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용지 부족 사태 규탄 시위와 극우의 준동, 어떻게 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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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 지방선거 본투표 과정에서 사상 초유의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벌어졌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는 이번 본투표 과정에서 전국 140개 투표소에 추가 투표용지를 보냈다고 밝혔다. 추가로 보낸 투표용지를 실제 사용한 투표소는 총 91곳이다. 투표용지가 부족해 투표가 일시 중단됐다가 재개된 투표소는 26곳이다. 그중 22곳이 서울 지역 투표소였다. 이로 인해 투표소를 찾은 유권자들은 투표를 포기하거나 장시간 대기해야 했다.
게다가 선관위는 상황 파악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다. 선관위가 세 차례에 걸쳐 상황을 보고할 때마다 투표용지 부족 투표소는 늘어났다.
선관위는 ‘남은 투표용지가 부정선거에 활용된다’는 의혹에 빌미를 주지 않으려 인쇄 지침 하한선을 50퍼센트로 낮췄다. 부정선거 시비를 피하고자 투표용지 발행량을 극도로 제한한 것이다. 이는 행정의 편의와 보신주의를 앞세운 행정 편의주의의 전형이다.
그러나 ‘과거에 용지가 남아 문제가 됐기에 이번에 줄였다’는 선관위의 변명은 더 큰 반발을 불렀다. 기관의 안위를 위해 유권자의 권리를 희생시켰다는 소리로 들렸기 때문이다. 특히, 청년과 학생들의 분노가 거셌다. 지난주 서울 주요 대학 총학생회(중앙운영위원회)들이 선관위 규탄 성명을 발표한 데 이어, 10일에는 전국 18개 대학에서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규탄하는 공동 시국선언이 발표됐다. 한 조사에 따르면, 최근 일주일 동안 전국 186개 대학에 관련 성명과 대자보 361건이 게시됐다. 지난 주말 올림픽공원에서 열린 투표용지 부족 사태 규탄 시위에는 4만여 명이 참가했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는 황당무계하다. 하지만 이번 사태가 이렇게까지 분노할 일인지 하고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람도 있는 듯하다. 국가기관의 무능이라는 사실 위에 정치적 이해관계와 SNS 알고리즘이 결합돼 과장된 측면이 있음은 부정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주권 행사가 주로 선거를 통해 이뤄진다고 믿는 사람들에게 투표용지 부족은 정당한 권리를 침해하고 절차적 정의를 훼손한 행위로 받아들여진다. 선거의 공정성이 불신받는 것이다.
부실과 부정
투표용지 부족 사태의 본질을 정확히 파악하고 합당하게 대응하려면, ‘부실선거’와 ‘부정선거’를 명확히 구분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부실선거와 부정선거는 명백히 다른 것이다. 부정선거 음모론을 제기해 온 전 미래통합당 의원 민경욱은 “부실 투표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은 일단 적으로 보면 됩니다” 하고 말했다.
부실선거는 선거관리 절차의 하자로 비정상적으로 진행된 선거를 뜻한다. 반면 부정선거는 특정 선거 결과를 조작하고자 정상적인 선거 외형을 갖추면서도 실질적으로는 투·개표에 개입해 가짜 결과를 만들어 내는 선거다.
두 개념을 가르는 결정적 기준은 고의성 여부와 조직적 공모 여부다.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부정선거라고 주장하는 것은 선관위를 조직적으로 투표 결과를 왜곡한 주범이나 공범으로 단정하는 것이다. 그러나 선관위가 특정 성향 유권자의 투표를 막으려고 투표용지를 지급하지 않은 것이 아니며, 중복 투표나 투표용지 바꿔치기 같은 부정 행위도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
사실 선관위가 부정을 저질러 여당에 유리하게 선거 결과를 조작할 동기 자체가 없다. 선관위는 행정부·입법부·사법부와 독립된 헌법 기관이다. 중앙선관위원장은 5부 요인의 한 명이다. 중앙선관위원장은 대법원장이 지명한 대법관이 겸임한다. 최근 중앙선관위원장에서 사임한 노태악은 중도보수 성향 대법관으로, 2020년 7월 이재명의 선거법 위반 혐의에 유죄 소수 의견을 내기도 했다.
따라서 투표용지 부족 사태는 부정선거가 아닌 부실선거다. 즉, 선관위가 업무상 주의 의무를 게을리한 ‘과실’에 해당된다. 물론 과실이 중대해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판단되면 법원이 선거 무효 판결을 내릴 수 있다.
결국 과실의 중대성을 판단하는 핵심 쟁점은 투표용지 부족이 후보자의 당락에 실제로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 파악하는 것이다. 그러나 투표용지 부족으로 투표하지 못한 유권자 수를 정확히 산정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또한 조직적이고 일반적인 투표권 박탈이 일어난 것도 아니다. 선관위가 투표 마감 시간 전에 도착한 유권자에게 번호표를 배부해 투표 기회를 보장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문제가 된 투표소의 결과가 광역 단위의 당락을 뒤집지는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참정권 침해
투표용지 부족 사태는 대체로 참정권을 침해한 사안으로 여겨진다.
법적·개별적 층위에서 참정권 침해라는 규정은 과장이 아니다. 선거권은 법적 투표 자격을 갖춘 유권자가 물리적·경제적·제도적 방해 없이 투표함에 표를 넣을 수 있도록 국가가 실질적 조건을 보장해야 한다는 의미다. 이런 관점에서 송파구 등에서 투표 의사가 있었음에도 투표용지 부족으로 투표하지 못했거나 몇 시간 동안 대기해야 했던 유권자는 참정권을 침해당했다고 볼 수 있다.
법조계는 대체로 국가기관의 투표용지 예측 실패를 시민의 권리 행사를 침해한 행위로 규정하며, 국가배상 소송과 성립이 가능하다고 판단한다. 실제로 지난해 서울중앙지법은 공무원의 실수로 수형인 명부에서 이름이 지워지지 않아 세 차례 투표를 하지 못한 유권자에게 총 600만 원의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그러나 본지는 참정권 침해 문제를 법적·개별적 층위와 정치적·체제적 층위로 분리해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노동자 연대〉 588호, ‘참정권 침해 규정과 그 정치적 이용은 구분해서 봐야 한다’).
투표용지 부족에 따른 참정권 침해는 국가가 성별·계급·인종 등을 이유로 의도적이고 체계적으로 참정권을 박탈하는 행위와는 구별해야 한다.
가령 자본주의 초기에 참정권은 부르주아 남성에게만 한정돼 있었고, 남성 노동자와 여성은 배제됐다. 또한 1876년부터 1965년까지 미국 남부 11개 주는 ‘짐 크로우 법’을 통해 흑인의 실질적 투표권을 박탈했다. 1948년에 법제화돼 1994년까지 이어진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아파르트헤이트 체제 하에서도 흑인의 투표권이 박탈당했다. 한국도 1987년 이전에는 국민의 직접적인 대통령 선출권이 박탈된 상태였다.
이러한 역사적 맥락에 비춰 볼 때, 이번 투표용지 부족 사태는 선관위의 부실한 관리 탓에 국민의 참정권 행사에 지장이 생긴 사안으로 규정하는 것이 타당하다. 따라서 노태악 선관위원장의 사퇴나 국가배상 청구 등이 사안의 본질에 부합하는 합리적인 대응이다. 지난주 서울 주요 대학 총학생회(와 중앙운영위원회)가 발표한 선관위 규탄 성명도 이러한 요구를 담았다.
그러나 이 학생 대표자들은 부정선거 음모론이나 재선거 요구와는 명확히 거리를 뒀다.
재선거?
반면 국민의힘(국힘) 대표 장동혁은 지방선거 전체를 무효화하고 재선거를 치르자고 주장한다. 하지만 개별 유권자가 선관위 과실로 투표권을 행사하지 못한 것을 두고 선거 자체의 효력을 부인하는 것은 심각한 논리적 비약이다.
사실 부정선거 음모론을 제기하는 극우 세력은 개표가 채 끝나기도 전에 이미 재선거를 요구했다. 이는 재선거 요구가 정략적 공세에 지나지 않음을 방증한다.
재선거 요구는 국힘 내부에서도 다수의 지지를 얻지 못한다. 재선거는 국힘의 당론이 아닌 것이다. 지난주 토요일 청와대 앞에서 국힘 최고위원 김민수 등이 주도한 재선거 촉구 집회에서 정당 명칭이 빠진 것도 이 때문이다.
재선거를 치르려면 법적 요건을 갖추고 당선 무효 소송 등을 거쳐야 한다. 서울시의 경우 오세훈이 시장직에서 사퇴해야 가능하지만, 오세훈은 재선거에 분명한 반대 의사를 밝혔다. 당락을 바꿀 만한 중대한 위법이 없었다는 이유를 들었다. 승리한 후보가 선거 무효를 요구할 까닭이 무엇이겠는가.
이러한 걸림돌 때문에 초기에 재선거를 주장했던 나경원도 현행법상 재선거는 불가능하다며 입장을 바꿨다. 대신 선거 무효 판결 요건을 완화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올림픽공원 투표용지 부족 사태 규탄 시위
〈노동자 연대〉 김문성 기자의 올림픽공원 투표용지 부족 사태 규탄 시위 현장 취재 기사는 시위 주도자들의 극우적 실체를 잘 보여 준다(‘투표용지 부족 사태 규탄: 극우의 “재선거” 요구에 동조하지 마라’).
시위 초반은 잠실7동 투표소 앞 집회를 주도한 극우 청년들이 이끌었다. 이들은 유튜브, 텔레그램,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일베·디시인사이드 같은 온라인 플랫폼을 기반으로 자생하는 네트워크형 극우다. 평소에는 파편화돼 있다가 특정 이슈가 터지면 온라인에서 순식간에 발화해 오프라인으로 결집하며 집단 행동을 벌인다.
네트워크형 극우의 대표 사례는 미국의 큐어넌(QAnon)이다. 익명 인터넷 게시판 ‘4chan’에서 ‘Q’라는 익명의 인물이 펼친 음모론을 지지하는 흐름이다. 이들은 트럼프가 2020년 대선에서 패배하자 ‘딥 스테이트’가 선거를 조작했다고 믿고 2021년 1월 6일 미국 의사당 난동에 대거 가담했다.
올림픽공원 시위를 주도한 극우 청년들은 ‘참정권’과 ‘재선거’를 핵심 구호로 삼고, 현장에서는 ‘재선거’ 구호만 외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부정선거’를 외치는 이들과 이를 제지하려는 이들 사이에 갈등과 충돌이 발생했다.
이러한 갈등은 극우 운동이 단일한 경향이 아님을 보여 준다. 극우는 정당, 거리 운동, 인플루언서, 유튜버 등이 한데 얽힌 전략적 장(場)이다. 이들은 한국 정치의 우경화를 꾀하고자 각기 다르면서도 연결된 시도를 감행한다. 이 과정에서 활동 영역과 인물이 겹치고 서로의 방식을 차용하며 자양분을 공급한다. 동시에, 지지층, 정당성, 전술, 돈, 이데올로기, 주도권을 두고 경쟁한다.
극우 청년들이 “부정선거” 구호를 의식적으로 배제하고 재선거만을 요구한 것은 지능적인 전술이었다. 부정선거 구호는 증거 없는 극우의 선거 불복 음모론이라는 거부감을 주기 때문이다. 반면 재선거 요구는 국가기관의 명백한 행정 부실로 인한 투표용지 부족 때문에 참정권을 침해당했다는 정당한 권리 구제 구호로 비칠 수 있었다.
또한 자신들을 극단주의자가 아닌 권리를 침해당한 시민으로 행세해 광범한 공감대를 얻고자 했다. 사실 스스로를 극우라 칭하는 극우는 거의 없다. 이들은 애국, 민주주의, 국민, 자유, 참여, 저항권 등을 내세운다. 자신들이 사회의 보편 가치에 부합하고 다수 국민을 대표하는 것처럼 보이게 하려는 의도다. 이는 극우 세력의 “무해 이미지 전략”의 일환이다.
따라서 부정선거와 재선거 요구 여부는 극우와 비극우를 가르는 근본적 기준이 아니다. 그럼에도 정치적 경험이 부족한 청년들에게는 선관위의 오류가 꽤 크게 다가올 수 있고, 그래서 기성 정치 시스템에 불신이 큰 사람들은 재선거도 요구해 봄 직하다고 생각한 듯하다.
그 덕분에 투표용지 부족 사태 규탄 시위는 처음부터 부정선거 구호를 전면에 내세웠다면 끌어들이지 못했을 광범한 청년들을 주말 동안 일시적으로 포섭할 수 있었다. 서울시 실시간 도시 데이터에 따르면, 일요일 낮 시위 현장에서 20~30대 비율이 40퍼센트에 달했다.
마침 6월 6일 서울 도심에서 전광훈·전한길, 국힘 김민수가 이재명 정부를 겨냥한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올림픽공원 시위 참가자들에게 도심 집회 합류를 호소했으나 호응을 얻지 못했다. 그 결과 6일 낮에는 올림픽공원에 강성파가 거의 남지 않았다. 이 때문에 올림픽공원은 비극우 시민들이 주도한다는 착시가 일어났다.
주말 동안 시위에 참가한 사람들이 모두 확신에 찬 극우는 아니었을 것이다. 자본주의적 민주주의의 절차에 대한 소박한 공정성 의식으로 참가한 사람들도 많았을 것이다.
그러나 투표용지 부족 사태 규탄 시위대는 재선거를 요구하며 개표소를 봉쇄하는 등 과격한 행동을 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시위대를 무비판적으로 찬양하고 추수하는 것은 극우가 자신의 실체를 은폐하는 것을 방치하고 심지어 일조하는 것이다.
좌파는 투표용지 부족 사태 규탄 시위대 속에 있는 극우의 실체를 폭로하고, 극우의 위장술에 속지 말라고 참가자들에게 경고하며, 극우에 맞선 행동을 조직해야 한다.
예상
극우는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계속 악용하려 한다. 선관위가 잠실7동 제2투표소의 투표용지 보관함을 폐기한 데 이어, 전주시 완산구 선관위가 전북교육감 선거 개표 과정에서 결괏값을 잘못 입력한 사실이 추가로 드러났다. 이러한 오류가 당락을 바꿀 만한 선거 부정은 아니지만, 선관위 진상규명위원회는 이를 “총체적 부실”로 규정했다.
이로 인해 극우의 부정선거 음모론이 세를 불릴 위험이 커졌다. 극우 성향이 아닌 사람들조차 “이 정도로 허술한 선관위를 신뢰할 수 있을까”라며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다.
주말을 지나면서 올림픽공원 시위는 부정선거 음모론을 지지하는 극우 세력이 기존 온건파 주최 측을 밀어내고 주도하고 있다. 장동혁, 전한길, 황교안, 모스 탄 등 부정선거 음모론을 주장하는 극우 인사들이 총출동했다. 지난 9일 밤 8,000여 명이 모인 데 이어 다음 날에도 수백 명이 모였다.
청년 극우 세력은 투표용지 부족 사태를 대학가로 확산하려 한다. 서울대, 건국대, 한양대 등에서 재선거를 요구하는 시국선언이 잇따랐다. 좌파 학생들이 이러한 극우의 시도를 폭로하고 항의 행동에 나선 것은 시의적절했고 의미 있는 조처였다.
전한길은 “이재명 대통령의 하야”를 요구했다. 그러나 투표용지 부족 사태의 책임을 이재명 정부에 돌리려는 극우의 시도는 여의치 않을 듯하다.
문재인 정부 시절 극우가 돌파구를 마련하는 계기가 된 2019년 ‘조국 사태’와 비교해 볼 수 있다.
당시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 반대 시위에는 20만 명이 모였다. 문재인의 핵심 측근이자 정부 실세 각료이며 사회주의자를 자처한 개혁가가 자녀의 계급적 특권 누리기를 방조하고 이를 심지어 공개적으로 정당화했기 때문이다. 이는 노동계급, 특히 청년층이 문재인 정부에 결정적인 환멸을 느끼는 계기가 됐다. 이에 따라 ‘공정’이 사회적 핵심 화두로 떠올랐다.
이번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서도 선거 공정성이 핵심 쟁점이다. 그러나 그 책임이 이재명 정부에 있지는 않다. 앞서 언급했듯이 선관위는 행정부로부터 독립된 기관이고 그 책임자들이 특별히 이재명 정부를 지지할 동기가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재명은 투표용지 부족 사태 규탄 시위대를 전부 극우로 규정하지 않았다. “[참정권] 문제를 지적하는 청년들”은 부정선거론자들과 다르고, 이들이 “참으로 귀하고 존경스럽다”고 언급했다. 이는 주요 보수 언론의 논조와 유사하다.
그러나 극우 세력은 다시 탄력을 받고 있다. 선거 전만 해도 많은 논평가는 여론조사를 근거로 국힘의 궤멸적인 패배를 예측했다. 단기적 여론조사에 의존해 극우 세력화를 향한 구조적 추세를 오판한 것이다.
정부·여당은 국힘을 고립시키고자 중도·보수 확장 전략을 구사했으나 선거에서 성공하지 못했다. 여권은 이 전략으로 국힘의 운동장이 좁아지기를 기대했지만, 유권자는 복사본보다 원본을 선호했다.
민주당이 선거에서 실패하자, 직후 여론조사에서 국힘의 지지율이 상승하며 민주당과 비등해졌다. 이재명의 지지율은 급락했다.
물론 국힘은 내부적으로 분열돼 있다. 그러나 지도부 사퇴보다 당의 결속을 강조한 정점식이 새 원내대표로 당선되면서 장동혁은 한숨 돌릴 수 있게 됐다. 정점식은 이른바 ‘원조 친윤’이다. 사실 언론 보도와 달리 국힘 의원들 대부분은 장동혁 사퇴 요구에 소극적이다. 국힘은 내분 속에서도 극우화 재편 과정을 밟고 있는 것이다.
최근 강북구 선관위원장을 겸직하는 한 부장판사가 〈경향신문〉에 기고한 칼럼에는 극우의 주류화를 보여 주는 일화가 실려 있다. 판사의 장인이 참석하는 대구 출신 사회지도층 모임에서 부정선거론이 대세로 통한다며, 부정선거론이 “적지 않은 사회적 영향을 갖게” 됐다고 기술했다. 또한 선관위에서 30여 년간 근무한 한 사무국장이 장모에게서 “자네는 그러지 말라”는 당부를 들었다는 일화도 소개했다.
이러한 극우 위협의 증대는 복합 위기 시기에 나타나는 병리적 현상이다. 복합 위기 시기에는 지배계급 권위의 위기, 정치 시스템에 대한 대중의 불신, 그로 인한 불안정성과 휘발성 증대 같은 징후가 격렬하게 분출한다. 이런 혼란 속에서 극우가 활동할 기회가 열린다.
좌파는 극우에 단호히 대응해야 한다. 일터, 거리, 대학에서 극우에 맞서 싸우는 데 필요한 주장과 과제를 담아 투쟁을 조직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