뉴스〉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반도체 부문에서 부장급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받고 있다. 반도체 연구소의 직원들을 일선 사업소로 보내는 전환 배치 등을 하고 있기도 하다.

이런 구조조정을 통해 나이 든 직원을 내보내고 세대교체를 해 조직을 쇄신하려 한다는 말이 나오지만, 사실 이는 인건비를 줄이려는 시도일 뿐이다.

이미 지난해 삼성전자가 적자를 기록하자, 노동자들은 임금의 30퍼센트가 넘는 성과급을 전액 삭감당하며 고통을 강요받아 왔다. 반면 이재용은 지난해 배당금만 3244억 원 챙겨 갔고(6.4퍼센트 인상), 삼성전자 임원들도 수억 원씩 인센티브를 받았다.

노동자들이 고통을 감내해야 할 이유는 전혀 없는 것이다.

전국삼성전자노조는 9월 26일에 “회사의 위기 상황을 직원 탓이라 말하는 무책임한 경영진의 태도를 규탄한다” 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최근 사측은 지난 파업 기간 홍보 활동을 했다는 이유로 삼성전자노조 위원장 등 간부들을 업무방해로 고소했다. 정당한 노조 활동을 탄압하는 것이다.

이런 공격을 하는 이유는 노동자들이 다시금 파업 등 투쟁에 나설까 봐 우려해서일 것이다. 올해 7~8월 삼성전자 노동자들이 벌인 25일간의 파업은 삼성전자가 노동자들의 피와 땀으로 만들어져 왔다는 것을 드러냈고, 노동자들에게 삼성전자를 멈출 잠재력이 있음을 보여 줬다.

지난 파업 때와는 달리, 노동조합이 사측의 위기를 노동자들의 투쟁 기회로 삼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