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볕더위 속에서도 성대하게 열린 2026 서울 퀴어퍼레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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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제27회 서울퀴어퍼레이드가 6월 13일 서울 도심에서 성대하게 열렸다. 30도 가까운 불볕더위 속에서도 주최 측 추산 5만여 명이 참가했다. 지난해보다 행진 규모가 더 컸다.
서울 종각역에서 을지로입구역까지 이어진 행사장에는 70여 개 부스가 차려졌고, 사람들로 북적였다. 참가자들은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환한 표정이었다. 지나가다가 서로 부딪혀도 유쾌하게 농담을 주고받았다.
올해 서울퀴어문화축제의 공식 슬로건은 “교집합: 다름을 연결로”였다. 홀릭 서울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장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 모두는 같진 않지만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이 교집합입니다. ... 각자의 다름을 가진 채로 각자 만나는 지점입니다. ... 연결은 우리를 더 강하게 만듭니다.”
올해는 특히 청소년과 교사들의 참가가 눈에 띄었다.
청소년 성소수자 모임 ‘빛나는 우리’와 성소수자를 지지하는 교사 모임 ‘아웃박스’가 올해 처음으로 부스를 차렸다. 또, 청소년 참가자들에게 아이스크림을 나눠 주는 행사를 한 ‘청소년 성소수자 지원센터 띵동’의 부스에도 줄이 길게 늘어섰다.
무대에서도 전교조 성소수자위원회 모(활동명) 위원장이 올라 발언했다. 전교조 성소수자위원회는 올해 5월 16일 출범했다.
위원회 출범을 축하하며 그가 받은 축사 중에는 “학교에서 성소수자를 지지하는 교사가 단 한 명이라도 있었다면 저는 차별과 혐오로 인해 학교 밖으로 밀려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내용이 있었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저는 결심했습니다. 성소수자를 지지하는 목소리를 뚜렷하게 내는 교사가 되겠다고 말입니다.
“솔직히 저는 제 얼굴을 드러내고 행동하는 것이 두렵습니다. ... 왜냐하면 저도 성소수자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저는 학교에 성소수자가 자기 자신으로 존재하며 빛날 수 있을 때가지 무지개 확성기를 들고 더 크게 외칠 것입니다.”
응원의 박수가 크게 나왔다.
얼마 전 서울시 교육감 선거에서 극우 조전혁이 공공연히 성소수자 혐오 선동을 벌인 것을 생각하면, 성소수자 청소년과 교사들이 자기 목소리를 내는 것은 매우 반가운 일이다.
교사뿐 아니라 상담사, 노무사 등 다양한 직종에서도 성소수자와 그 지지자의 모임이 생겨나고 있음을 행진 대열의 여러 깃발을 통해 알 수 있었다.
손솔 진보당 의원도 무대에서 연대 발언을 했다. 그는 22대 국회에서 처음으로 차별금지법을 대표 발의했다.
손솔 의원은 “이번 지방선거를 보면서 답답하고 화나셨을 분 많았을 것 같다“고 발언을 시작했다.“혐오를 등에 업고 사는 이들이 다시 한번 득세하려고 발버둥 치는 시기”에 차별금지법 제정을 위해서라도 국가인권위원장 안창호와 같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아야 한다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적극 화답했다. 성소수자 운동도 내란 청산과 사회 대개혁을 요구한 윤석열 탄핵 운동의 적극적 일부였다.
행진은 4시에 시작해 6시경 끝났다. 참가자들은 종각역에서 출발해 명동성당, 서울광장 인근을 지나 을지로입구역으로 돌아오는 약 3킬로미터 구간을 행진했다. 따가운 햇볕에 모두 얼굴이 벌게지면서도 즐겁게 몸을 흔들며 행인들과 인사를 나눴다.
올해에도 행진 경로 곳곳에 “동성애는 죄”라는 팻말을 든 우익들이 있었지만, 참가자들은 오히려 환호로 그들을 압도하며 유쾌하고 당당한 태도로 행진을 이어 갔다.
본지는 퀴어퍼레이드 특별 호외를 발행해 현장에서 배포했다. 1면 기사 “조전혁 등 성소수자 혐오 극우의 선거 약진은 위험신호”에 많은 참가자들이 관심을 보였다. 이날 〈노동자 연대〉 호외는 3,000부 이상 배포됐다.
한편, 개신교 우익들은 올해도 서울시 의회 일대에서 퀴어퍼레이드 반대 집회를 열었다. 지난해보다 규모가 줄었다. 청년 우익들 사이에서 투표용지 부족 규탄 시위가 더 중요하다는 주장이 나왔고, 그들은 별도 행진을 하거나 올림픽공원으로 갔다.