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향한 불신을 이용해 극우의 동원이 가동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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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지방선거 과정에서 선거관리위원회의 충격적인 선거 관리 부실이 드러나자, 극우가 잽싸게 이를 낚아채 부정 선거 음모론을 부추기고 있다. 윤석열의 군사 쿠데타 기도를 옹호한 자들이 되도 않는 민주주의자 행세를 하고 있다.
선관위 발표에 따르면, 전국 투표소 67곳에서 투표 용지가 부족했다. 용지 부족으로 잠시라도 투표가 중지된 투표소가 총 22곳이었다. 늦게라도 투표하려 한 사람들은 방송사 출구조사 예측 결과가 발표된 상황에서 투표했다.
선거 관리와 대응 모두 부실했는데도 중앙선관위원장은 사흘이나 사과 한마디 없다가 문제가 커지자 사퇴했다.
선관위는 처음에는 최대한 투표 용지가 남지 않게 하려다가 일어난 사고였다고 해명했다. 그 뒤 용지가 부족하지 않았다고 인정했다. 용지 부족 투표소에 용지가 신속하게 이송되지 못한 것이 문제였다는 것이다. 선관위 고위 간부들의 어처구니없는 판단과 결정에 대한 책임을 면제시켜 주는 해명이다.
선관위가 선거 관리와 대응에 실패한 것을 보며 대중이 분통을 터뜨리는 건 당연하다. 대학 총학생회들이 선관위의 선거 관리 부실을 규탄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그러나 선거 관리 부실이 곧 부정 선거는 아니다. 둘 다 선거의 신뢰성을 흔들지만, 부정 선거가 선거 결과를 바꾸려는 고의적 범죄라면, 선거 관리 부실은 과실이다.
“재선거” 구호는 “윤 어게인”의 개호각
투표 용지 부족 사태가 알려지자마자, 극우는 재빠르게 행동에 나서 잠실7동 투표소를 포위했다. 국민의힘 지도부도 투표 당일에는 투표가 오염됐으니 선거 전체가 오염된 것이라며 “재선거”를 요구했다. 그중 대부분은 오세훈이 당선되자 입을 닫았지만 장동혁 지도부와 나경원 등은 계속 “재선거”를 요구하고 있다.
전한길 쪽은 과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건물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2024년 12월 윤석열의 계엄군이 점령했던 곳이다.
강경파 청년들이 많았던 잠실 포위파는 잠실7동 투표소에서 2박 3일 동안 투표함 반출을 막았다. 5일 오전 경찰의 강제 진압으로 투표함이 반출된 뒤에는 부정 선거 증거를 찾겠다며 투표소를 뒤지고 사람들을 위협했다.
그들은 투표함이 이동한 송파구 개표소(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를 포위하고 계속 사람들을 불러모으고 있다. 수천 명이 오늘까지 2박 3일 동안 경기장을 둘러싸고 “재선거”를 요구하고 있다. 7일에는 1만 명이 모였다.
올림픽 공원을 포위한 시위대가 모두 극우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극우가 시위를 주도하고 있다. 이것은 핸드볼경기장을 에워싼 참가자들이 부정 선거 음모론자인 모스 탄의 방문에 환호한 것에서도 알 수 있다. 황교안과 전한길도 그들로부터 환영받는다. 참가자들은 자신들을 제지하는 경찰들에게 중국인이냐고 묻는다.
올림픽 공원 시위 참가자들은 시민들의 자발적 참가처럼 보이려고 스케치북에 “재선거”를 써서 들고 구호도 “재선거”만 외친다. 핸드볼경기장을 빙 둘러싸고, 주차장, 옆 경기장 그늘까지도 다 채운 그들이 쉬지 않고 재선거만 반복해 외치는 것이다.
극우는 대학교에서도 이 기회를 이용하려고 혈안이다. 서울대, 연세대, 건국대, 한양대 등에서는 극우 학생들이 선관위 규탄을 앞세우며 시국선언을 조직하고, 학생총회 소집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의 시국선언에도 “재선거” 요구가 담겨 있다.
극우는 왜 “재선거”를 요구하는가? 극우는 오세훈이 이겼는데도 재선거를 요구함으로써 자신들이 선거의 공정성을 지키려는 민주주의자인 양 행세한다. “참정권 보장” 구호 뒤에 극우 본색을 숨기는 것이다.
그리고 재선거 요구를 거부하는 쪽을 친중·친북 세력, 위선자로 매도한다. 극우는 ‘선결제’를 하며 윤석열 탄핵 시위대를 응원했던 아이유, 박보영 등 연예인에게 ‘스타벅스 커피를 결제해 올림픽공원에 배달시켜라,’ ‘선택적 정의다’ 하며 조직적으로 악플을 단다.
극우는 선관위 사태를 ‘부정 선거’가 입증된 것으로, 따라서 선관위 직원들을 체포해 부정 선거를 파헤치려 한 윤석열의 쿠데타가 정당했다고 강변하고 있다. 현재 진행중인 내란죄 재판에도 영향을 미치려는 것이다. 따라서 극우의 “재선거” 구호는 “윤어게인”의 개호각(도그 휘슬)이다.
국힘의 장동혁 지도부, 전광훈파, 전한길파 등은 선관위 사태를 극우 재결집과 이재명 정부에 대한 공세의 기회로 삼으려 한다.
국힘은 선관위가 행정부와 독립된 기관인데도 6일 청와대 앞에서 집회를 열고, 그 집회를 잠실 농성파들에게도 홍보했다. 장소 선정에서부터 반이재명 투쟁으로 가져가려는 자신들의 목적을 분명히 드러낸 것이다.
극우의 동원
6월 6일 전광훈 쪽이 주도한 광화문 집회에서 전한길은 “하늘이 준 기회”라며 “이재명 하야”를 주장했다. 선관위의 실책을 반이재명 투쟁의 불쏘시개로 삼는 것이다. 이 집회에는 최근 들어 가장 많은 인원이 참가했다.
다른 집회 발언자들도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이 옳았다”고 외치며 기세가 등등했다. 일부는 집회를 마친 뒤 국힘의 청와대 앞 집회로 갔다.
국힘의 청와대 앞 집회에도 수천 명이 참가했다. 일부러 스타벅스 커피를 들고 온 청년들도 있었다. 국힘 최고위원 김민수 등이 무대에서 재선거를 요구했다. 김민수는 이번 사건이 좌우가 아니라 국민의 “참정권 문제”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자신들이 이 투쟁에 정치적 지도력을 제공하겠다는 의사를 숨기지 않았다.
극우의 동원력이 다시 발휘되고 있다. 극우는 윤석열의 군사 쿠데타 미수 이후 지난 1년 반 동안 우여곡절 속에서도 기층에서 중핵을 구축해 왔다.
여권은 지방선거에서 국힘을 누르기 위해 중도·보수로의 확장 노선을 구사했지만 실패했다. 여권은 외형상 승리를 거둔 듯 보이지만, 서울시장 선거와 접전 선거구에서 거의 다 우파 후보들에게 패했다.
1년간 정부·여당이 극우화된 국힘을 고립시키겠다며 중도·보수로의 확장 노선을 편 결과, 오히려 극우에게 소생의 기회가 열린 것이다. 중도를 잡아야 선거에서 이긴다며 여권이 스스로 중도 보수화하는 것은 극우를 막을 수 없음이 이번 선거에서 드러났다. 거기에 선관위의 선거 관리 부실까지 겹치자 극우는 한껏 고무됐다.
민주주의자의 가면을 쓴 (특히 대학가의) 극우의 실체를 폭로하고, 극우의 동원에 맞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